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남편과 나 09화

곰돌이 관찰일지-2

by 이서안

곰돌. 그는 알면 알수록 신기한 사람이다.

요즘 특히나 나의 궁금증과 답답함을 함께 불러일으키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그와의 문자다. 아래의 사진을 보도록 하자.

도대체 그는 왜 누가 봐도 오천원인 것을 천 원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나는 그의 주의집중력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사실 곰돌이는 자주 이런 실수를 하는 편이다. 하루는 내가 '금요일인데 뭐 하고 놀까?'라고 했는데 '지금 구로야?'라고 물어보는 참사도 일어났었다. 나는 그가 나의 문자를 대충 보고 있다는 생각에 섭섭함이 밀려왔다. 그의 변론에 의하면 다른 작업을 하느라 잘못 봤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복권 사건으로 인해 그의 주의집중력에 대한 의문은 더욱더 짙어졌다.


곰돌이는 더위에 약하고 추위에는 몹시 약한 편이다. 그는 한 차례 수술을 겪은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추위를 많이 타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특성으로 우리는 여름마다 생이별을 한다. 그는 에어컨 바람에 몹시 취약하기 때문이다.


더운 날이 지속되고 있었다. 나는 에어컨을 켜고 자기 때문에 곰돌이는 자연스레 에어컨이 없는 작은방으로 피신을 갔다. 눈을 뜨고 출근준비로 씻으러 가다가 열린 문 틈으로 자고 있는 곰돌이가 보였다. 그런데 이럴 수가. 그가 한여름에 경량패딩을 입은 채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곰돌이의 체감온도가 남들과는 다른 것을 실감하였다. 에어컨을 켤 때면 더 이상 곰돌이를 붙잡지 않고 보내주게 되었다.


곰돌이는 성질이 포악한 듯하면서도 느긋한 인물이다. 그는 종종 마음의 소리를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내뱉곤 하는데, 혹시나 시비에 휘말릴까 나는 그에게 조심하라고 얘기하곤 한다.


우리 집은 역을 갈 때 시장을 지나쳐 가야 한다. 출/퇴근길을 데려다주는 곰돌이는 꼭 나의 손을 잡고 걷는다. 출근 시간이 이른 편이라 출근길에는 시장이 한적하지만 퇴근길에는 사람이 제법 많다. 시장 특성상 걷다가 멈춰 서서 둘러보는 행인들이 많은데 곰돌이는 그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재빠른 걸음으로 앞질러 가곤 한다.


그런데 주말에 같이 산책을 갈 때의 곰돌이는 걸음이 꽤 느린 편이다. 더운 날씨에 내가 걸음을 재촉하면 곰돌이는 "곰순, 천천히 가요."라며 느릿느릿 걷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손을 잡고 다니기 때문에 결국 내가 끌고 가는 모양새가 되곤 하는데, 이게 또 더운 날씨와 맞물리면 나는 성질을 내고 만다.

"아! 빨리 좀 와!"

그럼 곰돌이는 입을 삐죽삐죽 내밀고 빨리 걷곤 한다.


이렇듯 신기한 곰돌이는 몹시 귀여운 인물이기도 하다. 중년의 귀여움이란 나의 콩깍지임이 분명하지만, 종종 미래의 아이를 상상하며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우리 아이가 곰돌이를 닮아서 너무 귀여우면 어쩌지? 막 깨물어주고 싶으면 어쩌지?!'

물론 일어나지도 않은 쓸데없는 생각이다. 그래도 우리 사이에서 탄생할 아이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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