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씨는 금요일 저녁 집으로 돌아왔다.
토요일까지 놀다 오라고 했건만, 내가 너무 신경 쓰여서 하나도 재밌지가 않았다고 했다. 아픈데 혼자 두고 놀러 간 게 너무 미안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나는 나 때문에 그가 즐기지 못한 게 너무 미안해서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면 정말 건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녁으로 함께 죽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명치가 또 아팠다. 죽을 먹어도 아파하는 나를 보며 곰돌은 계속 울상이었다. 들어보니 낚시를 가서 쏘가리를 3마리 잡았음에도 전혀 기뻐하지 않고 한숨만 쉬었단다. 그러니 같이 간 친구가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고 내가 너무 걱정이 되니 다음날 올라가자고 얘기했다고 한다.
나는 감동을 받았지만 어찌 되었든 모처럼 간 여행을 나 때문에 즐기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곰돌은 한참 얘기를 나누다 커피를 사러 나갔다 온다고 얘기했다. 나는 내일 먹을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졸랐다. 아픈데도 아이스크림을 먹겠다니 나도 참 생각이 어리다.
곰돌은 결국 커피와 아이스크림 3개를 사들고 돌아왔다. 맛별로 3개를 사 온 곰돌이의 센스가 돋보였다. 한참 얘기를 나누다 보니 배가 다시 고프기 시작했다. 죽을 소량만 먹었더니 배가 금방 꺼진 것이다.
나는 곰돌이에게 배가 고프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곰돌은 제발 먹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먹으면 또 아플까 봐 걱정이 된 것이다. 나는 곰돌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그냥 참기로 했다. 그러다 내일 점심 메뉴 얘기가 나왔다.
나는 곰돌에게 샌드위치가 먹고 싶다고 말했다. 곰돌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아 나는 설득하기 시작했다.
"샌드위치는 야채가 많잖아요."
요즘 곰돌은 나에게 야채를 많이 먹으라고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곰돌은 고민하더니 인터넷에 '위염 샌드위치'를 검색했고 검색 결과로는 나름 적합하다는 판정이었다.
"어디 샌드위치가 먹고 싶어?"
"곰돌이가 만든 샌드위치!"
"그럼 야채 완전 많이 넣고 닭가슴살 사 와서 넣어야겠다."
"닭가슴살 있던데?"
나는 지난번 냉동실에서 다시마를 찾으며 뒤적거리다 닭가슴살을 봤었다.
"무슨 맛인데?"
"몰라. 기억 안 나."
한참을 얘기하다 보니 밤 11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잘 준비를 하러 가다가 문득 무슨 맛 닭가슴살인지 궁금해져서 냉동실을 뒤적거렸다. 확인하고 냉동실 문을 닫자 멀뚱멀뚱 서있는 곰돌이가 보였다. 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지 안 먹는지 확인하러 온 것이 분명했다.
나는 추궁하기 시작했다.
"감시인가요?"
"네? 무슨 말씀이시죠?"
"저 아이스크림 먹나 안 먹나 감시하러 오신 거잖아요."
곰돌은 들고 있던 꾸릉이의 사료를 떨어뜨리며 말했다.
"아뇨, 전 꾸릉이 밥 주러 온 건데요."
"거짓말하니까 떨어뜨리는 거잖아요."
당황한 곰돌은 황급히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곰돌씨, 거짓말하면 코가 커져요 안 커져요?"
"코가 자라는 거 아닌가요?"
"곰돌씨는 코가 옆으로 커지고 있잖아요."
몇 번의 추궁 끝에 곰돌이는 꾸릉이 사료도 줄 겸 아이스크림을 먹는지 보러 왔다고 시인했다. 나를 믿지 못하는 곰돌에게 섭섭한 마음도 들었지만 그만큼 걱정하는 게 느껴져 고맙기도 했다.
갑자기 곰돌이가 너무 예쁘다고 느껴졌다. 나를 이렇게 생각해 주는 사람이 또 있을까. 곰돌이와의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