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는 "아나"라는 말을 종종 쓰시곤 했다.
나는 그저 무언가를 주실 때 그런 말을 하셨기에 '뭔가를 줄 때는 다 그렇게 말하는가 보다.'라고 생각만 했다. 어느 날 고양이에 대한 말을 찾아보다가 '아나'가 보였다. 고양이를 부를 때 쓰는 말이라고 적혀있었다. 나는 그게 신기하기도 하고 엄마가 "아나"했던 게 생각나기도 하여 이 뜻을 기억해 두었다.
어느 날 저녁 나는 그 단어가 문득 생각나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아나 알지?"
그러자 남편을 되물었다.
"응? 아나? 그게 뭐야?"
"아니 왜 어른들이 그러시잖아. 아나, 이거 먹어라."
"난 왜 들어본 적이 없지?"
나는 남편이 모르기에 설명하기를 관두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X서방이 아나를 몰라."
그랬더니 어머니는 웃으며 말씀하셨다.
"모르겠지, 전라도 말인데."
알고 보니 "아나"는 전북 방언으로도 국어사전에 등재가 되어있는데 '여기 있다.'를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나는 어릴 적부터 들어왔고, 어머니도 사투리를 거의 쓰지 않으시는 편이라 자연스레 표준어로 그런 단어가 있는 줄 안 것이다. 다시금 생각해 보니 그 단어를 말할 때는 특유의 억양이 있었다.
한편으로, 우리 나의 본적은 강원도이다. 나는 어릴 때 친할머니댁에 갔다가 몹시 당황한 적이 있었다.
할머니가 무엇을 만드시다가 나를 부르셨다. 나는 쪼르르 할머니께 달려갔다. 할머니는 나에게 "가새 좀 가져와라."라고 하셨다. 나는 '가새'가 무엇인지 몰라 가만히 서서 "네?"하고 되물었다. 할머니는 "가새! 가새 가져와라." 하셨고 나는 엄마에게 쪼르르 달려가 "엄마 할머니가 가새 달래요. 그게 뭔지 모르겠어요."하고 말했다. 엄마는 웃으며 가새는 가위라고 알려주었다.
곰돌씨 역시 강원도 사람이다. 곰돌이는 특별히 내가 모를만한 단어를 쓸 정도로 사투리를 하진 않지만, 억양이 강하게 남아있다. 그의 친구 중 한 명은 유난히 그 억양이 강한데, 하루는 곰돌이 그 친구와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나는 솔직히 그 억양이 굉장히 신기하게 다가왔다.
그것은 정말 어느 영화에서나 들을법한 억양이었다. 나는 종종 곰돌에게 "밥 먹었드래요?"하고 놀리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곰돌은 "지금 강원도 무시하시나요? 그 정도 아닌데요. 그건 북한 아닌가요." 하며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그런데 곰돌씨의 그 친구는 왠지 "밥 먹었드래요?"하고 물을 것만 같이 따라 하기도 힘든 억양을 가지고 있었다.
이처럼 하나의 나라에도 여러 억양이 있다는 것이 새삼스레 신기하게 다가온다. 하나의 물건도 여러 이름으로 불리니 그것은 마치 '우리끼리의 암호' 같은 느낌도 준다. 오늘도 새로운 단어를 찾아 국어사전을 뒤져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