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 경제생활, 독서, 자연, 인생, 배움
월든!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이렇게 두꺼운 책으로 보여준 저자. 얼마 전 딸과의 여행을 다녀오며 여행기를 쓰고 싶었다. 그런데 그 일이 쉬운 게 아니었다. 자연은 늘 그렇게 있고 그 깨달음을 우리가 얻도록 기다려주지만 사유라는 게 만만치 않았다. 세상 모든 감각은 모두에게 다르게 다가온다. 누군가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자연물일 뿐이고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가르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저자가 부럽다. 저자가 받은 숲의 당부가 생각난다.
"깨어나 맑은 정신으로 진짜 새벽을 맞이하고 변화하는 세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라. 그렇지 않으면 태양은 아침에 뜨는 별에 지나지 않는다."
언젠가 나도 자연에게 직접 경험으로 감동받는 날을 꿈꾸며 오늘은 간접경험인 책에서 저자의 생각을 통해 자연을 배워본다. 이 책에 내 마음을 두드린 2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삶의 단순화, 다음은 북소리였다.
삶을 단순화하고 또 단순화하라.
내가 돌아본 내 일상은 복잡하기가... 이제는 한 귀퉁이를 줄여야만 그 어떤 것도 시도라도 해볼 수 있을 정도로 복잡하고 많아졌다. 욕심이 많아서, 궁금한 것도 많아서,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탓에 늘 JUST DO IT을 외치며 시작하고 보니 당연히 리스트는 늘어났다. 성격상 중간에 일을 그만두는 걸 불편해하고 계획도 치밀하게 짜기 때문에 일이 하나씩 늘 때마다 다른 일들의 목표를 줄이고 계획을 변경해 가며 다양하게 만물상처럼 하루하루를 꾸려가고 있다. 하고 있는 프로젝트만 봐도 그렇다. 블로그 키우기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복잡하지는 않았다. 당시 저품질 블로그를 만든 나름의 충격으로 많은 일을 마무리하고 정리했었다. 이후 다시 활력을 찾으며 열정도 타올랐다. 블로그 프로젝트 이후에 만들어진 프로젝트만 여러 개다. 여행 프로젝트, 전자책 프로젝트, 철학 프로젝트, 스페인어 프로젝트, 미니멀라이징 프로젝트... 딱 봐도 1년 이상이 걸리는 것들도 섞여있다.
하나하나는 내 삶의 나침반을 향해 있었고 할 이유는 충분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나라는 사람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흔들림이라는 것을 혼자 자각하지 못했다. 22년부터 운영 중인 유튜브에 한주에 1개의 영상은 늘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3주째 올리지 않고 있다. 다른 일에 치여 우선순위가 밀리게 된 일들은 "이 일이 진짜 의미가 있나?"라는 질문으로 나를 시험한다. 당연히 처음 시작한 일이 더 재미있고 의지가 불타오를 테고 내 에너지와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자기 합리화에 들어간다.
"그래, 내 유튜브 채널... 내 영상을 누가 기다려준다고..." 월든 덕분에 처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에 구독자 5명인 상태로 한 달을 머물렀을 때 한 달 동안 10개씩 동영상을 올렸다. 아무도 관심 없어도 그렇게 재미있었다. 고작 2년 하고 자기 합리화하고 있는 자신이 갑자기 부끄러웠다.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아졌다. 시작할 용기만 있다면 이제는 온라인으로도 배울 수 있는 게 너무너무 많다. 대학을 가야만 듣던 교수님의 강의도 집에서 편안히 들을 수 있는 시대다. 그래서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 어떤 일이든 계단식으로 된 2차 함수를 그리며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오늘과 내일이 같아 보이고 제자리걸음 같아 보여서 재능이 아니라는 결론을 쉽게 내버리고 포기하기 일쑤다. 전에 얼핏 봤던 <다중지능> 저자 하워드 가드너 유튜브 영상에서 그는 재능이 발휘되기까지 10년이 걸린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포기한다면 나는 결국 길잡이별만 바라보고 제자리걸음만 하는 격이 된다.
물론 한번 선택한 일을 무조건 계속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번 정도는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또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2차 함수 성장을 10개를 한꺼번에 하고 있다면 결국 기울기가 1보다 큰 고도성장을 만나기 힘들다. 그리고 자기 합리화도 결국 몸과 마음이 힘든 복잡한 일상에서 온다. 생활을 간소화하고 나를 잘 들여다보는 시간을 자주 만나야겠다.
나만의 북소리를 따라 성실히 나아가면 된다.
2개의 주제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굉장히 성장하고 싶은 사람이구나. 그런데 조급하고 경쟁의식에 늘 불안하구나...' 또 성장 이야기다. 1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하면서도 나는 나를 늘 채찍질한다. 함께하는 누구와 비교하고 그만큼 달성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미워하기까지 했다. 나는 나에게 가장 엄격한 선생님이자 감독관이었다.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위를 바라보며 산다. 경제적으로든 꿈의 목표를 이루는 것이든 나보다 위를 바라보며 부러워한다. 세상의 거절을 경험하면서 살았다고 할 수 있다. 면접도 많이 봤고 시험에도 많이 떨어져 봤다. 그때나 지금이나 위를 보며 세상이 바라는 북소리에 발맞추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내 리듬이 아니다. 나에게 맞춰진 빠르기도 아니고 심지어 길도 아니다. 그 소리에 맞춰 가는 삶은 내 인생이 아닐지도 모른다.
주기적으로 뒤돌아 거울을 보고 내 속에 어린 나에게 물어봐야겠다. "내가 잘 가고 있어?" 어릴 적 내가 바라던 타인과 사회가 배제된 나 본연의 모습이 바라는 진짜 나다움. 그때는 당연하던 모습이 이제는 잃어버린 아이처럼 이렇게 몇 년째 찾아 헤매고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게 가면이 두꺼워져 그걸 자신인 줄 알고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면 안된다. 내 북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에 귀 기울이고 그 북소리에 리듬을 탈 수 있을 때, 그때의 내가 가장 자연스럽고 나답다. 결국 그게 내가 가장 확실한 사회의 필요가 되는 길이다.
소로에게서 들은 자연은 나에게 말한다. 괜찮다고, 하고 있는 걸 좀 줄이고 시선을 안으로 향해 내 안을 들여다보며 가라고... 나란 사람은 이런 감동을 또 어느새 잊어버릴 테지만 책과 함께라면 돌고 돌아 또 듣게 되리라 믿는다. 자꾸 들어 그 마음이 내 마음인 줄 착각하는 그 순간까지 책을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