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리니 Mar 04. 2023

공룡이 나타났다

하와이 여행 여덟번째 이야기

쿠알로아랜치 가는 날. UTV라는 4인용 지프를 타고 영화 촬영지들을 한바퀴 둘러본다는 랩터투어 프로그램을 미리 신청해 두었다. 사실 하와이에서 육지에서 하는 액티비티에는 큰 관심 없었는데 다녀온 분들이 그렇게 재밌다기에. 그리고 결론적으로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만족도 높았던 액티비티였다.

가는 길도 어쩜 이리 그림같이 예쁜지. 아침 이른 시간으로 예약했고, 예약 시간보다 한시간 정도 일찍 도착해야 한다고 들었음에도 어찌하다보니 겨우겨우 시간 맞춰서, 출발 직전에 후다닥 뛰어들어가게 되었다. 나오면서 생각해보니 아침 풍경이 가장 예뻤는데, 여유있게 도착해서 사진 찍고 구경했으면 좀 더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도 있었다.

이 곳은 말하자면 농장인 것 같다. 사실 ranch=목장이니 '쿠알로아 목장' 인가보다. 처음 하와이 여행을 계획할 때는 몇 번이나 들어도 도저히 기억에 남지 않았던 특이한 이름과 단어들이 어느덧 이제 제법 친근해 진 느낌이다.


한국어 홈페이지에 아래와 같이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하와이의 광활한 자연에 위치한 쿠알로아 랜치는 다양한 영화와 광고의 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으며, 승마 투어, ATV, 무비 투어, 프라이빗 비치, SUP(스탠드 업 패들), 짚라인 그리고 많은 다양한 액티비티와 어트랙션을 즐기실 수 있는 액티비티 명소입니다.

https://kr.kualoa.com/

승마, 버스투어 등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중에 우리는 우리 가족끼리 4인용 UTV를 타는 프로그램을 택했다. 두 시간 동안 진행한다는 이야기도 얼핏 흘려듣고, 뭐 진짜 그렇게 오래 걸리려나 했는데 정말 꽉 채워 두시간을 달린다. ‘직접 운전을 해서 모르는 길을 어떻게 다니지?’ 하고 생각했는데 맨 앞에 인솔자가 있고 그 뒤에 차들이 줄지어 따라다니는 형태이다. 쭉 따라서 이동하다가 중간에 멈춰서 설명 듣고 사진찍고 다시 이동하고, 그렇게 꽉 채워 두시간이다.


아드레날린이 맘껏 뿜어져 나오는 UTV 투어, 즉 랩터 투어는 6인승으로 연령과 게스트에 따라 차량당 2-6명의 승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쿠알로아 랜치를 가로질러 아름다운 카아아바 계곡과 몇 개의 영화 촬영지를 탐험하는 신나는 투어가 펼쳐집니다.

카아아바 계곡으로 깊숙하게 들어가기 때문에 활동적인 분들에게 추천드리는 인기 코스입니다. 이 오프로드 코스는 숲 터널, 개울, 소떼 들이 모여 있는 곳 등을 지나갑니다. 아름다운 태평양 오션 뷰를 전경 180도 파노라마 뷰로 즐길 수 있으며, 눈 앞에 펼쳐지는 장엄한 녹색의 코올라우 산맥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출발 전 고글과 손수건을 하나씩 나눠주시는데, '저는 화장이 지워지면 안되요' 하는 사람은 반드시 고글을 쓰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칭칭 빈틈없이 휘감는 것이 좋다. 우리는 선글라스가 있어서 고글은 잘 쓰지 않았고 나는 뭐 먼지가 나던 말던 크게 신경쓰는 스타일이 아니라 얼굴도 대충 가리고 말았는데 마지막에 내려서 거울을 보고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물론 당연히 흰 옷도 피하는 것이 좋다. 정말 상상 초월로 먼지를 뒤집어쓰게 된다. 가방도 엉망진창 된다고 해서 차에 두고 갔다. 더러워지는 것은 둘째 치고 사방이 뚫려 있다보니 뭐가 어디로 날아갈지 모른다.

진짜 자동차 이다보니 운전자는 면허증을 지참해야 한다. 티켓과 면허증 확인 하고 안전 교육을 받고, 이런 시간들 때문에 30분 이상 일찍 도착하라고 했나보다. 헬멧을 쓰고 드디어 출발.  

꺄악

출발하자마자 비명이 절로 나왔다. 생각보다 엄청 울퉁불퉁 하다. 덜컹덜컹 흔들림이 장난 아니다. 나도 모르게 헬멧을 다시 한 번 고쳐쓰게 된다. 완전 재밌네.

그렇게 신나게 오프로드를 달려가서 내린 첫 번째 코스는 쥬라기 공원 촬영지(뭐 그 뒤로도 계속 쥬라기공원 촬영지인 것 같기는 하다.) 삼 면의 광활한 산으로 둘러싸인 압도적인 자연 풍경.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사방에 펼쳐진 스케일 자체가 다른 산을 보고 있으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바다가 아닌 산에서도 이렇게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구나. 가이드 분이 모아놓고 뭐라뭐라 엄청 열심히 설명해주시는데 난 진짜 한 마디도 못알아들었다. 그리고 이런 재미있는 사진도 촬영해 주신다. 어색하기 그지없는 우리 가족. 그 와중에 협조하고 싶지 않은 까칠한 둘째군.

이렇게 달리다 쉬다 하면서 오프로드를 즐긴다. 옆으로는 그림같은 바다가 보인다. 때로는 구불구불한 산 속 길도 가고 지나가던 소 떼도 만났다. 아랑곳 하지 않고 유유히 지나가는 소 무리에 우리만 깜짝 놀라고 안절부절. 쟤들은 세상 평화롭구나.

그렇게 가다보면 공룡들도 만나게 된다. 여행 전에 쥬라기 공원을 보고 와서인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공룡 모형들이 있어 설정샷 찍기 좋은 포토존들이 여기저기 있지만 어색하고 어색한 우리 가족.

킹콩 촬영지를 비롯한 여러 영화 촬영지들을 지나게 된다. 프로그램별로 정차하는 곳이 다른지 우리는 이 곳은 그냥 지나친다. 무비투어라고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프로그램인가보다.

시원한 바람, 아름다운 풍경. 마지막으로 정차한 곳이서는 바다가 보인다. 바다를 배경으로 가족 사진도 찍어주셨다. 뒤로 보이는 바다에 뾰족한 섬도 하나 보이는데 특이하게 생긴 저 섬의 이름은 모코리이 섬(Mokoli'i Island) 이다. 중국사람들의 대나무 모자처럼 생겼다고 해서 중국인 모자섬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고 한다.

하와이 신화에 따르면 펠레 여신의 여동생인 Hi`iaka (히이 아카)가 어느 날 그 지역을 지나고 있을 때 거대한 도마뱀이 갑자기 공격을 했는데 히이아카가 도마뱀 괴물을 무찔렀고 그때 그 꼬리 비늘 하나만이 유일하게 남아서 이 작은 섬이 되었다고 한다. 바다에 던져진 거대한 도마뱀의 꼬리의 유해가바로 모코리이섬 이다.가이드 분이 이렇게 열심히 설명해 주셨던 것 같은데, 제대로 다 이해한 것은 아니고 나중에 와서 다시 찾아 봐서 알게 된 내용.

혼이 쏙 빠져버린 두시간. 마지막에는 좀 지치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재미있었던. 그리고 하와이 산과 자연의 매력을 듬뿍 느끼게 된 프로그램. 영화에서 봤던 풍경 속에 있느니 재미있기도 했고 예쁜 사진도 많이 건질 수 있었던.

투어가 끝나고 나오던 길. 손 씻는 곳이 왜 이렇게 많지? 하며 다가가 거울을 보고 완전 빵 터져버린 우리들. 앞팀 분들이 세수를 하길래 여기서 왜 이렇게 열심히 씻나 했는데.. 거울을 보자마자 이유를 알게 되었다. 씻어도 씻어도 계속 나오는 때국물. 선글라스 자국을 따라 나뉘는 흑과 백. 서로 놀리며 한참 깔깔 웃었다.

다시 목장을 지나, 그냥 지나치기 힘든 기념품 샵을 무사히 통과해서, 나오는 길에 바로 근처에 있는 쿠알로아 리저널 파크(Kualoa Regional Park)에 들렀다. 파란 바다가 보이는 넓은 해변에서 몇몇 팀이 한가로이 피크닉을 즐기고 있던 평화로운 풍경. 우리도 차에 있던 원반 던지기를 하며 공원의 여유를 잠시 즐겼다.

날씨마저 도와준 고마운 하루. 너무나 아름다운 자연속에 하와이 여행이 반짝반짝 빛났던 아침.

꼭 추천하고 싶은 쿠알로아랜치와 쿠알로아 리저널 파크. 즐거웠던 기억을 뒤로 한 채 이제 스노쿨링을 하기 위해 북부 해변으로 이동한다.



이전 07화 아보카도 버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