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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삼오 Sep 14. 2024

무엠지경(無MZ境)

낀 세대 3부작 - (3)

* 주인공 이삼오 : 살다보니 살아진 서른 중반 회사원. 성은 이 씨, 이름은 삼오.


- 무아 : 일체의 존재는 모두 변하여 불변의 존재인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음.

- 무아지경 : 정신이 한곳에 온통 쏠려 스스로를 잊고 있는 경지.


구분하지 않으면 이 세상의 많은 것들이 편안해진다.


삼오가 이걸 느낀 건 MBTI 가 이 사회를 뒤덮기 시작한 최근이었다. 

그 때 그 때 상대방의 대화에 따라, 반응에 따라 대처했던 삼오가 MBTI 를 알고부터는 상대의 행동을 공식화하기 시작한다.


그 구별법은 상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아~ 저 사람은 OOOO 이라서, 통제적이고 현실적인 경향이 있구나. 나는 지금 이런 의도로 말을 했는데, 저 사람이 생각한 건 바로 이런거였군!'


문제는 그게 특성화되고 일반적인 특질처럼 느껴질수록 이해보다는 소위 말하는 갈라치기에 이용될 확률도 높다는 점이다.


‘T발놈’이 대표적이다. 

"역시 티발놈들은 공감이 안돼~ 왜 이렇게 싸패처럼 구는거야!"


MZ 라는 단어 역시 그렇다.

용어 하나에 한 세대를 전부 담으려다 보니 전반적 경향을 구분짓고 하나의 범주로 정의하게 된다.

그 특성을 긍정적 요소보다는, 눈에 띄는 부정적 요소를 중심으로 설명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막연한 환상과 괴담을 중심으로 이미지와 경향성이 확정되어 버린다.


"하, 어떤 친구는 전화할 때마다 한숨을 쉰다니까. 휴"


‘나와 다른’ 엠지라는 이미지는 

전화하면서 쉬는 한숨조차 ‘이게 뭘까, 무슨 의미지’ 하며 전전긍긍하는 선배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이 분명히 섞여 있는 것이다. 


기성세대에 대한 오해도 다르지 않다.

세대의 특성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에서 지나쳐

용어를 부정적인 하나의 신드롬으로 사용하기 시작할 때, 사회는 갈등과 폭력의 장이 된다.


삼오는 생각한다. 


‘그 어디에도 소속되어 싸우고 싶지 않다. 

모든 것들은 변할테고 각자의 지향점은 어느 시기에,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정답이 될 수도, 오답이 될 수도 있겠지.

그냥 난 평생 낀 세대로 살아야겠다. 그 누구도 단정짓지 않고 개개인으로만 볼 수 있는 삶.’


어느새 무MZ경의 미학을 터득한 삼오씨였다.



(다음화 부터는 '돈' 연재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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