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한량이 되자
정말 존경했던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보면 '피서(避書)함으써 피서(避暑)'한다는 말이 나온다. 책을 읽는 대신 지식과 실천에 대해 생각하며 교도소의 긴 여름을 보내겠다는 말인데, 그 내용뿐 아니라 책을 피한다는 뜻의 피서라는 말이 매우 인상 깊었다.
8월이 지나고 나니 어느덧 진짜 가을이다.
갑자기 찾아온 가을이 반가우면서도,
유난히도 길었던 여름 때문에 아직 어색한 올해의 가을.
가을이 되니 여기저기서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가을이야말로 진짜 피서(避書)의 계절이 아닐까.
이토록 높고 파란 하늘이 언제 또 있으며,
야외 활동 하기에도 얼마나 적절한지.
조금 더 있으면 온 세계가 단풍으로 물들 것이고
바깥에서 늦은 시간까지 공연을 즐기기에도 완벽하다.
혼잡한 여름을 지난 한적한 바다는 얼마나 좋은지.
이런 계절에 어떻게 책을 보고 있으랴.
가을에는 누구나 한량이 되어야 한다.
끊임없이 바쁘게 움직이며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맘껏 만끽해야 한다.
책은 야외 활동이 어려운 여름이나 겨울에 읽으라지.
이번 가을에는 후회 없이 이 아름다운 계절을 즐겨야겠다.
눈과 귀가 모두 즐거운 이 짧은 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