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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삼오 Jan 11. 2019

[단상] 너에게 보내는, 무기력한 위로

위로(慰勞)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줌

나는 위로 불능자다.

그 무엇보다 내가 위로의 무력함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위로불능자로 만든다.


내가 이러한 무기력함을 느끼는 것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이 없어서도 아니다.


애초에 어떠한 완전한 안정도 남에게 기대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타인들은 언제나 상냥하고 따뜻하게, 나를 물어와 주곤 했다.

그저 내가 명쾌한 대답을 준 적이 없었을 뿐이다. 나는 애써 내 중심부의 주변만을 빙빙 돌곤했다.

모든 대화와 관계가 그저 일시적인 자기위안처럼 느껴지곤 했다.


그런 나에게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로할 수 없을 때에 가장 무기력하다.


그 누구의 공감도 믿지 않는 나는

하나의 아픔이 얼마나 얼마나 오롯이도 당사자만의 것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백마디의 말을 해도 그는 내가 아니며 내 아픔을 온전히 헤아릴 수도 없기에


그래서 나는 너의 아픔에 이렇게도 마음이 아프면서, 감히 위로를 시도하지 못한다.


이 무력감이 부디, 부디 너의 위로가 되기를. 그 모든 진정성 어린 무력감에, 위로가 되기를.



나는 위로불구자다.

나는 회의주의자이며,

나는 휴머니스트일 것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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