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loe J Jan 23. 2024

나만 이런가...

감정에 휘둘리고 후회하는 타입이다. 세상 사는데 불리하다. 

딸이 치아교정기를 잃어버렸다. 영국에서... 대 환장. 잠시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다스려보지만 실패한다. 

"그걸 왜 괜히 빼서 잃었어?"

"다시 하는 게 얼마나 번거로운지 알아?"


상당히 순화시켜서 이런 말을 2시간 동안 했다. 미쳤다. 어차피 잃어버렸고 되돌릴 수도 없다. 여행에서 돌아가려면 일주일도 더 있어야 한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화내면서 진상을 떨던지 다 잊고 즐기던지 둘 중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세상을 불리하게 사는 나는 전자를 택했다. 도망갈 곳도 없는 호텔방에서 화난 엄마를 마주한 딸은 어쩔 줄 몰라했다. 또 그런 걸 보고 있으려니 더 화가 났다. 의미 없고 할 말 없는 질문만 쏟아냈다. 숨을 곳이라도 마련해 주고 몰았어야 하는데... 딸은 12년의 경험치로 적당히 상황을 견디고 있었다. 


몇 년 만에 오만 성질을 다 부렸다. 여행의 긴장과 혼자서 제대로 여행하고 와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해져 폭발해 버렸다. 그리고 높이 솟았던 화가 되돌아오며 마음이 지구중심까지 떨어졌다. 화를 한번 꿀꺽 삼키고 넘어갔다면 딸 혼자만 잘못한 게 되었을 텐데 감정의 노예가 되어버린 바람에 이후 2시간 동안 사과했다. 아이는 엄마보다 더 큰 사랑을 가진다. 어른이 되면 이것저것 마음을 나눠줘야 하는데 아이는 엄마만 바라본다. 그 큰 사랑으로 엄마의 첫 사과에 한 번의 원망 없이 냉큼 용서한다. 그래서 더 미안하다. 


남편과 전화하며 넋두리를 했다. 

"됐어. 그럼 이제 교정 그만해~"

나는 나쁜 엄마, 너는 착한 아빠...


화해도 끝났고 정신도 차렸다. 그래도 한동안 아이는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나 사랑해?"


그 질문이 사라졌을 즘... 딸이 엄마라며 보낸 사진 한 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