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나 자신을 치료 중이다.
퇴사 이후 처음 몰려온 감정은 죄책감이었다. 나는 이 무거운 사회생활과 가장의 무게를 남편에게 떠넘긴 것만 같았다.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다가 남편을 고생시킨다는 생각에 시부모님께까지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며칠 동안 그 생각을 곰곰이 되짚어 보았다. 남편이 괜찮다고 푹 쉬라고 하는데도, 시부모님께서 네 건강이 가장 먼저라고 하시는데도 나는 왜 자꾸만 죄책감이 드는 걸까. 나의 결론은 '불안'이었다.
나는 남편이 이 무거운 짐을 혼자 지고 가다가 지쳐서 나를 떠날까 봐 불안했고,
이 무거운 짐을 남편에게만 지게 했다고 시부모님께서 실망하실까 봐 불안했던 것이다.
이 불안은 사실 잘못된 감정이었다.
시어머니께서는 내가 내년 임신계획을 위해 약을 줄이려다가 상태가 악화된 것을 알게 되셨다. 그러자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는 아기 필요 없어. 네가 건강한 게 먼저야. 걱정하지 말고 약 잘 챙겨 먹어."
나는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죄송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뒤엉켰다. 그러나 사실 나는 아기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가 없었다. 나는 남편을 닮은 아기를 낳고 싶고,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강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다시 약을 끊고자 노력할 것이고 임신 준비도 할 것이다.
나는 꾸릉이와 함께 친정집에 있었지만 밥을 먹지 않는 꾸릉이가 걱정되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꾸릉이는 익숙한 환경에 안정이 되었는지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잡생각을 없애고자 바삐 움직이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사 오고 청소와 빨래를 했다. 오후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올 설에 남편 목도리를 만들어주고는 그만두었던 뜨개질이 생각났다. 이번엔 나를 위한 목도리를 만들기 위해 나는 다시 바늘을 들었다.
나는 노란색을 좋아한다. 이불도 실도 다 노란색이다. 어릴 적부터 우울했던 나는 노란색의 발랄한 느낌이 좋았다. 그런 느낌을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요즘도 노란색만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노란 목도리를 두르고 다니면 나도 조금은 발랄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보송보송한 털실로 목도리를 뜨고 있다. 겨울이 아직 멀었지만 말이다.
밤에 혼자 누워있으면 우울한 생각이 밀려온다. 어제는 악몽을 꿨다. 꿈에서 나는 술을 마시고 남편에게 상처가 되는 말들을 마구 퍼붓고 있었다. 꿈에서 깨어서도 상처받은 남편의 얼굴이 자꾸 생각났다. 꿈이었지만 미안한 마음이 밀려와 눈물이 났다. 남편이 나에게 매일 해주는 말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남편은 요즘 매일 나에게 고맙다고 얘기한다. 무엇이 고맙냐고 물어보니 오늘 하루를 잘 버텨줘서 고맙다고 했다. 나는 그 말 한마디에서 크나큰 사랑을 느꼈다. 외로워서 술을 마시고 싶던 어젯밤도 슬퍼할 남편의 얼굴을 생각하며 이불을 붙잡고 꾹 참았었다.
나의 인생에 가장 큰 축복인 남편. 그와 함께 행복하게 미래를 보내기 위해 나는 나를 치료하려고 노력해야만 한다. 아직도 불안정하지만 나는 내가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은 행동들이 모이다 보면 나도 괜찮아지지 않을까? 기대를 하며 다시 뜨개질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