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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성장하자’는 말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

스타트업, 시작과 끝 사이

by Shadow Tipster

어떤 조직이든 시작은 비슷하다. 몇몇 사람이 모여 희망을 말한다. 그러나 시작이 같다고 해서 끝이 같지는 않다. 스타트업은 그 차이를 빠르게 보여준다. 시작과 끝 사이, 하나의 질문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우리는 왜 함께 있는가.’


대부분 이 질문을 하지 않는다. 급하니까. 먹고 살아야 하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싶으니까. 그렇게 출발한 관계는 보통 그렇게 끝난다. 이 문제를 방치하면 조직은 무너지지 않는다. 무너질 가치조차 없이 소멸한다.


초기 스타트업에는 몇 가지 흔한 장면이 있다.


첫째,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어려우니 함께 고생해보자. 나중에 보상은 따라올 것이다.”

말은 쉽다. 그러나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무엇을 어떻게 잘되게 만들 것인지, 잘됐을 때 무엇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아무것도 없다. 구체적이지 않은 희망은 의례적이다. 사람은 의례만으로 버티지 못한다.


둘째, 고생을 말한 사람이 고생에 관심이 없다.

영업, 고객 대응, 청소, 짐 나르기, 관공서 서류 제출 등 소위 말하는 가오 떨어지는 일은 대표의 것이 아니다.

회의가 끝나면 누군가가 의자를 정리하고, 커피가 떨어지면 막내가 채운다. 급한 서류가 생기면 누군가가 뛰어야 한다. 거래처로 뛰고, 세금 문제로 관공서 앞에 줄을 서는 건 ‘팀’의 몫이다.

대표는 중요한 회의가 있다. 늘.

조직은 무거워지고, 가오를 지키는 사람은 가벼워진다.

그리고 그 무게를 버티지 못한 신뢰는, 어느 순간 바닥을 친다.


셋째, 미래에 대한 대화가 없다.

대신 눈앞의 작업을 소화한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묻기 시작한다.

‘내가 이곳에 쓰는 시간은 무엇을 남기는가.’

이 질문은 게으름이 아니다. 본능이다.

그러나 대답은 없다. 대신 대표는 언젠가 이렇게 말한다.

“개인의 성장과 비전은 스스로 챙기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다만, 타이밍이 이상하다.

사람은 의외로, 말의 진위를 말이 아니라 타이밍으로 알아차린다.


넷째, 소통의 부재.

뜻이 맞든 맞지 않든, 말을 해야 한다.

특히 스타트업처럼 불확실성이 기본값인 조직일수록 더 그렇다.

사람들은 답을 몰라서 불안한 것이 아니다.

답을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더 불안하다.

지금 이 프로젝트가 어디쯤 와 있는지, 우리가 맞게 가고 있는지,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이런 기본적인 상황 설명조차 없이 "일단 버텨보자"는 말만 반복될 때, 사람들은 불안해진다.

'잘하고 있는 건가?', '방향이 맞는 건가?',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지?'

물음표는 쌓이지만, 설명은 없다.

자주 모여 상황을 공유하고, 작은 단위라도 합의하고, 앞으로의 불확실성까지 함께 나누는 일.

그게 소통이다.

회의를 열지 않아도 좋다. 대신 말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어디쯤 와 있는지,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스타트업이 망하는 건, 사람들이 몰라서가 아니다.

몰라야 할 이유조차 몰라서다.


결국 하나의 문제로 귀결된다.

조직은 미래 가치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

우리는 어떤 문제를 풀려고 하는가?

어떤 방식을 택하려 하는가?

어떤 세상을 꿈꾸는가?

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면, 구성원들의 시간은 결국 버려지게 된다. 대표가 아무리 ‘고생’, ‘비전’, ‘성장’을 말해도, 사람들은 듣지 않는다. 사람들은 태도를 듣는다.

침묵하는 태도, 자기만 챙기는 태도, 약속을 미루는 태도.

조직이 말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떠난다.


스타트업의 초기는 힘들다.

그러나 힘듦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힘듦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미래를 말할 수 없는 조직은, 미래를 갖지 못한다.

그러므로,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것은 대단한 기술도, 번지르르한 피칭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한 가지.

미래를 말할 언어, 그리고 그것을 지킬 태도.


그리고 당신은,
지금 누구와 함께, 무엇을 향해, 존재하고 있는가?
혹은, 이미 그 답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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