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복날을 챙기시나요?
어제는 일요일.
일주일 중 나의 기분이 가장 안 좋은 날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다음날이 월요일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요일이면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져 침대 위에 누워만 있는데, 엄마와의 통화 중 어제가 복날이라는 것을 알았다.
사실 별 생각은 없었다. 귀찮기도 했고, 나는 불량 주부이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 없이 흘려보내려 했지만 흘려보낼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아침 일찍인데도 남편이 먼저 일어나 있었다. 이건 몹시 드문 일이므로 나는 물었다.
"여보.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아. 코피 나서 깼어."
잠시 놀라긴 했지만 곰돌은 어릴 때부터 코피를 자주 흘렸다고 했으므로 잠시 쉬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했다.
점심이 되자 남편이 김치찌개를 끓여놓고 나를 불렀다. 남편이 끓인 김치찌개는 때깔도 좋고 맛도 좋았다. 맛있는 게 들어가자 기분이 좋아지려 하고 있었다. 남편이 갑자기 일어나 휴지에 코를 풀더니 얘기했다.
"아, 코피 또 나네."
휴지를 보니 피로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남편은 한참을 싱크대 앞에 서서 코피를 흘려보냈다.
점심을 먹고 누워있는데 아무래도 남편 건강상태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고 코피도 하루에 2번이나 흘리니 몸이 많이 허약해진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나는 남편에게 슬쩍 말을 흘렸다.
"여보, 오늘 복날이래."
"난 그런 거 안 챙겨."
먹고 싶다 그러면 해주려고 했는데... 내심 섭섭한 반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신경이 쓰여 그냥 하기로 마음을 먹고 장을 보러 일어났다.
이것저것 넣고 한 시간 정도 끓이니 국물이 잘 우러난 것 같았다. 집에 있던 오이도 숭덩숭덩 썰어 처음으로 오이무침도 해보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남편을 불렀다. 사실 남편은 나의 요리를 매우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맛평가는 항상 떨렸다.
남편은 국물부터 한 입 먹어보더니 엄지를 치켜들었다. 고기를 허겁지겁 먹기 시작하더니 마무리 닭죽까지 깔끔히 마무리해주었다. 오이무침도 간간히 먹어가며 "다 최고"라며 칭찬해 주었다.
방으로 돌아온 남편은 감사인사를 전하며 코피가 다 멎은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러더니 다음엔 두 마리 끓여야 할 것 같다는 감상평을 남겨주었다. 여보, 나 힘들어...
그래도 남편만 건강해진다면 뭔들 못해주랴. 중복 때는 2마리를 끓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