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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loe J Feb 24. 2024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

파리를 다녀오지 않았다면 가보지 않았을 전시였다. 그리고 탄생 90주년 기념전이라는 글자가 눈을 끌었다. 1990년에 전업작가로 활동을 시작했고 이제 90의 나이가 되었다. 그의 전시 소개에는 이런 소개가 있다.

"파리의, 파리를 위한, 파리에 의한 파리지앵의 정수를 담은 현존 화가"


파리에서 들었던 가장 가슴을 설레게 했던 개념이 있다면 파리지앵이었다. 사실 많이 들어본 말이었지만 그게 뭔지에 대한 감흥은 전혀 없었고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냥 단순히 파리에 사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프랑스 여행을 갔을 때 직업이 화가였던 20년째 그곳에서 살고 있는 가이드님이 파리지앵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파리지앵은 주머니 속에 오늘 하루 쓸 수 있는 5유로만 있어도 행복한 그런 사람이다. 1.5유로, 바에서 마시는 에스프레소와 3유로 바게트 만으로 행복하다. 그들의 행복은 편리함과 물건으로 채울 수가 없다. 그들의 행복은 노천카페와 눈만 돌리면 흐르는 센강과 정돈된 눈이 즐거운 건물과 공원에 있다. 그리고 그걸 누리는게 파리지앵의 행복이다. 


내가 본 파리는 그랬다. 도로도 편리와는 상관이 없는 마차를 깔던 포석돌로 지금도 유지하고 있었다. 얇은 벽에 좁은 아르누보식 오스만형태 주상복합 건물이 어딜 가나 비슷한 높이, 모양으로 그림처럼 서있었다. 벽과 벽이 틈 없이 놓여 보기 좋고 정돈되고 일체감 있지만 벽이 얇아 옆집 소리가 다 들리고 골목길이 없어 한참을돌아가야 했다. 우리나라였다면 다 바꿔버리고 그 땅값 비싼 곳에 높다란 건물을 세우려 하지 않았을까?


미셸 들라크루아는 14 구역에서 태어났다. 음... 16 구역이 파리지앵이라면 모두 살고 싶어 하는 곳이라고 들었고, 7역은 부촌이라고... 14 구역을 더듬어본다. 파리는 직관적이고 작은 도시다. 파리에서 일주일만 보냈다면 미셸 들라크루아의 시선이 머문 곳을 자신의 스토리를 넣어 그의 그림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관람을 온 사람들 중에 파리를 다녀온 사람이 많아 보였다. 그림을 보면서 "여기! 그때 우리 산책하다가..." 이런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낭만적인 그림에서 딸과 함께 우리가 갔던 곳들을 이야기 나눴다. 다녀온 사람들 눈에만 보이는 개선문, 루브르, 루브르 마당에 있는 작은 개선문. 우리가 걸었던 거리, 불타버린 노트르담성당의 황량함과 불타기 전 그림 속의 그 위풍당당한 모습, 우리가 묶던 호텔과 근처에 있던 몽마르뜨, 우리가 밟았던 공원과 다리들...


"벨 에포크"란 말은 "옛날 좋았던 시절"을 말한다. 미셸 들루크루아 그림 속에는 내가 가본 파리가 있었지만 그 속의 인물들은 요즘의 모습은 아니었다. 긴 드레스 느낌의 원피스를 입은 여자들, 마차, 꽃 파는 아가씨, 고풍스러운 자동차... 화가의 파리는 지금이기도 하면서 그에게 가장 행복했던 1930년 이기도 했다. 그 속에는 어린 미셸과 그의 애완견 퀸이 있다. 미셸 들라크루아는 그림을 다 그리고 퀸을 그려넣고 서명을 남긴다고... 그림 속 퀸을 찾는 재미도 함께 맛볼 수 있다. 그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 속, 내 눈에도 지금과 같았던 파리, 그 속에서 내 추억 찾기!!

보통 책을 읽어도 자신의 관점에서 닿는 부분을 느끼며 읽는다. 그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미셸의 오르세는 기차역이었겠지만 나에게는 미술관인 것처럼...

이 화가는 빛의 표현이 특별히 아름답다. 동화책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고 특별한 의미를 주는 작가의 의도를 고민해봐야하는 그런 그림이 아니라 그냥 행복하기 위해서 사랑하는 것들을 그린 작가의 마음이 엿보이는 그림이다. 그래서 그 그림을 보는 우리도 행복하다. 파리를 다녀온 사람은 추억에 젖고, 파리를 다니러 갈 사람은 엽서 한 장 간직한 다음 가져가보면 어떨까 싶다. 파리 거리를 누비고 있을 때는 사실적이던 그곳의 풍경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때쯤이면 미셸 벨라크루아의 그림처럼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으로 다시 그려진다. 

딸과 둘이서 떠났던 여행지를 다시 한번 다녀왔다. 우리에게 행복한 추억이라 너무나도 소중한...

굿즈도 사고, 사진도 찍고, 파리를 추억하며 파리크라상에서 크라상도 먹었다. 크라상은 파리에서!! 파리크라상의 크라상은 우리나라에서 먹는 크라상 중에는 맛있었지만 파리 작은 호텔에서 기대 없이 먹던 크라상에 맛있어서 깜짝 놀랐던 기억!

3월 31일까지 전시를 한다. 예약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으나 평일 아침 오픈런이었으나 사람이 많았다. 주말에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능하다면 오픈런을 살짝 추천해 본다. 오디오가이드는 H포인트몰에서 4000원에 들을 수 있다. 그. 러. 나 이렇게 감성적이고 아름다운 그리고 그림 속에 이야기가 많이 담긴 그림은 함께 가는 사람과 소곤소곤 이야기 나누며 들으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그림 속에 미셸과 퀸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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