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부작 - (2)
* 주인공 이삼오 : 살다보니 살아진 서른 중반 회사원. 성은 이 씨, 이름은 삼오.
결혼이라는 단어에 대해 속속들이 대화하기 위해서 한국에서는 많은 용기와 준비와 심호흡이 필요하다.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와의 약속'
'가문과 가문의 만남'
'새로운 안정과 평화'
'절대 하면 안 될 미친 짓'
'돈 모으기 좋음'
환상과, 현실과, 견해차가 난무하며 뒤섞이기 마련이다.
이렇게 결혼을 수식하는 모든 단어들이 얼마간의 과장과, 편견과, 미디어의 입장에 치우치다 보니 삼오는 혼란스럽다.
“그러면 나는 왜, 결혼을 해야 할까? 하고 싶나?”
결혼에 대해 말할 때면 자꾸 '아직'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삼오는 자신 역시 결혼을 '당연히' '언젠가는' 해야 할 어떤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걸까, 싶다.
사실 독립적인 삼오는 나와 다른 사람과 평생을 투닥거리며 맞춰가는 것 보단 혼자서 편안하게 살아가는 게 취향이다.
하지만 또 동시에 얼마 전 밤새 열이 나 끙끙거리고 있을 때 제 일처럼 병간호를 해줄 엄마 같은 가족이 없다고 상상하면 조금 무섭고 서운하다.
결혼이란 제도가 당연시 되는 사회에서 미혼 또는 비혼은 알 수 없는 두려움을 안긴다.
무려 10여년 전 삼오는 막연한 동경을 좇아 프랑스에서 잠시 살았다.
옛날인 당시보다도 한참 더 옛날인 1999년부터 프랑스는 'PACS(Pacte Civil de Solidarité)' 라는 동거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동성 커플을 제도적으로 보호해 주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가, 점차적으로 혼인하지 않은 동거 커플들까지 법적 부부와 유사하게 제도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이십대 초반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그 제도가 35의 삼오에게는 새롭게 느껴진다.
(결혼 - (3)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