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을 참 좋아한다. 초밥보다 훨씬 맛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여행을 가면 슈퍼마켓에 일본식 김초밥을 비싸게 팔던데 차라리 한국식 김밥을 더 저렴하게 판다면 훨씬 더 잘 팔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아니 그냥 김밥집을 낼까라고까지 생각했었지. 물론 대부분의 망상이 그렇듯이 생각으로 그치지만 말이다. 요리도 잘 못하면서 무슨.
비록 만들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김밥을 참 좋아한다. 이 날도 홍제역 근처에서 점심 먹을 집을 찾다가 괜찮아 보이는 작은 김밥집을 찾아서 들어갔다. 음식점 곳곳에서 주인의 정성이 느껴지는 그런 포근한 곳이었다. 김밥을 고를 때면 늘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참치를 먹을까, 기본을 먹을까, 아니면 특이한 걸 먹어야 하나? 오늘의 선택은 표고버섯김밥이다. 비건 메뉴라는 말에 끌렸다. 먹어도 살찔 것 같지 않은 그런 마법의 단어다. (그런 음식이 세상에 어디 있겠냐마는..)
이윽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김밥이 나왔을 때 그 깔끔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 웬만해선 음식 사진 같은 거 찍지 않는데 이건 너무 예뻐서 사진까지 찍었다. 음식점에 처음 들어왔을 때의 기분 좋은 느낌이 음식에까지 들어가 있는 것 같아 보고 있으니 흐뭇했다. 맛은 더욱 흐뭇했다. 간도 강하지 않고 깔끔하면서 웃음이 절로 나오는 맛이랄까. 내가 좋아하는 버섯이 김밥에 잔뜩 들어가 있고 고소한 들기름까지 더해져 있으니 이 어찌 완벽하지 아니한가!
"잘 먹었습니다. 정말 맛있었어요."
계산하는 데 이 말이 절로 나오더라. 우연히 정말 괜찮은 집을 알게 되었다. 집과 조금만 가까우면 더 자주 갈 텐데, 주차라도 차라리 쉬우면 더 자주 갈 텐데, 아마 당분간 계속해서 그리워할 그런 집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