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서울대공원의 동물원에 갔다가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아이들을 위해 리프트를 타고 편안하게 호수 위를 지나고 있었다. 딸이 되게 감동한 듯이 이런 말을 했다.
“우와, 서울엔 참 좋은 곳이 많네요.”
동물원에서 이런저런 동물들도 많이 보고, 놀이터에서도 신나게 놀고, 리프트도 생전 처음 타보고, 그러면서 멋진 풍경도 보고, 오늘 하루가 무척이나 좋았나 보다. 그 말을 듣고 있자니 나도 새삼스레 서울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매일을 보내는 곳이기에 그 매력과 가치를 잘 모를 뿐, 서울은 참으로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좋은 곳이다. 10년을 훨씬 넘게 살아도 가보지 못한 곳이 수두룩한 곳이다. 하긴 전남 순천이나 여수로 사람들이 그렇게 여행을 많이 간다는데 나는 전혀 공감하지 못했었지. 가까이 있으면 오히려 매력을 더 모르는 법이다. 그러고 보면 현지인 맛집이 정말 맛집인지 의문이 가는데? 광양 살면서 광양 불고기는 대학 전까지 한 번도 먹어본 적 없잖아. 별 생각을 다 한다.
20대만 해도 남의 떡이 커 보였다. 무조건 해외, 여의치 않으면 다른 도시만 탐을 냈다. 하지만 그게 아니더라. 눈을 감아버려서 못 보는 것도 많더라. 그걸 나는 30대가 넘어서야 깨달았는데 우리 딸은 초등학교 2학년에 벌써 깨닫다니, 미래가 밝구나! 부디 그런 눈과 마음을 오래오래 간직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