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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 Mar 10. 2023

반짝반짝, 하나우마베이

하와이 여행 열번째 이야기

드디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하나우마베이 가는 날.

하지만 이 날은 뭔가 아침부터 순탄치 않았다. 마음이 급하면 꼭 이런 일들이 생기게 마련. 아침 첫 시간인 7시 타임에 예약을 성공했기에 숙소에서 6시 20분에 출발하자 하고 알람을 단단히 맞춰 놓고, 호텔에서 하루만 대여해주는 고프로를 전날 미리 받아 충전도 꽂아놓고 잠들었다.(이게 화근이 될 줄은)

우선, 어젯밤 힘들고 힘들게 와이키키를 돌고 돌아 옆 건물에 겨우 주차를 하고 온 남편. 갑자기 아침에 주차권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튜브와 스노쿨링 장비와 아이스박스를 주렁주렁 달고 나와서, 어쩔 수 없으니 일단 주차장으로 가서 해결하기로 한다. 호출벨을 눌러서 상황을 설명, 하지만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 딱 여행 가서 호텔 방 찾아갈 정도로만 영어가 되는 우리는, 이런 돌발 상황에서는 무척 당황스러울 뿐이다. (사실 소통이 안되었다기 보다, 그들은 알아들었는데 우리가 못 알아들은 문제) 그나마 넷 중에 제일 영어가 되는 첫째군 손을 잡고 주차 사무실을 찾아 방문. 우여곡절 끝에 상황 설명을 하고 하루치 주차비를 내고 통과가 되었다.

벌써부터 온 몸에 식은땀이. 하지만 이것은 이 날 여러 에피소드의 서막일 뿐이었으니.

충분히 일찍 나왔지만 이제 슬슬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역시나 그렇게 허둥지둥 하다 보니 길을 잘못 들었다. 다시 네비가 안내해주는대로 돌아서 가면 되는데 또 한 번 놓침. 이때부터 조급증과 화가 함께 밀려오기 시작했다. 결국 예약 시간보다 30분정도 늦게 도착을 했는데 이런, 입구부터 줄이 너무 길다. 예약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도착할 생각으로 여유 있게 가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늦어지기 시작하니 주차장에 자리도 많지 않고 이래 저래 짜증이 마구마구 나기 시작.

주차비 3불은 현금으로 내야한다는 걸 알고 준비해갔지만, 티켓부스에서 예약 메일 보여줄 때 여권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머릿속이 하얘진 순간. 다행히, 사진으로 찍어둔 것이 있어 보여줬더니 통과시켜 주셨다. 휴.

양손에 짐이 한가득 이었지만, 내려가면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겠노라며 트램을 타지 않고 굳이 걸어내려갔다. 아침부터 힘을 잔뜩 빼고. 사실 아무리 늦었어도 8시가 채 안된 시간이었으니, 이른 아침의 하나우마베이는 정말 그림같이 반짝반짝 아름다웠다.

언젠가 꿈 속에서 본 것만 같은 그런 풍경.

하나우마베이 자연 보호구역(Hanauma Bay Nature Preserve)

하와이에 와서 여길 안 가면 안된다는, 여행 일정에 꼭 넣어야 한다는 곳. 그리고 이틀 전 현지시간으로 오전 7시에 오픈될 때 예약을 하고 가야 하는 곳. 드디어 그 곳에 왔다.

다채로운 해양 생물이 사는 분화구 라고. 자연보호 구역이기에 입장 전 간단한 사전 교육을 받고 내려갈 수 있다. 내려가면 왼쪽으로 가서 자리를 잡는 것이 좋다. 이미 스노쿨링 장비며 옷이며 아이스박스까지 주렁주렁 들고 갔기 때문에 파라솔까지는 준비할 수 없었으니, 왼쪽에는 나무 아래 자리를 잡을만한 곳들이 좀 있다. 햇빛이 무척 뜨거우니 이 쪽으로 자리를 잡으면 좋다. 그럼 자리를 잡고 입수.

높이가 잔잔해서 아이들이 들어가 놀기에도 좋다. 물론 조금 더 걸어나가면 아이들에게는 깊어지니 주의해야 한다. 몇 걸음만 들어가도 우루루 몰려다니는 열대어들을 바로 만날 수 있다. 신이나서 고프로를 꺼냈는데 아뿔싸. 어제 쓸데없이 배터리가 다 차있음에도 또 충전을 해야한다고 내가 우겨서 꽂았다가, 아침에 급하게 빼서 나오느라 배터리를 덮는 뚜껑을 빼놓고 온 것이다. 그게 없으면 물 속에 넣을 수가 없는데. 아침 내내 났다가 도착해서 간신히 풀린 화가 다시금 부글부글. 결국 아름다운 물고기들은 눈으로만 관찰하고 마음속에 잘 담아서 왔다. 이렇게 여기에 다시 가야하는 이유가 하나 추가됨. 다음에는 차질없이 챙겨오리라.

우리는 보온병에 담은 뜨거운 물과 라면도 준비해 갔다. 아이스박스에는 전날 푸드랜드에서 구입한 무스비와 조각과일도 챙겨갔다. 물놀이 후 먹은 라면이 정말 꿀맛이었는데, 너무 정신없이 챙기고 먹느라 사진도 못 찍어놨다.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스노쿨링 실컷 하며 오전을 보내고 햇빛이 너무 뜨거워질 때 쯤 정리하고 올라왔다. 다음에 다시 올 것을 기약하며.

점심식사를 하러 근처에 있는 코코마리나센터로 이동했다. 파란 하늘 아래 하얀 요트들이 참 예쁘다. 평화로운 풍경. 점심식사는 코나 브루잉 컴퍼니(Kona Brewing Company)에서 했다. 유명한 테디스 버거(Teddy's Bigger Burgers)에 갈까 생각도 했으나 노스쇼어에서 먹었던 커다란 햄버거를 생각하니 아직도 속이 더부룩 한 것 같아 버거는 패스하기로.

바다가 보이는 풍경과 함께 시원한 하와이 맥주 한 잔. 브루어리 이지만 식사 메뉴들도 다 맛있었다. 식사 후 코코너츠쉐이브(Kokonuts Shave Ice & Snacks)에서 시원한 쉐이브 하나를 사서 나눠먹었다. 어떻게 주문해야 할 지 몰라서 우왕좌왕 하고 있으니 친절하게 도와주신 교포 사장님. 아침부터 안되는 영어로 힘들었던 하루였기에 너무나 반가웠던 한국어. 이렇게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한숨 돌린 후 이제 드디어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하러 출발. 진짜 아름다운 하와이를 만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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