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들은 늘 교사에게 묻는다.
"우리애 잘 하나요?"
우리 어머니도 그랬다.
"우리애 잘 하나요?"
고작 바이엘을 치는 딸내미 피아노 실력이 어떤지를 묻는 엄마의 목소리엔 은근한 기대감이 묻어있었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꾸준히 하면 좋은 실력이 될 거에요."
그렇다. 가능성이 있다는 말인지 아니라는 말인지 알아차릴 수는 없지만 중요한 사실은
난 그 '꾸준히'를 실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체르니 100으로 교재를 바꾸자마자 학원에 나가지 않았고
그렇게 피아노는 내 기억 속 장농에 들어갔다.
# 어느덧 2016년 12월
생각해보면 내가 보낸 피아노 앞에서의 시간은 도에서 시작해 다시 도로 끝나는 8개 음계를 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다시말해 난 도레미파솔라시도 밖에 못 치는 아이였다.
가끔 특별해 보이고 싶을때면 페달을 밟아 묵직하게 건반을 누르기도 했다. 그럴때면 내가 능숙한 연주가가 된 기분이 들었다.
피아노를 계속 배웠다면 어땠을까?
배우지 않았으니 그 결과는 알 수 없다.
모든 일은 시작이 중요하다.
그 시작을 유지해 나가는 것은 더 중요하다.
그리고 마무리를 잘 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2016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난 내게 묻는다.
지난 일년간 내가 시작한 일이 무엇이었고 그 일들은 어떻게 되어갔는지.
도레미파솔라시도를 한없이 연습했던, 하지만 조바심 내지 않았던 어렸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꾸준함은 여전히 없지만 조바심은 가득해진 것은 아닌지.
어찌됐든 이제 시기는 마무리를 할 때다. 단절된 끝이 아닌 다음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의 끝이다.
눈앞에 펼쳐진 모든 일들의 마무리를 잘 하는 것.
시작이 반이라면 마무리는 전부가 된다.
그것이 지금 내가 집중해야 할 과제다.
오늘의 한컷: 도레미피아노 (시작이 반이다-라는 의미로 주인장의 의중을 내멋대로 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