올해 한가위 보름달은 유독 크고 동그란 모습이었다. 마침 구름도 달을 피해 주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빛나는 달을 볼 수 있었다. 참 좋은 세상이다. 핸드폰으로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다니. 예전엔 아무리 좋은 카메라라 하더라도 망원렌즈를 갖추지 않는 이상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없었는데 이제는 핸드폰으로 집 베란다에서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다니. 기술의 발전은 얼마나 대단한가!
보름달을 바라보다가 자연스레 소원을 빌었다. 우리 딸은 소원을 세 가지나 빌었다. 소원에 돈 많게 해 주세요 같은 세속적인 것도 있고, 건강이나 가족들과의 행복 같은 순수한 것들이 섞여있는 것이 재미있었다. 전혀 꾸밈없이 그런 다른 성격의 소원들을 함께 자연스레 비는 모습을 보면 그것도 또 얼마나 순수한지. 나는 소원 빌 때도 '이런 건 빌어도 되나?'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가. 순수하지 못한 어른이 되었다.
달은 늘 뜨고 지는 것이요, 보름달도 1년에 10번 넘게 있지만 유독 한가위 보름달은 특별하고 거기에 소원까지 비는 건 어찌 보면 재미있는 현상이다. 사실 소원을 비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이뤄질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을 거다. 그게 다 이뤄져도 문제다. 그냥 재미지. 위안이기도 하고. 그런 소소한 바람조차 없으면 삶이 얼마나 삭막하겠는가. 그러다가 소원이 이루어지면 '와 한가위 보름달에 소원 빈 게 이루어졌네!' 하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런 거지. 그러니까 오늘도 부질없이 소원을 빌고 다시 한번 보름달을 쳐다본다.
그래도 이번 소원만큼은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 간절히. 비나이다, 비나이다. 이것만 들어주시면 앞으로 다시는 한가위 보름달에 대고 소원 빌지 않을게요. 누군가는 꼭 좀 들어주시길 다시 한번 비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