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사랑하는 남편을 닮은 아이를 낳고 싶었다.
내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을 때 난 남편을 향한 나의 사랑의 크기에 깜짝 놀랐다. 세상에 이보다 더 애절하고 진솔하고 원초적인 사랑이 어디 있을까?
그럼에도 임신을 계획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 아이를 낳고 싶다는 욕구만큼 아이를 낳고 겪을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 컸기 때문이다.
임신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확고했을 때 나이 많은 한 지인은 내게 "보기보다 촌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아이가 생기면 낳는 거고 안 생기면 안 낳는 거지 그걸 미리 계획해서 안 낳겠다고 하는 것은 옛날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난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출산이야말로 철저한 계획에 의해 이뤄져야 되는 것 아닐까. 아이를 낳는 일은 엄청난 준비와 각오가 필요한 일 같은데 말이다.
임신을 준비하기까지 나와 남편 바리는 많은 이야길 나눴다. 남편은 경제적인 걱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내게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보편 진리를 설파하려 했지만 나는 죽을 때까지 가야 할 거 같은 그 절박하고 불안한 상황에 대해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며 걱정했다.
그날은 전 직장 동료의 결혼식이 있었다. 결혼식에서 돌아오는 길 나는 내게 축의금을 부탁한 선배 수정과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선배, 결혼식 잘 보고 이제 집으로 가요. 축의금 전달도 잘했어요."
"그래, 고마워. 그나저나 신혼 생활 재미는 좋아? 아이 계획은 아직 없고?"
나는 우선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아이를 낳고 싶다가도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망설여진다고. 이미 아이 둘의 엄마인 선배 수정은 말했다.
"아이가 없어도 돈은 늘 부족하더라. A야.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해. 그게 정답이더라."
여태껏 나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해왔다. 그래서 착실히 월급을 받고 통장에 저축하고 오늘 나간 축의금만큼 이번 달 지출에서 소비를 줄이기 위해 애써왔다. 선배와의 짧은 통화 후 나는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은 무엇일지. 만약 내가, 나이가 더 들고 폐경이 와 임신이 불가능한 몸이 되었을 때, 그때도 남편을 닮은 아이를 원한다면 내 삶은 어떻게 될까?
어쩌면 남편 바리가 늘 버릇처럼 말하는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라는 문장은 선배의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하라"는 말의 수식어였다. 그러니까, 두 문장을 합치면,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한다 해도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 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