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두어번 밖에 못가는 친정에서 돌아오면 언제나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해가 갈 수록 늙어가시는 부모님이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더했던 것 같다. 원래 사진을 잘 안찍에서 돌아오는 기차에서 그거나마 남기지 못한 것을 후회하기 일쑤였다. 찍어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해마다 휴대폰 속 앨범을 정리하고나면 하드에 저장된 사진을 꺼내보는 일이 거의 없다. 어쩌다 다시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어도 바로 볼 수 있는게 아니라 켜고, 열고, 찾아야하니... 오지않는 '다음'을 기약했다.
몇해전 경상북도 영주 작은 도시에 인생네컷이 생겼다. 그리고 이곳은 우리의 루틴이 되었다. 처음에 어색해하던 부모님 모습은 이제는 찾아볼 수 없다. 모두들 가장 특이하고 재미있는 모습으로 꾸미기 바쁘다. 그 시간 자체가 선물이다. 머리띠, 가면, 선글라스 수도없이 바꿔가며 오늘의 베스트를 꿈꿔본다. 오늘의 베스트는 나다. 한쪽 구석에 볼품없어보이는 닭다리를 찾는순간 베스트를 확신했다. 컨셉은 "치맥"
멀리 떨어져 사는 부모와 이런 사진을 남기면 몇가지 좋은 점이 있다. 한번찍고 몇번보다 사라지는 사진이 아니라 냉장고 옆면을 컬렉션으로 차지한 재미있기까지한 사진들은 우리의 변천사를 보여준다. 우리가 친정에가면 당연한 행사처럼 이곳을 다녀온다. 냉장고에 붙은 사진을 다 가져와 이때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손녀가 얼마나 많이 컸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살가운 딸이 아닌 나는 이런 곳에가서나 엄마를 안고 아빠께 기댄다. 그리고 모두가 많이 오래 웃는다. 이 한번의 기억은 한번이 아니라 우리가 다녀가지 못하는 동안 냉장고 옆 컬렉션에서 부모님을 미소짓게한다.
우리집에도 사진을 모아둔 곳이있다. 딸의 드림보드 한켠이다. 물어보지는 않았다. 핵가족을 넘어 핵개인화 된 요즘이지만 딸은 만나지 못할때도 이따금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추억하고 있는게 분명했다.
인생네컷 루틴의 부작용도 있다. 이제 딸은 멀쩡한 사진을 잘 안찍는다....
나는 어릴적부터 미술을 배우고 싶어했다.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고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늘 부러웠다. 자유로워 보였다. 보고 느낀것을 말로 표현하는게 아니라 그림으로도 표현한다는게 대단해 보이기 까지 했다. 특히나 만년필 드로잉이나 크로키를 하는 사람은 진짜 나와는 다른 종류인듯 느껴졌다.
엄마와 함께 간 와플카페에서 아름다운 장면을 봤다. 딸이 할머니와 사진을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얼마나 뭉클하던지 단지 사진으로 남길 수 없다는 생각에 나의 첫 스케치?(저런걸 스케치라고 해도될지..)를 시도해봤다. 엄마는 그림을 좀 배우라고... 딸은 자신을 남자처럼 그렸다는 둥, 등이 곱추라는둥 비판이 쏟아졌지만 나는 마음에 들었다. 저 어설픈 그림속에 내 감정이 들어있다.
이건 나를 위한 추억을 특별하게 기억하는 방법이다. 한장면을 특징잡아 검정색으로 슥슥! 배우고 싶다. 이것도 타고난건 아니더라도 방법이 있겠지? 관찰의 영인듯 보였다. 피상적으로 특징을 잡는것 뿐만 아니라 물체를 입체적으로 꿰뚫어야 옮길 수 있는 관찰의 영역! 꼭한번 배워보고 싶지만... 배우고 그리려다 마흔이 넘었으니 우선 좀 그려보고 배울 기회를 찾아야겠다.
특별한 추억을 남기는 방법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런걸하며 마음을 담고 있어요. 다른 좋은 방법있으면 공유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