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할머니의 운동화
신발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 신발 속에 그 사람의 성격이 담겨 있다고도.
유독 먼지 하나 없이 눈부신 신발을 신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신발의 뒤축이 무너지도록 구겨신은 사람이 있고, 바깥쪽 굽이 다 닳어져 버린 채 신발을 끌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당신 자신의 얼굴을 빼닮은 신발을 신고 있는 사람도.
오전 10시, 완주군 상관면의 한 마을.
낫처럼 허리가 구부러진 할머니는 자신처럼 나이 든 낫을 들고 계셨다. 쭈그리고 앉아 자신이 빌려 농사를 짓는 '넘의 땅'에 난 풀을 뽑고 계셨다.
그리고 난 그의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 이 신발은 누가 사주신 거예요?"
"아들들이 신다 나눴던 거야. 내가 주워 신었어."
"이야, 이거 되게 오래된 거 같다."
"솔찬히 오래되았지. 언제부터 신은 건지도 기억 안 나."
운동화는 세월을 알 수 없는 얼굴을 한채 그의 발에 신겨져 있었다. 운동화의 밑창은 진작 민낯을 드러냈다.
어설프게 묶인 운동화 끈이 정신없는 나날을 대신 설명했다. 아무렇게 구겨지고 찢긴 운동화의 표면은 나이 든 할머니의 고목나무 같은 손과 함께 늙어가고 있었다. 처음 본 객이 자신의 비루한 운동화를 주목하자, 할머니는 소녀처럼 부끄럽다.
"...늙은이라 새 거 신어봤자 소용없어서 기냥(그냥) 신고 다니는겨."
아직은 차가운 아침 공기, 봄이 오기 전 할머니는 봄을 맞이하는 땅을 일군다.
끝이 벼린 바람, 현란한 무늬의 두터운 덧신은 그가 마지막 겨울을 내치는 유일한 무기다.
19세 이 낯선 동네로 이사와, 82세가 될 때까지 그는 수십 번의 봄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도 올해의 봄을 기다리고 있다. 콩을 심고, 팥도 심어야 한다.
6남매를 '제대로 갈치지(가르치질) 못한' 못난 어미라, '그래도 훌륭하게 커준 자식들이' 용돈이라도 준다 하면 '너무 미안시러워(미안해서)' 콩이라도 심고 팥이라도 심어 팔아야 한다.
할머니에게 봄이란, 무릇 그런 것이다.
내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부지런해지는 계절이다.
미국의 한 온라인 건강의료전문지의 보도에 따르면,
신발만 보고도 그 신발 주인의 성별, 연령, 수입, 정치 성향, 성격까지 90%에 가깝게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신발 하나에 내 개인정보가 담겨있다는 말인데,
"정말이지 소름 끼치지 말입니다."
팔자걸음으로 걷는 탓에 왼쪽 굽이 늘 닳아있고, 털털한 성격 탓에 어딘가 흠집이 늘 나 있는데다,
신발 세탁방에 맡기는 주기가 2 어달 간격이 더 되니
이쯤 되니 누군가 내 신발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할지, 슬슬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내일은 신발장에서
가장 깨끗한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서야겠다.
(아 근데 깨끗한 신발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