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남편과 나 10화

띠동갑 부부의 세대차이

by 이서안

곰돌은 국민학교를 졸업했다.

반면 나는 입학할 때부터 초등학교였다. 곰돌은 강원도에서 자랐고 나는 서울에서 자랐다. 그렇다 보니 종종 곰돌에게서 신기한 이야기를 듣곤 한다.


하루는 내가 장난으로 물어봤다.

"여보, 삐라 주워봤어?"

나는 어머니께 들었던 '삐라'를 기억하고는 장난을 쳤던 것이다. 나는 "에이, 그 정도는 아니지."라며 발끈할 곰돌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는

"응 주워봤어."

라며 담담하게 얘기했다. 그러면서 삐라를 주워오면 학용품으로 바꿔줬지만 자신은 바꿔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새삼 세대차이를 느꼈다.


곰돌은 IMF를 직격타로 맞은 세대였다. 주변 친구들은 아파트에서 쓰러져가는 판자촌으로 이사를 가고, 부모님이 이혼하시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했다. 군무원인 아버님은 IMF를 잘 넘기셨고 때문에 곰돌은 친구들 사이에서 '온실 속 화초'로 불리는 모양이었다.


반면 나에게 IMF는 기억에도 없는 아주 어릴 적 일이므로 나는 별 타격 없이 자라났다. 그저 어른들이 얘기하는 옛날옛적 이야기쯤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곰돌이 학창 시절 얘기할 때 IMF 이야기가 나와 적잖이 놀랐었다.


하루는 핸드폰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곰돌은 옛날옛적 벽돌 같은 핸드폰에 대해 얘기했다. 나는 그것을 실제로 본 적이 없으므로 전혀 공감해 줄 수가 없었다.


학창 시절 뭐 하고 놀았냐는 질문에 곰돌은 근처 뒷산이나 바닷가에서 놀았다고 했다. 어르신들에게만 듣던 참새와 개구리를 구워 먹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것은 서울에서만 자란 나에겐 상당히 충격적인 이야기로 다가왔다.

"그걸 어떻게 먹어."

"그거 되게 맛있어."

곰돌과의 거리가 살짝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곰돌이는 유튜브를 달고 살면서도 요즘 유해하는 밈이나 유행어를 전혀 알지 못한다. 아마도 관심도 없고 낚시나 공예 영상을 주로 보기 때문인 것 같다.


하루는 내가 퇴근 후 "개힘드네."라고 말했다. 곰돌은 그 말에 흥미를 가진 듯했다. 나는 그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엄청 힘들거나 엄청 좋을 때 앞에 그렇게 붙여."

그랬더니 곰돌은 "개"를 남발하기 시작했다.

"개존멋" "개더움" "나 완전 개매너"

그 순간 나는 지적했다.

"여보. 개매너라는 건 말이야. 매너가 더럽게 없다는 뜻이야."

곰돌은 머쓱해하며 "개"사용을 줄이는 듯했으나 2주 정도는 더 남발한 뒤 그만두기 시작했다.


이렇듯 드문드문 세대차이가 느껴지지만, 여기서 곰돌이 좋은 사람임이 드러나는데. 그것은 곰돌이 전혀 '꼰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곰돌은 절대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나에게 강요하는 법이 없다.


곰돌은 물론 아날로그를 사랑하며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것은 내가 보완해 주면 되는 부분이다.


오늘도 우리 부부는 서로를 존중해 주기 위해 노력하며 행복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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