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시간

by 스팅비 StinGBee

[PART 1/3] 너를 품에 안으면 [26장-1부] — 꺼진 시간, 남은 문장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26-1)

방이 한 번 꺼졌다.

선율은 눈을 떴다.

처음엔,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부터가 현실인지 분간이 안 됐다.

숨이 아니라—머리가 먼저 무거웠다.

휴대폰 화면은

시간이 바뀌어 있었다.


“눈만 감았는데.”


그 문장이 입술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목 안에서만 굴렀다.

선율은 소파 팔걸이를 잡았다.

손에 힘이 들어가는데, 감각이 한 박자 늦게 따라왔다.

그는 노트앱을 열었다.

커서가 깜빡였다.
그 깜빡임이 이상하게 멀었다.


[참고] 다음 통화는 부담 주지 말 것. 안정 우선.

자기가 쓴 문장인데, 남의 메모처럼 느껴졌다.


그게 더 무서웠다.

선율은 손바닥을 문질렀다.

손이 차가웠다.
차가운 손이 아니라—차가운 판단.

원래라면, 지금 해야 하는 건 하나였다.

본인 확인.

신원 확인.
동의.
기록.


근데 선율은 그 단어들을 머리에서 하나씩 꺼내다 말고, 다시 넣었다.
꺼내는 순간—무너질 것 같아서.

그때, 폰이 울렸다.


윤서였다.

선율은 잠깐 멈췄다.

지금 받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분명히 있었는데,

손이 먼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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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율: “네.”

윤서(전화): “신 경사님… 괜찮으세요?”

윤서(전화): “어제 통화 끝나고, 제가 너무 걱정이 돼서요.”


선율은 목 뒤쪽을 만졌다.
땀이 아니라—식은 느낌이 남아 있었다.


선율: “괜찮습니다.”

선율: “방금… 잠깐 졸았습니다.”

윤서(전화): “아…”

윤서(전화): “죄송해요. 제가 괜히 깨운 거죠?”


그 “죄송해요”는 사과가 아니었다.
선율이 더 말하게 만드는 장치였다.


선율: “아닙니다.”

선율: “무슨 일 있으십니까?”

윤서(전화): “다인이 가요…

오늘 아침에 눈을 떴는데, 또 올라왔대요.”

윤서(전화): “영상이요.”


선율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선율: “영상이라면… 어떤.”

윤서(전화): “어제보다 더 심해요.”

윤서(전화): “사람들이요…

‘이젠 증거가 나왔다’고—그렇게 말해요.”


선율은 침을 삼켰다.
‘증거’라는 단어가, 수사 본능을 건드렸다.

윤서(전화): “신 경사님…”

윤서(전화): “오늘… 잠깐만이라도, 화상으로

‘인사’만 가능할지 제가 조율해 볼게요.”

윤서(전화): “정말 잠깐만요. 부담드리기 싫어요.”


부담.
그 단어가 선율을 묶었다.

부담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선율: “괜찮습니다.”

선율: “가능하시면… 짧게 하겠습니다.”

윤서(전화): “감사합니다.”

윤서(전화): “정말요.”


선율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하면, 이게 더 커질 것 같아서.

통화가 끊겼다.

선율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머릿속에서 한 문장만 반복됐다.

“가능하시면…”


가능하시면.
가능하시면.
가능하시면.


그는 자신도 모르게—노트앱에 새 줄을 열었다.

[오늘] 화상 통화 가능 여부 확인. 안정 우선.

기록이 늘어날수록, 그는 더 안심했다.

안심이라는 착각이 더 깊어졌다.

그리고 선율은 아직 몰랐다.

지금 이 “안정”이,
누군가에게는 가장 완벽한 수사 방해라는 걸.


[PART 2/3] 너를 품에 안으면 [26장-2부] — 검색어가 된 이름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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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같은 시간, 같은 도시인데 공기만 달랐다.
무언가가 끓어 넘치는 것이 아니라, 밑바닥에서부터 천천히 상해 가고 있었다.
도시는 멀쩡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윤아와 다인이의 속은 이미 썩기 시작한 뒤였다.

윤아는 휴대폰 화면을 보다가 손에 힘을 잃었다.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검색창에 딸의 이름이 떠 있었다.
누군가에게 불려야 할 이름이,
지금은 누군가가 겨눈 표적처럼 박혀 있었다.


윤아: “다인아.”

윤아: “핸드폰 내려놔.”


거실 한쪽.
다인은 소파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후드 끈을 끝까지 조여서, 얼굴이 반밖에 안 보였다.


다인: “엄마…”

다인: “나… 내가 뭘 잘못했어?”


윤아는 그 질문이 제일 무서웠다.
잘못한 게 아니라,
당한 거니까.

그런데 당한 사람은 늘,
자기부터 의심하게 되니까.


윤아: “너 잘못한 거 없어.”

윤아: “하나도 없어.”


다인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 밑이 깊게 꺼져 있었다.
몇 시간을 누워 있었다고 해서 생기는 얼굴이 아니었다.
밤새 한숨도 못 잔 사람처럼, 공포에 오래 붙들려 있다가 간신히 숨만 쉬고 있는 얼굴이었다.

다인: “사람들이… 이게 증거라잖아.”

다인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울어서 쉰 목소리도 아니고, 소리를 참고 또 참다가 끝내 갈라진 목소리였다.

다인: “진짜처럼 보이는 정도가 아니야.”

다인: “너무 진짜 같아서… 사람들이 내 말보다 저걸 더 믿어.”


윤아는 그 말에 숨이 막혔다.

“진짜처럼.”

그게 이 시대의 폭력이었다.
윤아는 바로 전화를 눌렀다.


변호사.

윤아: “오, 변호사님.”

윤아: “오늘 안에 접수 가능하죠?”


변호사(전화): “가능합니다.”

변호사(전화): “고윤아 씨, 일단 유포 링크들부터 다 모으세요.”

변호사(전화): “원본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초기 업로드가 핵심이에요.”


윤아는 소파 옆 바닥에 떨어진 태블릿을 집었다.
딸이 보다가 던진 거였다.
화면엔 댓글이 떠 있었다.

‘엄마가 국민배우면 뭐 하냐’
‘딸은 결국 관리도 못 했네’
‘증거까지 떴는데 왜 아니래’
‘이 정도면 그냥 끝난 거지’
‘엄마 얼굴에 먹칠 제대로 했다’
‘팬들이 또 쉴드치겠네 ㅋㅋ’


윤아는 그 문장들을 읽다가, 어느 순간 멈췄다.
눈이 아니라—손끝이 먼저 차가워졌다.


윤아: “다인아.”

윤아: “나랑 약속해.”

윤아: “지금부터 이거… 혼자 보지 마.”

다인: “근데 엄마…”

다인: “나… 사람들이… 진짜로 믿는 것 같아.”

다인: “그냥 영상이 퍼진 게 아니라…”

다인: “누가 나를 흉내 내는 게 아니라…”

다인: “마치 어딘가에… 또 다른 내가 진짜로 있는 것 같아.”

다인: “너무 무서워.”


윤아는 대답을 못 했다.
대답하면, 딸이 무너질 것 같아서.
윤아는 방향을 바꿨다.


윤아: “지금까지 퍼져 있는 건 내가 처리할게.”

윤아: “너는 지금… 아무 생각 말고 엄마만 믿어.”


다인의 어깨가 한 번 크게 들썩였다.
울음을 참는 소리였다.

그때, 다인의 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

다인은 본능적으로 움찔했다.
윤아는 바로 폰을 낚아챘다.


윤아: “받지 마.”

다인: “근데… 계속 와.”

다인: “메시지도…”


윤아가 메시지를 확인했다.
사진.
딸이 ‘어딘가’에서 찍힌 것 같은 사진.
각도.
빛.
초점.

너무 현실적인 ‘감시’였다.

윤아는 다인의 휴대폰 화면에 떠 있는

메시지를 보는 순간, 목이 딱 굳었다.


윤아: “이건… 유출이 아니라…”

윤아: “누가… 우리를 보고 있어?”


다인의 눈이 흔들렸다.

다인: “엄마, 나…”

다인: “나 집 밖에 나가면…”

다인: “사람들이 나를…”


윤아는 딸의 말을 끊었다.

윤아: “봐.”

윤아: “지금 이건 네가 감당할 일이 아니야.”

윤아: “엄마가 한다.”


그 순간, 윤아는 깨달았다.
이건 단순히 딸을 망가뜨리는 게 아니라,

자기를 찢는 방식이었다.


윤아는 오 변호사에게 다시 전화를 걸고 말했다.

윤아: “오, 변호사님.”

윤아: “이건 국내만 아니에요.”

윤아: “유포 계정들… 해외로 연결돼 있어요.”

윤아: “지금 당장 수사 착수해야 돼요.”

윤아: “그리고…”

윤아: “필요하면 해외 공조까지.”

변호사(전화): “네.”

변호사(전화): “경찰 접수 먼저 하고,
플랫폼 삭제 요청을 동시에 진행하죠.”

변호사(전화): “해외 서버면…
미국 쪽 협조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윤아는 그 말에서 숨이 더 막혔다.
미국?
왜 하필 미국까지...

윤아는 몰랐다.
그 먼 텍사스에서, 윤서가 AI로 다인의 얼굴과 목소리를 베껴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선율을 조금씩 흔들고 있다는 걸.

진짜 다인과 가짜 다인이
같은 시간, 서로 다른 나라에서 움직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윤아는 다인의 손을 잡았다.
다인 손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윤아: “다인아.”

윤아: “엄마가 반드시 찾아.”

윤아: “어디서 시작됐는지.”

윤아: “왜 너인지?”


다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 눈물은 윤아를 더 빨리 움직이게 만들었다.


[PART 3/3] 너를 품에 안으면 [26장-3부] — 협조 요청

(When I Hold You in My Arms — E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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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찰서.
사이버 수사팀.

윤아의 진술은 길지 않았다.

증거가 길었다.


링크.
캡처.
계정.
업로드 시간.
유포 속도.


경찰: “초기 유포 경로부터 확인하겠습니다.”

경찰: “현재로선 AI 합성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찰: “문제는 속도예요.”

경찰: “진위 판별이 나오기도 전에 이미 사실처럼 퍼지고, 사람들은 그걸 먼저 믿습니다.”


윤아는 그 말에 입술이 하얘졌다.

윤아: “그럼…”

윤아: “찾을 수 있어요?”


경찰은 키보드를 두드리며 말했다.


경찰: “찾아야죠.”

경찰: “다만… 해외 연결 흔적이 보여요.”

경찰: “이런 건 국내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경찰: “필요하다면 해외 쪽으로 협조를 요청하고 공조해야 됩니다."


윤아가 바로 물었다.

윤아: “공조요?”

경찰: “네.”

경찰: “미국 쪽 협조가 필요할 수 있어요.”

경찰: “서버, 계정, 접속 흔적…

다 해외에서 흘러들어오고 있습니다.”


윤아는 눈을 감았다 떴다.
지금은 울 때가 아니었다.


윤아: “그럼 바로 진행해 주세요.”

윤아: “지금 당장.”


경찰은 잠깐 윤아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 “공식 요청 절차를 준비하겠습니다.”

경찰: “미국 쪽 디지털 수사 협조가 가능한 부서로요.”


그 시각.

선율의 집.

선율은 또 손바닥을 문질렀다.

손이 차가웠다.
그 차가움이 익숙해지는 게 더 불편했다.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은 윤서였다.

선율은 생각할 틈도 없이 전화를 받았다.


윤서(전화): “신 경사님.”

윤서(전화): “다인이가 지금 잠깐 통화할 수 있대요.”

윤서(전화): “바쁘신 거 아는데, 정말 잠깐만 인사하고 싶다고 해서요.”

윤서(전화): “경사님이랑 잠깐이라도 얘기하면 좀 안심이 되나 봐요.”

선율: “네, 알겠습니다.”

선율: “지난번에 받아 둔 링크를 열어 두고 있겠습니다.”


통화가 끊기자 선율은 잠시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가슴 한쪽이 이상하게 조여 왔다.
별말도 아닌데, 마치 선을 하나 더 넘는 느낌이 들었다.

선율은 곧바로 저장해 둔 링크를 열었다.
노트북 화면이 켜지기 전, 손끝이 먼저 차가워졌다.


윤서(전화): “그리고 신 경사님…”

윤서(전화): “부탁 하나만요.”

윤서(전화): “다시 말씀드리지만 캡처나 녹화는…

안 하시는 걸로해주세요.”

윤서(전화): “다인이가… 그거에 예민해서요.”

“지금 워낙 다인이의 가짜 영상 사진이 돌고 있어서요.”


선율은 잠깐 멈췄다.

‘원래라면.’

그 말이 떠오르자 머릿속에는 먼저 기록을 남기고,

증거를 확인하고, 절차대로 움직여야 한다는 익숙한 질서가 따라붙었다.

근데 선율의 머리는 그 단어보다 먼저 다른 문장을 꺼냈다.

지금 필요한 건 판단이 아니라 안정이었다.
누가 맞는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따질 때가 아니었다.
일단 다인이를 무너지지 않게 붙잡는 게 먼저였다.


선율: “알겠습니다.”

선율: “그렇게 하겠습니다.”

윤서(전화): “감사합니다.”

윤서(전화): “그럼 부탁드려요.”


통화가 끊기고, 링크가 왔다.

선율은 클릭했다.

화면이 켜졌다.

처음엔 흐릿했다.

초점이 잡히기 전의 얼굴이—더 사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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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윤서): “… 안녕하세요.”


선율의 목이 한참 잠깐 메었다.


선율: “안녕하세요.”

선율: “괜찮으십니까?”


다인(윤서): “네… 어제보다… 조금은요.”

다인(윤서): “엄마랑 친구분이…”

다인(윤서): “신 경사님이 정말 괜찮은 분이라고…”

다인(윤서): “다시 꼭 감사하다고 전해드리래요.”


그 말은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관계의 언어로 들어왔다.

선율은 수사관으로 남아 있어야 했지만,
조금씩 그 자리를 놓치고 있었다.


선율: “아닙니다.”

선율: “오늘도…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선율: “아니면 정말 인사만 하고 끊으셔도 괜찮습니다.”


다인(윤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주 짧게 웃었다.

다인(윤서): “아저씨는…”


선율의 시선이 미세하게 멈췄다.

다인(윤서): “아… 죄송해요, 경사님.”

다인(윤서): “제가 방금 말실수한 거예요.”

다인(윤서): “근데 혹시 괜찮으시면…”

다인(윤서): “그냥 아저씨라고 불러도 돼요?”


선율은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경사님이라는 호칭은 분명 선 안에 있었다.
그런데 아저씨라는 말은, 이상할 만큼 쉽게 그 선을 넘어왔다.


선율: “네.”

선율: “편하신 대로 하셔도 됩니다.”

다인(윤서)이 다시 작게 웃었다.


다인(윤서): “그럼… 아저씨.”

다인(윤서): “사실 저… 요즘 떠돌고 있는 가짜 영상 때문에 너무 힘들거든요.”

다인(윤서): “이제는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 몇 명까지도… 저를 잘 못 믿겠다고 해요.”

다인(윤서): “그런데 아저씨는…”

다인(윤서): “절 진짜로 믿어 주는 것 같아서 고마워요.”

다인(윤서): “마음이 아직 다 놓인 건 아닌데…”

다인(윤서): “아저씨랑 이야기하면 조금은 편해지는 것 같아요.”


선율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가슴 안쪽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자기가 지금 붙잡고 있는 게 진술인지,
사람인지,
순간 구분이 흐려졌다.

그 웃음과 그 호칭이 선율의 하루를 바꿨다.

화면이 꺼졌다.


선율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노트앱을 열었다.

커서가 깜빡였다.

그는 타이핑했다.

[고다인 — 화상 통화(인사) / 상태: 전일 대비 호전]

[특이 표현: 감사 인사 전달]
[주의: 부담 주지 말 것. 안정 우선.]


입력하고 나니, 머릿속이 정리된 것 같았다.
정리됐다는 착각.

그게 제일 위험했다.

그는 잠깐 눈을 감았다.

정리하려고.

정말로 정리하려고.

그런데.

눈을 뜬 순간, 방의 공기가 달랐다.


시간이… 또 건너뛰어 있었다.

휴대폰 화면 위 숫자가 바뀌어 있었다.

선율은 그 숫자를 멍하게 바라봤다.


“잠깐이었는데...”


그는 소파 팔걸이를 잡았다.

손에 힘이 들어가는데, 감각이 늦게 따라왔다.

입안이 말랐다.
혀가 무거웠다.


선율은 일어나려다가 다시 앉았다.

앉은 게 아니라—주저앉은 느낌이었다.

그때, 폰이 한 번 더 울렸다.

이번엔 윤서가 아니었다.


익숙한 번호가 화면에 떴다.

선율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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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드(전화): “야, 로버트.”

아사드(전화): “너 지금 괜찮아?”


선율: “어, 아사드, 무슨 일이야?”


아사드(전화): “한국에서 공조 수사 요청 들어왔어.”

아사드(전화): “연예인 사칭, 가짜 사진, 가짜 영상 유포.”


아사드(전화): “근데 이상하게…

캄보디아 콤파운드랑 냄새가 겹쳐.”


선율은 눈을 한 번 더 깜빡였다.
깜빡임이 느렸다.

머릿속이 한 박자 늦게 따라왔다.


선율: “콤파운드?”


아사드(전화): “응.”

아사드(전화): “예전에 한국 영사관을 사칭해서 사기 치던 그 라인.”

아사드(전화): “피해자들한테 ‘공식기관’인 척 접근하던 방식이랑,

이번 유포 방식이랑—너무 닮았어.”


선율: “근데 그게 왜 우리에게로 바로 오지?”

아사드(전화): “연방 쪽에서 먼저 내려왔어.”

아사드(전화): “너… 영사관 사칭 사건 라인에 우리들 이름 걸려 있잖아.”

아사드(전화): “그래서 그 라인을 통해서 돌다가 당담했던 너한테 떨어진 거야.”


선율은 소파 팔걸이를 잡았다.
손에 힘이 들어가는데, 감각이 늦게 붙었다.


선율: “자료는?”

아사드(전화): “지금부터 넘어올 거야.”

아사드(전화): “야, 로버트.”

아사드(전화): “이거 생각보다 판이 커.”

아사드(전화): “그리고… 한국 쪽 피해자 이름도 떴어.”

아사드(전화): “고다인.”

아사드(전화): “한국에서 꽤 뜬 연예인인가 봐.”

아사드(전화): “야, 잠깐.”

아사드(전화): “그때 네가 투자사기로 조사했던 여자, 최윤서.”

아사드(전화): “걔도 한국 연예인이었지?”

아사드(전화): “뭐야 이거.”

아사드(전화): “왜 이렇게 한국 연예인들 건이 자꾸 우리 쪽으로 걸려 들어오냐?”


선율의 목이 잠깐 메었다.

선율: “고다인…”

아사드(전화): “그래.”

아사드(전화): “너 지금… 상태 괜찮아?”


선율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아사드(전화): “야, 로버트.”

아사드(전화): “지금 네가 흔들리면, 이 사건이 널 집어삼킨다.”

선율: “괜찮아.”

선율: “걱정하지 마. 아직 감당할 수 있어.”


하지만 그 말을 입안에 내는 순간에도 선율은 알지 못했다.

자기는 그저 흔한 사건 안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실제로는 윤서가 미리 만들어 놓은 문 안으로,

스스로 한 걸음씩 더 깊이 들어가고 있었다.


—다음: 27장-1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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