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드닝을 하다 보면 다양한 기쁨을 맛보지만, 역시 싹이 틀 때가 가장 빛나는 순간인 것 같다. 나는 스물여섯에 작가로 데뷔해 이제 겨우 아홉 해를 넘겼으니 아직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고 있을 뿐이다. 천천히 문학의 길을 밟아가며 위를 향해 올라가야 한다. 어쩌면 먼 미래에 내 작품이 문학상을 수상하거나 작가로서 기념할 만한 시기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데뷔했을 때만큼의 흥분은 느끼지 못할 것이다. 첫 싹을 세상 밖으로 내밀 때가 절정이니까.
- 햇볕이 아깝잖아요, 야마자키 나오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