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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loe J Aug 01. 2024

편리해서 불편한 존재

나는 계획적이고 절제를 즐긴다.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절제를 찾기 위한 넘침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내겐 유튜브도 그랬다. 코로나 전까지 유튜브에는 관심도 없었다. 특별히 찾아볼 필요도 없었고, 기회도 없었다. 그러다 코로나 판데믹을 만났다. 판데믹이 퍼져나가는 속도만큼이나 고립된 사람들은 영상을 통해서 세상의 호기심을 해소시켜 나갔다. 필요가 많아지니 공급도 자연스레 늘었다. 특히나 유튜브라는 진입장벽 없는 정보의 자유로운 통로는 나와 우리 모두에게 신세계를 보여줬다. 그전까지 국내 공영방송 없이 일상을 보내는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불과 5년도 지나지 않아 텔레비전 방송 없이도 얼마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실제로 지금 그렇게 잘 살고 있다. 


유튜브가 일상이 되고 꽤 많은 시간을 유튜브 영상을 봤다. 질문이나 궁금증의 해결도 유튜브로, 공부할 게 있어도 유튜브를 먼저 검색했다. 출퇴근에 30분씩 운전을 해야 했었는데 그때 듣고 싶은 강의를 오디오북처럼 들었다. 책을 읽다가 이해가 안 될 때도 유튜브를 찾았고, 엄두가 안나는 어려운 책을 시도할 때도 가벼운 영상 워밍업으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과거였다면 따로 비용을 추가해서 TV 다시 보기로 봐야 했던 인기 많은 드라마도 한 번의 검색으로 볼 수 있고, 심지어 16편의 드라마를 2~3시간에 요약, 편집도 해줬다. 대단한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하게 많던지 어떤 때는 실제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고 느꼈던 적도 있다. 영화도 20분이면 요약정리된 편집본을 볼 수 있었고, 책 또한 아무리 어렵고 두꺼운 책이라도 20~30분이면 완벽 요약이 가능했다. 뿐만 아니다. 평생 만나볼 수 없을 명사의 생각을 직접 영상을 통해 볼 수 있었고, 이전 같았으면 좋은 대학교를 다녀야만 들을 수 있는 학식 높은 교수님들의 강의를 언제나, 어디서나 들을 수 있었다. 


영어공부를 할 때도 완전 all-in-one 시스템이었다. 유튜브로 누군가의 일상 영어를 들으며 미국의 문화까지 함께 느껴볼 수 있었고, 좋은 공부할 콘텐츠를 소개해주기도 하고, 영어공부에 성공한 사람의 공부법으로 내 고민도 해결되는 듯했다. 뿐만 아니라 이따금 의욕이 떨어질 때 그들의 조언을 들으며 마음을 다잡을 수도 있었다. 


이런 편리하고 이제 더 이상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유튜브는 너무 편리해서 불편한 존재가 되어갔다. 공부를 하고자 하면 못할 게 없는 유튜브 세상에는 정보가 지나치게 많아 문제가 되었다. 이전에는 정보 자체가 많지 않았다. 그 정보를 얻기 위한 문턱도 높았다. 이제는 유튜브 검색창에 한두 단어만 검색하면 절대 다 볼 수 없는 양의 영상이 나열된다. 유튜브의 알고리즘도 사람들이 많이 본, 자체적으로 검증된 믿을만한 영상정보를 위쪽으로 노출시키고 있었지만 그 기준이 어쨌건 다수의 선택이었다. 객관적인 신뢰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일부이지만 보다 자극적이고 흥미 있다면 실제 영상의 질을 떠나 많은 조회수를 기록할 수 있기도 했다. 


이전 같았으면 철학을 공부하려고 책을 찾아보다 무슨 책을 봐야 할지 지쳐버려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무슨 책을 봐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책 없이도 수천 개의 영상이 이미 준비되어 있다. 우리가 할 행동은 '클릭' 선택뿐이다. 이제는 좋은 정보를 선별하기 위한 안목을 갖추지 않고는 정보를 찾으러 들렀다가 '구경'만 하게 된다. 철학이라는 주제에서는 좋은 정보를 주는 채널을 찾는 게 어렵지는 않지만 그곳에서 10분보다 더 짧게 쪼개진 영상으로 이론의 흐름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떨 때는 책볼 시간이 없어서 보기 시작한 영상이 결국 책 한 권 볼 시간보다 길어져버리기도 한다. 그나마 철학 같은 학문 분야는 진입장벽이 높아 채널선택에 큰 어려움은 없다. 노션과 같은 디지털 툴을 배우고 싶어서 유튜브를 찾게 되면 더 난감함에 빠진다. 고수부터 초보까지 초초초보인 나를 위한 영상이 고를 수 없을 만큼 많이 깔려있다. 반면 어느 정도 배우고 초보를 막 벗어나면 다른 고민이 생긴다. 중수를 위한 영상은 찾기가 힘들다. 영상들 사이를 헤매다 결국은 책으로 혹은 자체 교육프로그램으로 돌아가야 했다. 


영상을 보는 다른 측면도 한번 생각해 보고자 한다. 정치적 궁금증이 생기거나 사회적인 중요한 사안에 대해 알고자 해서 검색을 할 때의 상황을 가정해 보자. 몇 글자만 검색해도 끝도 없는 영상이 간택을 기다린다. 특별히 아는 정보가 없어서 알고리즘이 위쪽으로 올려준 제목을 훑어보다가 하나를 클릭하게 된다. 우선 내용을 제대로 알기 위해 그 영상을 끝까지 볼 수 있다. 그럴 때 알고리즘은 비록 아니었을 때조차 내가 그 영상을 좋아한다고 판단한다. 다시 검색창으로 돌아올 때는 방금 검색했던 영상과 비슷한 의견을 더 많이 함께 올려준다. 방금 그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반대의견을 누르겠지만 긴가민가해서 또 비슷한 내용을 클릭한다. 이렇게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끝도 없는 영상에 내 우연적 선택으로 알고리즘은 결을 만들어버린다. 그리고 나는 자꾸 들어본 이야기를 사실이라 느끼게 되고 이런 반복은 확신이라는 착각을 만든다. 그렇다면 영상을 만드는 누군가와 영상을 선택하는 나의 확신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모두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많은 영상들이 팩트체크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재생산된다. 그 정보를 받아들이는 나도 사실 확인을 하기보다, 하나의 사실과 그것을 보고 재생산된 같은 사실을 함께 비교하고 진실로 확신해 버리는 건지도 모른다. 


유튜브를 거부하자는 말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반대입장이다. 이제는 개개인의 목소리로 세상이 채워지는 시대 초입을 지나 중심까지 들어와 있다. 피할 수도 없고 외면해서도 안된다. 나도 지금은 잠시 쉬고 있지만 유튜브 채널을 갖고 있다. 그곳을 통해서 내가 아는 것을 나누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자 유튜브를 시작했다. 물론 책을 내면 그곳에서 광고도하고 싶었고 많은 사람과 소통도 하고 싶다. 이렇게 떠나 살 수 없는 유튜브는 주체적인 사용법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으면 지배당하기 십상이다. 침대에 옆으로 누워 무심코 켰던 유튜브에서 첫 번째 클릭한 쇼츠! 1분 영상이 30분이 되기가 얼마나 쉬운지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유튜브 정보 속에서 이리저리 휩쓸리는 내가 아니라 필요한 시간만큼, 필요한 정보를 선택할 수 있는 주체가 되는 연습이 필요하다. 요즘의 나는 일주일에 유튜브를 보지 않을 때가 더 많다.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별한 필요가 발생하면 계획하고 움직인다. 특별한 필요란 주로 과제나 질문으로 다가온다. 얼마 전 서양역사를 정리해보고 싶은 물음이 생겼다. 이렇게 큰 질문에 가볍게 답을 찾는 가장 활용하기 좋은 툴이 유튜브가 아닐까 싶다. 우선 시간을 설정한다. 영상부터 정리까지 최대 2시간을 잡았다. 검색을 하고 제목을 살폈다. 마음에 드는 유명인이 나오는 영상을 하나 선택했고 메모하며 영상을 봤다. 알고리즘이 함께 나열해 준 영상을 하나 더 골라서 봤다. 내가 본 영상보다 더 좋은 퀄리티의 영상이 분명 어딘가 있을 테고, 정보를 더하면 더할수록 더 풍성해지긴 하겠지만 영상 딱 2개, 30분만 보기로 한다. 다음은 그 정보의 사실을 체크해봐야 한다. 인터넷 백과사전이나 AI를 이용해 정보의 팩트체크를 하고 최종 나에게 필요한 정보만 마인드맵으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다. 


내가 유튜브를 이용하는 방법이 최고의 활용법은 아니다. 하지만 이 방법이 내가 정보에 지배되지 않고 정보를 선택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방법이다. 아직도 여전히 시행착오 중이고 진화 중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 정보를 선택하는 기준과 방법이 필요하다. 진부한 표현으로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다. 잠시 내 생각 없이 있다가는 금방 그 속에 파묻혀버린다. 자기화된 내 생각 없이는 재생산 이상의 것을 할 수 없다. 이제야말로 내 머리로 생각하는 사람이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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