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여행 열네번째 이야기
'마지막 이야기'라고 쓰고 싶지는 않다. 또 갈거니까.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 본 사람은 없다는 하와이. 다음에는 빅아일랜드도 가보고 마우이도 가봐야지. 그래서 이번에는 오아후만 갔던 거라며.
꼭 다시 갈거에요
돌아와서 한동안 하와이 앓이를 심하게 했다. 현지에 사시는 분들 유튜브며 블로그를 보면서 우리도 은퇴후에 꼭 하와이가서 살자고 부동산까지 열심히 알아봤다. 뉴욕만큼 비싸다는 오아후 집값. 여기가 안되면 작은 섬이라도 꼭 가서 살자고. 마당에 망고나무가 있는 집에서.
크게 산 건 없지만 모아놓고 보니 꽤 많아 보이는 소소한 기념품들. 주변 분들에게 선물도 하고 한동안 나의 맥주 친구가 되어준 마카다미아와 초콜릿. 향기 솔솔 향이 너무 좋은 하와이안 보태니컬 로션. 아직도 유용하게 잘 쓰고 있는 나무로 만든 코스터와 쓸 때마다 기분 좋아지는 우드 책갈피. 볼 때맏아 기분 좋아지는 넘나 귀여운 태닝 스누피.
한동안 그렇게 하와이 앓이를 하고 추억을 되새기며 하와이에서 사 온 재료들로 만든 음식들을 만들어 먹었다. 바나나 팬케익 가루, 열대과일맛 시럽, 어떤 빵과도 잘 어울리는 새콤한 릴리코이 버터, 패션프룻 잼.
냉동새우를 사서 월마트에서 사 온 갈릭소스를 뿌려 버터구이도 해먹었다. 리힝무이 파우더도 사와서 파인애플에 뿌려먹기도 했다. 일명 하와이 깍두기.
그리고 너무나 맛있어서 왜 조금만 사왔지 후회가 되던 하와이 코나 맥주와 우리집의 인기 1위였던 오렌지 바베큐 소스. 저 소스는 소고기 보다는 구운 닭고기에 더 잘 어울리는데 정말 맛있는 오렌지 치킨 요리가 된다.
초콜릿 바나나 팬케익은 포장지에 적힌 대로 물을 넣었더니 반죽이 한강이 되어, 마치 크레페도 아닌 것이 메밀전병과 같은 비주얼이 되어버렸다. 사각팬을 워낙 사랑하는 나 이지만, 자꾸 가장자리로 가서 길게 자리잡는 반죽을 보며, 팬케익은 동그란 팬에 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모양이 좀 그래도 굽는 내내 초콜릿 향이 솔솔 나면서 나름 맛있다고. 구아바 시럽 듬뿍 뿌려 먹으니 다시 하와이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무스비
사실 하와이에서 무스비를 자주 먹지도 않았고 오며가며 배를 채울 뿐 그다지 맛있게 먹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집에 와서 해먹으니 참 맛있네. 이야스메에서 무스비 틀을 살까 말까 하다가 말았는데. 결국 스팸 통을 이용해서 만들다가 성에 안 차서 무스비 틀도 따로 구입했다. 역시 요리는 장비빨 이라며. 다음에 가면 사와야지.
무스비는 일본어로 '매듭', '연결'을 의미하는 단어인데 밥에 김을 둘러 감싼 음식인 무스비가 그대로 음식의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하와이에 건너간 일본인들이 일본식 주먹밥을 팔기 시작했는데, 미군 군용 식품인 스팸을 넣어 팔면서 현지화가 되어 하와이 스팸 무스비가 되었다고 한다.
무스비=네모난 김밥인건 알겠는데. 스팸이 커다랗게 들은 것도 알겠는데. 밥이 먼저일까 스팸이 먼저일까? 막상 집에서 만들려고 보니 갑자기 헷갈리기 시작했다.
결국 찾아보니 김을 전체로 감싸 자르는 형태, 초밥처럼 가운데만 두르는 형태 등등 다양한 모양이 있지만 아무래도 밥-스팸-밥 순서가 일반적인 것 같다.
하와이안 무스비 만들기
1. 밥에 소금, 참기름 등 양념을 약간 한다.(모든 김밥류의 기본은 밥에 양념을 하는 것)
2. 스팸은 0.5cm 두께로 썰어 살짝 굽는데, 이 때 무스비 소스를 약간 넣는다.(없으면 간장+설탕으로 대체)
3. 계란을 풀어 소금간 약간 한 후 스팸 사이즈와 맞게 네모난 계란말이를 만든다. (더 크게 만들어서 모양에 맞춰 달라도 됨)
4. 밥-스팸-(그리고 넣고 싶은 것, 계란, 야채 등)-밥 순서로 넣고 무스비 틀을 이용해 네모 모양을 만든다.
5. 김으로 돌돌 말아 마무리 한다.
짭쪼롬한 스팸과 도톰하고 부드러운 계란말이, 달콤한 간장 소스가 잘 어우러진 무스비를 만들어 먹으면서 하와이를 추억한다.
기다려 하와이, 언젠가는 꼭 다시 갈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