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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 Mar 14. 2023

와이키키, 마지막 날

하와이 여행 열두번째 이야기

하와이의 아침은 늘 일찍 시작 된다. 7~8시면 대부분의 일정이 시작. 거리에 사람들도 많고 가게들도 모두 일찍 문을 연다. 심지어 이른 아침의 카페는 줄도 길다. 다들 어쩜 이리 부지런하신지.

마지막 하루는 와이키키를 온전히 즐겨보기로 했다.

운동복 차림으로 나와 이른 아침의 거리와 해변을 둘러본 후 미리 예약해 둔 'mindful meditation'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쉐라톤 프린세스 카이울라니 호텔에서 신청했는데 바로 앞에 있는 모아나 서프라이더 호텔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모아나 서프라이더는 바로 해변 앞에 있는 하얀 색의 예쁜 호텔. 덕분에 좋은 호텔 마당(?)도 이용하고 괜찮은 프로그램 이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누워서, 바람에 흩날리는 야자나무 잎들을 바라보며 명상을 한다. 내가 제대로 알아듣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어찌 어찌 옆에서 움직이면 따라 움직이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가 하면서 천천히 호흡을 한다. 이렇게 하고 나니 여행 일정 동안 쌓였던 피로가 싹 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서서히 아침이 밝아 오고 혼자 해변 산책을 했다. 깨끗하고 맑은 아침 해변.

돌아오는 길에는 해변을 따라 이어진 쇼핑몰을 통해 걸어오면서 그동안 시간에 쫓겨 제대로 기념품을 구경하지 못했다며 ABC 마트에서 이런 저런 소품들을 구경하고 집에 가서 쓸 나무로 만든 예쁜 코스터, 책갈피 등을 몇 개 구입했다. 스타벅스에도 들러서 예쁜 하와이안 텀블러와 파인애플 모양 열쇠고리도 구입했다. 하와이의 추억을 생각하며 가방에 달고 다녀야지.

로얄하와이안센터에 있는' 아일랜드 빈티지 커피(island vintage coffee)'에 가서 커피와 아사이보울도 샀다. 역시 이 곳에도 아침부터 줄이 매우 길다. 커피만 사러 온 사람들도 많았고 옆에 브런치 식당도 줄이 길었다. 시그니처 메뉴라는 허니라떼를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해 보았는데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좋았다.

숙소에 돌아와서 가족들과 다시 나와 브런치를 먹으러 '헤븐리(heavenly)'에 갔다. 하와이에서 유명하다는 로코모코도 먹어보고, 에그 베네딕트와 프렌치 토스트도 주문하고 뜨거운 국물 좋아하는 둘째군을 위해 쌀국수도 주문. 이렇게 국적이 서로 다른 다양한 음식들을 한 곳에서 먹을수 있어 매력적인 곳이다. 그리고 야외에 앉으니 이국적이고 예쁜 풍경까지 더해 참 마음에 들었던 브런치 시간.

오는 길에 바로 옆에 있는 '이야스메(IYASUME)'에 가서 무스비와 무스비 소스도 사 보았다. 한국에 가서 여기 음식이 생각나면 무스비 만들어 먹어야지.

든든히 배를 채우 후, 처음으로 제대로 쇼핑을 하러 간다. 환율이 최고 정점을 찍었을 때 여행을 갔던지라, 쇼핑을 많이 할 생각은 그다지 없었으나 '그래도 뭐하나는 사야지, 추억이잖아' 라며 딱 한군데만 가보자고 남자 셋을 설득한다. 역시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 곳이라 한국인 직원분이 응대해 주신다. 마음 편해지는 시간.

그리고 다시 바다로. 이제 마지막 바다이다. 와이키키의 파도는 여전히 세다. 파도가 무서운 둘째군은 밖에서. 이 날은 좀 더 아웃리거 쪽으로 가서 놀았는데 이 쪽 파도가 더 셌던 것 같다. 하지만 배경이 참 예뻤던 곳. 날씨가 좋아서인지 바다 색깔이 유난히 아름답다.

녁은 미리 예약해 두었던 '루스크리스 스테이크 하우스(Ruth's Chris Steak House)'로 갔다. '울프강 스테이크 하우스(Wolfgang’s Steak House)'와 이 곳이 유명한데 울프강은 뉴욕에서 가봤으므로 이번에는 루스크리스에 가보기로 한다. 해피아워 시간을 이용하면 좀 더 저렴하게 즐길 수 있기에 해피아워의 마지막 시간 쯤으로 맞춰서 미리 예약을 해두었다. 스테이크도 맛있었고 함께 나오는 사이드 메뉴인 시금치(?)도 맛있었고 샐러드도 모두 좋았다. 결혼기념일 즈음이었어서 미리 기념일이라고 메모도 해두었더니 예쁜 디저트도 함께 주셨다. 마지막날 저녁은 이렇게 근사하게 마무리.

다시 해변으로 나왔다. 해질무렵의 와이키키. 아이들은 공놀이를 하며, 나는 일몰을 바라보며 그렇게 와이키키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이제 내일이면 돌아간다니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 꿈 같았던 시간들. 다시 돌아가고 싶은 하와이, 와이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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