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부작 - (1)
* 주인공 이삼오 : 살다보니 살아진 서른 중반 회사원. 성은 이 씨, 이름은 삼오.
작년, 이삼오가 업어 키운 동생이 결혼했다.
진짜 업었던 적이 있는지는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지만 네 살 터울에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는 출근하신 부모님 대신 보호자 노릇을 했으니 50% 이상은 맞는 이야기라고 주장한다.
동생의 결혼 이야기를 듣고 이삼오는 가장 먼저 생각했다.
'아니 쟤가...?'
바로 이어서 든 생각은,
'다행이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는 사람들을 잘도 찾아서 오래오래 연애를 해온 동생과 달리 삼오는 일종의 연애 이단아였다.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관심이 크게 없을 뿐더러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고, 서로를 깊이 알아가고 서로에게 의존하는 사랑과 연애라는 개념은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운, 어렵기만 한 과제처럼 느껴졌다.
소위 말하는 ‘썸’이나 ‘연애’의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럴듯하게 풀어놓을 만한 이야깃거리도 없는 것이다.
소개팅은 피곤하기만 하고 자만추는 전설 속 이야기.
오히려 연애활동을 쉬고 있는 지금, 삼오는 가장 자유롭다고 느낀다.
누군가는 이런 삼오를 두고 장황한 변명이라 지적하지만 삼오는 할 말이 없다.
'이게 진짜인데 뭘 더 설명해야 하지.’
친구들에 둘러싸여 지내며 연애나 결혼의 필요성을 느낄 기회와는 점점 더 멀어진 채 나이만 들어온 이삼오.
서른 즈음에 친구들의 절반을 연이어 보내면서도, 2년 쯤 지나 남은 친구들의 절반을 또 보내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않은 단어는 어느날 갑자기 삼오의 앞에 두둥 하고 떨어졌다.
결혼
사실 이쯤 되면 세대교체가 이루어진다.
삼오에게 청첩장을 건네는 대부분은 삼공이(30)부터 삼땡이(33)까지 삼오보다 조금 어린 동생들이다.
지난 주말에도 삼땡이의 결혼식에 다녀오면서 어떤 위기감이 이삼오를 엄습했다. 이러다 죽을 때까지 친구결혼식, 동생결혼식, 동생의 동생결혼식, 친구의 자식결혼식... 남의 결혼식만 가다가 끝나는 것 아닌가!
그렇다. 그렇게 이삼오는 결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볼 새도 없이 서른 중반, ‘늦은 나이’가 되어버렸다.
(결혼 - 2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