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서 나는 나와 멀어졌다.
주도권이라는 주제로 내가 생활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게 뭔지 돌아보다가, 문득 ‘나’라는 사람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동네의 맛집, 커피 맛이 좋은 카페, 다니고 싶은 회사에 대한 정보는 줄줄이 꿰고 있는데, 정작 나 자신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는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나의 성향에 대해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은 있다.
‘눈치’
꼬맹이 시절 누구도 나에게 눈치를 보고 살라고 가르치진 않았지만 가정형편이 좋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부모의 눈치와 기분들을 살피고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며 살았었다. 오죽 어린애가 눈치를 보면 명절이나 가족모임이 있는 날에는 애늙은이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을까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로는 상사가 좋아할 만한 걸 먼저 생각했고 나 자신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주지 않았다. 직장에서 인정받고 싶어서 업무 관련 공부를 하고, 말을 더듬지 않고 잘하고 싶어서 독서모임에 나가 한 글자씩 소리 내서 읽는 연습도 했었다. 남들이 좋아하는 내가 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했는데, 왜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을까?
아마 첫 번째 이유는 돈이 안 되어서였고, 두 번째는 남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는 게 더 유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기 위해서는 더 어린 시절까지 돌아가봐야만 했다.
꼬맹이 시절 나는 뭘 좋아했을까?
어릴 땐 책 읽는 걸 정말 좋아했다. 발명가가 꿈이었던 나는 상상하는 걸 좋아했고, 자동화 기계(마치 택배 상하차 자동화 시스템처럼)를 만들어내는 나 자신을 상상하곤 했다. 위인전과 역사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삶을 머릿속에서 영화처럼 그려보는 걸 좋아했다.
그게 내가 가장 즐거워하던 어린 시절이었다. 나만의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을 만들어볼 수 있었으니깐.
10대가 되면서 책과는 조금 멀어졌다. 왜냐면 컴퓨터가 생겼기 때문이다. 상상하는 것보다 눈으로 직접 보고 즐길 수 있는 게 많아졌으니까. 그때는 컴퓨터 게임과 노래 부르기에 푹 빠져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엔 수업이 끝나면 곧장 노래방으로 향했다. 김경호 노래를 얼마나 불렀는지 정확히 기억도 나지 않는다. 목 상태를 위해 따뜻한 물을 챙겨 마시기도 했고, 나름대로 목 관리도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마치 가수 데뷔를 준비하는 사람처럼, 목표도 없이 노래만 주구장창 불렀었다.
그렇다면 20대의 나는 뭘 좋아했을까?
솔직히 말해서, 그때부터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떠올리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을 나누어 우선순위를 정해야 했고, 좋아하는 것은 나에게 우선순위가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나는 성인이 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멀어졌고, 지금 다시 ‘나’를 찾기 위해 어릴 적의 나로부터 나의 취향을 확실하게 알아보려고 한다
글을 쓰고 나에 대한 기록을 남기면 조금 더 내가 좋아하던 것들을 많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면서 말이다
여러분은 좋아하는 것과 얼마나 가깝게 지내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