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탐방기

by 이서안

지난주 수요일부터 이번 주 수요일까지.

나는 아픔의 원인을 찾고자 이병원 저 병원 응급실과 외래 진료를 다녔었다. 열은 높은데 해열제를 맞아도 안 떨어지고 도중에 간수치는 오르고 염증 수치는 별로 높지가 않으니 입원은 불가능했다. 응급실에서는 더 이상 별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으니 퇴원을 시켰고 외래도 별 소득이 없었다.


나는 일주일간 속이 좋지 않아 약을 먹기 위해 밥 세 숟갈을 넘기는 게 고작이었다. 그마저도 토할 때도 있었다. 열이 나서 어지럽고 속은 울렁거리고 두통 때문에 힘이 드는데 원인을 모르니 약도 없고 나는 절망 속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회사는 무단결근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였으나 감사하게도 이번 주는 병가처리 진행 중이니 걱정하지 말고 몸조리에 신경 쓰라는 문자가 PL에게서 왔다.


화요일 오전 PL과 연락하다가 PL이 문득 이런 얘기를 꺼냈다.

"혹시 심리적인 문제 아니야?"

그 이야기가 화요일 밤까지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과에서는 지금의 염증 수치로 이 정도의 열이 나진 않는다고 했다. 나는 신경과에 가보기로 결심했다.


수요일 오전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제발 낫게만 해주세요.' 그 한 마음뿐이었다. 이대로는 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일상생활이 되지 않았다. 신경과에 도착해서 진료실로 들어가 상황을 설명했다.


오후만 되면 열이 자꾸 난다. 두통이 심하고 속이 안 좋아서 밥을 잘 못 먹는데 내과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내 설명을 들은 의사의 첫마디는 이랬다.

"여긴 왜 온 거예요?"

그 말에 왈칵 눈물이 날 뻔했다. 진료도 받지 못하고 이대로 그냥 돌아가야 하는 건가 싶었다.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막막한 생각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는 기죽지 않으려 노력하며 얘기했다.

"자율신경계 검사를 받으려고요."

의사는 그전에 혈압부터 재보라고 했다. 내 혈압 검사지를 보자 의사의 태도가 바뀌었다.


"어? 맥박이 왜 이렇게 높지?"


나의 맥박은 102였다. 그때부터 의사는 자세를 고치고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잠은 잘 자는지 밥은 잘 먹는지. 그리고 검사를 하고 다시 보자고 말했다. 나는 진료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검사결과는 형편없었다. 항목들의 수치가 모두 현저히 낮았다. 50 이상이어야 할 수치는 11이었고, 1000 이상이어야 할 수치는 100을 겨우 넘겼으며 4밖에 나오지 않은 수치도 있었다. 의사는 결과지를 보며 이렇게 설명했다.


"스트레스가 10개가 들어오면 2개밖에 못 나갔는데 다시 또 10개가 들어오고 반복되다 보니 이렇게 된 거다. 운동이라도 해서 풀었으면 괜찮았겠지만 아마 너무 힘들어서 운동도 못했을 거다. 너무 잘 참았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거다."


"너무 잘 참았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거다."라는 말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모두가 그저 "네가 예민해서 그래." 혹은 "네가 나약해서 그래."라고 할 때 이 의사만이 "너무 잘 참아서 그렇다."라고 말해준 것이다.


의사는 여기저기 지압 포인트를 알려주며 자주 풀어주라고 했다. 우울증 약은 절대 끊지 말라고도 얘기했다. 그러면서 안정제와 무기력증 치료제, 자율신경조절제와 진경제를 처방해 주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인 오늘. 열은 나지 않으며 일주일 만에 밥 한 그릇을 다 먹을 수 있게 되었고 더 이상 머리도 아프지 않았다.


만약 PL이 그런 말을 안 했더라면. 내가 진료실에서 기가 죽어 그대로 돌아갔다면. 나는 계속 아팠을 터였다. 신경과 의사조차도 나의 병이 자율신경계 문제인지 의심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런 게 운명인 걸까? 나는 그날 진료실에서 기죽지 않고 검사를 요구했고 약을 먹고 상태가 호전되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곳에 갔으니 말이다.


사실 직장에 대한 스트레스가 계속 쌓이고만 있던 상태에서 남편의 이사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그래서 남편이 가는 게 확정이 된 지난주 수요일부터 몸이 SOS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 같다.


스트레스를 올바르게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운동밖에 없는 걸까? 신경과 의사는 집에 있는 건 더 안 좋아질 뿐이니 산책이라도 꼭 나가라고 당부했다. 하여 나는 어제부터 짧게나마 슬슬 걸어 다니고 있다. 무기력증이 치료가 되면 다시 헬스를 시작해야 하나 싶다.


술로 푸는 것은 이제 그만하려고 한다. 술은 잠깐은 기분이 좋아지지만 나 같은 우울증 환자에게는 독과 같은 것으로 우울이 더 심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수치 때문에 초음파를 받다가 중등도 지방간 진단도 받았다. 이제 술과는 안녕이다.


병원비로 지출이 심한 일주일이었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것이 어딘가.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사실인 듯하다. 건강한 정신을 위해 건강한 몸부터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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