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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니 Mar 20. 2023

하와이에서 모닝요가를

하와이 여행 열세번째 이야기

결국 마지막날이 오고 말았다. 요가 수업을 예약해둔 날. 아쉬운 마음에 아침 산책도 할 겸 일찍 나섰다. 해 뜨기 전 보라빛 하늘이 반짝반짝 너무나 예쁜 와이키키의 이른 아침.

요가 수업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모아나 서프라이더 호텔에서 진행한다. 파도 소리와 함께 하는 이른 아침의 요가 수업. 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를 바라보며. 그런 낭만을 상상하면서 나도 하와이에서 모닝 요가를 꼭 해보고 싶다고 덜컥 예약했는데, 막상 매트에 앉으려고 하니 문득 걱정이 되었다.

내가 잘 알아듣고 따라할 수 있으려나?

확실히 어제 명상 수업보다는 좀 더 난이도가 있다. 요가를 해본지도 너무 오래되었고, 쓸데없이 용감하게 맨 앞에 자리를 잡아버려서는. 뒤에 앉아야 컨닝이라도 하지. 이미 자리를 옮기기에도 늦었고. 부지런히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옆 사람들을 따라한다. 다행히 여기 우리 나라 사람들은 없는 것 같으니 조금 덜 부끄러울 수 있겠지 하며.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였다. 의외로 남자분들도(커플이라 어쩔 수 없이 따라 오신 느낌) 있었고, 연세가 꽤 많아 보이는 분들도 있었다. 여행 기간 내내 참여하셨는지 강사님과 대화를 나누며 친해보이는, 전문성이 느껴지는 분도 있었다.

보라색 하늘이 점점 파랗게 바뀌어 가는 시간. 폭신한 매트에 누워 천천히 몸을 움직이며 하늘을 바라보고 살랑이는 바람을 느끼며 파도소리를 들어본다. 너무 오랜만에 요가를 했더니 꽤 힘들긴 했지만 하와이에서의 모닝 요가는 역시나 상상했던 것처럼 낭만적이다. 확실히 몸도 개운해 진 느낌.

여행기간 내내 아침 일찍부터 나서서 바쁘게 돌아다니다가 모처럼 여유로운 아침을 맞이하니 정말 좋았다. 해변을 한바퀴 둘어보고 왔는데 해변에도 와이키키의 아침을 즐기러 나오신 분들이 꽤 있었다. 반짝이는 와이키키 해변. 일정이 길지 않더라도, 꼭 한번쯤은 이렇게 아침의 여유를 즐겨보기를 추천한다.

돌아오는 길에 유명하다는 코나 커피 퍼베이어스(Kona Coffee Purveyors)에 가보았다. 역시나 줄이 엄청나다. 여행을 계획할 때는 하와이 커피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1일 1커피 사먹어야지 라고 생각했으나 막상 일정에 쫓겨, 그리고 인기 있는 가게는 길고 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싶지 않아 호텔 룸에서 간단히 마시거나 식사중 간단히 마시곤 했다. 오늘은 마지막 날이니 모처럼 긴 줄을 서서 커피를 사는 정성을 들여본다. 맛있어 보이는 빵도 두 개 사고 집에서 먹을 원두도 사 보았다. 원두 종류가 무척 많았는데 시음을 해보고 살 수 있어서 좋았다. 가격이 꽤 비싼데 돌아와서 보니 영수증에 계산이 잘못 되어 있어서(작은 봉지를 샀는데 큰 봉지로 계산) 다시 계산하러 쫓아갔던 기억. 그나마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에 발견해서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갔다오긴 했는데, 항상 그 자리에서 영수증을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하단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생각보다 꽤 큰 금액이다.)

그리고 결국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이 작아서 그런 건지, 뭔가 게이트 오픈이 덜 되어서 그런 건지 일찍 도착했음에도 들어가는 줄이 엄청나게 길다. 긴 줄을 통과하고 안에 들어갔는데 면세점에서 특별히 사고 싶은 물건은 없어서 음료나 마실까 하고 스타벅스에 갔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그토록 사고 싶었던 하와이 텀블러들이 다 있었다. 여행기간 내내 그렇게 찾아서 월마트며 타겟이며 돌아다녔었는데. 공항 안이라 가격이 좀 더 비싸다고는 하지만 반가운 마음에 두개 구입했다. 돌아가면 여기에 시원한 음료를 담아 마시면서 하와이의 추억을 생각해야지.

비행기 타러 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늘 그렇듯 마지막 날의 하늘은 유독 예쁘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을 붙여 놓은 듯한, 그림같은 하늘. 너무나 아쉬워서 계속 바라보면서 갔다.

사랑스러운 하와이. 기다려, 곧 다시 올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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