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간염이었다.
이전에 자율신경계약을 먹고 나아졌다고 생각한 것은 그저 간수치가 떨어지면서 몸이 회복되는 시기와 겹쳤을 뿐이었다. 이런 부끄러운 일이 왜 발생했는가.
지난주 월요일 계속 열이 나자 나는 응급실로 달려갔다. 검사상 간수치는 300이 넘었지만 복부 CT상 이상이 없고 염증수치가 낮기 때문에 입원할 수 없다고 했다. 때문에 난 이 아픔이 그저 내가 예민해서 그런 줄 알고 넘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간수치가 마음에 걸려 응급실에서 예약해 준 소화기내과 외래를 금요일 오후에 갔더랬다. 의사 선생님은 어쩐 일로 왔냐고 물었고 간수치가 높았고 열이 났었는데 신경과 약 먹으니 괜찮아졌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선생님은 자율신경계와 열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못 박으셨다. 염증 수치가 정상보다 4배 높으며 이 정도 간수치면 식사를 못 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간수치가 안 떨어져 있으면 입원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입원을 원할 땐 집으로 가라고 하더니 이제야 입원얘기가 나왔다. 다행히도 간수치는 300대에서 96으로 떨어졌고 입원은 면할 수 있었다. 그래도 정상수치보다 3배가량 높으므로 재검사를 위해 다시 내원해야 했다.
의사 선생님은 CT를 보시더니 비장이 부은 걸로 봐서 간염이 맞는 것 같다고 하셨다. 원인을 찾기 위해 추가검사도 의뢰해 놓았다. 그러면서 원래 이유 없이 고열이 5일 이상 지속되면 입원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동안 참으로 듣고 싶었지만 들을 수 없었던 말이었다.
헛헛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던 길 분노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지난주 월요일 응급실에선 분명 복부 CT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었다. 그러나 소화기내과 의사 선생님은 같은 영상을 보고 비장이 많이 부어있다고 했다. 월요일에 입원했었다면 분명 금요일에는 거의 완치되었을 것이다. 나는 이유도 모른 채 아팠던 날들이 억울했다.
그렇게 간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다시 출근하기 시작했지만 정신이 혼미해지는 피로로 인해 집으로 돌아오면 기절하듯 잠들기 일쑤였다. 주말 동안에도 골골댔지만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일단 나서긴 했는데 눈앞이 흐릿해지며 구역감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간 정신을 잃을 것 같아 다시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피검사 결과 간수치는 정상이었지만 나는 오한에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내 상태를 보고 왜 이렇게 떠냐고 물어보셨고 열을 재보라고 하셨다. 체온은 37.6도였고 원인을 찾기 위해 의사 선생님은 결국 입원을 권유하셨다.
출근이 힘들었던 터라 입원 이야기는 반가웠지만 계속되는 병가에 회사에서 쫓겨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회사는, 내가 없으면 다른 사람을 뽑으면 되지만 나의 건강은 대체할 수 없다. 직장은 새로 구하면 되는 일이고 지금은 회복에 집중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