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분이 누군가의 하루를 망치지 않도록
누구나 한 번쯤 타인의 기분에 휘둘려
하루가 망가졌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밥을 먹다 들은 한마디에 체할 뻔하거나
출근과 동시에 들려온 짜증 섞인 고함에
위축된 적도 있을 것이다.
감정이란 본디 들쭉날쭉한 법이고
사회생활 속에서는 좋았다가 나빴다가를
반복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글은
나의 감정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하루를 망치지 않기 위해
자제할 줄 아는 태도
내가 본 '어른'에 대한 이야기다.
인생을 살면서 진심으로 존경할 수 있는
어른을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내 인생이 롤러코스터 같다고 했지만
사람과의 인연만큼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으로 존경을 느낀 어른은
초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이었다.
그 시절의 기억은 희미하지만
감정만큼은 선명히 남아 있다.
감정 속 따뜻한 기억속으로 되돌아가보면
초등학교 기술 시간
야외에서 조립 실습을 하던 날이었다.
실습을 마치고 바깥에 앉아 멍하니 있던 중
갑자기 뒤통수에 쿵 하고 타격이 느껴졌다.
돌멩이가 떨어져 있었고
머리에선 피가 뚝뚝 흘렀다
당황과 공포로 식은땀을 흘린 채 선생님께 달려갔고
양호실로 향했다.
그날 밤 작성한 장문의 일기를 통해 선생님은 걱정과
놀람이 섞인 진심 어린 메시지를 남겨주셨다
그 메시지에 대한 기억이 정확하지 않아 아쉽지만
참 좋았어요 도장 옆에 있던
3줄가량의 메시지가 있었고 그 메시지는
누가 나에게 돌을 던졌는지
돌을 던진 범인이 누군지 찾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
따듯한 메시지였다.
선생님은 내 일기를 단순히 훑고
'참 잘했어요' 도장만 찍는 분이 아니었고
아이의 감정을 읽고
진심 어린 말로 답해주는 분이었다.
소심했던 나는 일기장 속에서
가장 솔직한 나를 드러냈고
그 공간에서 선생님은 매일
나의 하루에 귀 기울이며 응답해 주었다.
다시 시간을 현재로 돌리자.
성인이 되어 존경할 만한 어른을
다시 만난 장소는 놀랍게도 '직장'이었다
업무적으로 본받을 만한 상사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적으로까지 존경할 수 있는
상사는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냉소적인 태도로 직장 생활을 하던 나조차
그 "어른"을 보며 감정에 대한 생각을 고치게 만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자신의 나쁜 감정이나 기분을
절대 주변에 전파하지 않는 태도였다.
회사는 모든 구성원이
일정 이상의 성과를 내야 하는 곳이다
대학 조별과제처럼
웃으며 일하는 건 환상이라 여겼다.
각자의 포지션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해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회의에서 받은 공격적 피드백
타 부서의 비협조적인 태도, 타이트한 일정을 조율하며
겪는 짜증과 피로는 고스란히
표정과 말투에 묻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가 본 그는 달랐다.
동등한 연차의 후임들에게는 속내를 털어놨을지 모르지만
나처럼 한참 어린 후임이나 외부 팀과의 협업 요청 시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밝고 명랑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대했다. 마치 안좋은일은 없었다는것처럼
그의 태도는 마치 감정을 딛고 서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선장 같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내가 가졌던 가치관에 변화를 주게 된 시발점이 되었다.
나는 지금도 모든 사람에게 '친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 기분이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려 한다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어른스러움이고
나 역시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누군가 내 모습을 보고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수 있도록
쉽진 않지만, 꼭 지켜내고 싶은 삶의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