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이 안 낫는 이유
집에만 있는데 왜 더 바쁠까?
2주간 집안일을 하며 나름의 루틴을 세웠다. 매일 아침 청소를 하고 요일별로 쓰레기 정리나 빨래, 화장실 청소등을 나누었다. 나름 익숙해지기 시작해서 점점 덜 힘들어질 즈음이었다. 몸이 적응하기 시작해서일까? 점점 더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번 주 화요일.
갑자기 새로운 고양이를 데려오고 싶은 욕망이 치솟았다. 나는 감정에 치우쳐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기 위해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꾸릉씨는 몹시 예민한 고양씨다. 물에 본인 털 한가닥만 떨어져 있어도 마시지 않아 물을 하루에 6번은 갈아줘야 하며 겁이 많아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란다. 벌레를 보아도 세게 내려치는 법이 없고 손으로 살짝살짝 밀어보는 정도이다. 이런 예민한 꾸릉씨에게 새로운 고양이는 반가울 리 없다. 나는 꾸릉씨가 새로운 고양이에게 맞을 수도 있고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여 새로운 고양이를 데려오지 않고 꾸릉씨를 위한 선물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최근 꾸릉씨는 놀이시간이 부족한지 밤마다 울며 여기저기 뛰노는 일이 잦아졌다. 나는 꾸릉씨를 위해 캣휠을 사기로 마음먹고 결제를 했다. 그런데 결제를 하고 나니 어디에 놓아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탐색을 하다가 작은방 구조를 완전히 바꿔놓기로 결심했다. 우리는 주말부부이기 때문에 평일엔 집에 나 혼자밖에 없었다. 나는 겁도 없이 옷이 주렁주렁 매달린 2단 행거를 옮기기 위해 손으로 잡고 당겼다. 그러나 행거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꿈쩍없이 버티는 행거를 온몸을 다 써가며 끌다가 앉아서 발로 밀기 시작하니 그제야 행거가 밀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팔과 다리와 허리의 근육통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날의 집안일은 그대로 끝나지 않았다. 가스레인지 후드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기름때가 낀 후드를 보고 있자니 심기가 불편했다. 나는 후드를 떼어내어 따뜻한 물에 베이킹 소다와 세제를 섞고 후드를 넣어놓고는 기름때 제거제를 뿌리고 후드 안쪽을 닦기 시작했다. 그렇게 안 그래도 몸살기가 있던 몸은 근육통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다음날인 수요일.
나는 아침에 추석 기차표를 끊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5시 30분쯤 뭘 할까 생각하다가 공기청정기가 눈에 들어왔다.
'이거 청소 안 한 지 오래된 것 같은데?'
나는 공기청정기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필터는 먼지로 막혀 사망하기 직전이었다. 나는 필터 위에 청소기를 대고 먼지를 떼어내기 시작했지만 영 마음에 들지 않아 미세망을 떼어내어 칫솔로 박박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미세망을 다 빨아서 널어놓은 다음 여기저기 쌓인 먼지를 닦아내니 어느덧 7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기차표 예매 사이트에 접속했다. 7시가 된 순간 바로 예매하기 버튼을 눌렀지만 20여분 넘게 에러창만 떴다. 스멀스멀 화가 올라왔지만 이대로 시댁에 가는 것을 포기할 순 없었다. 20여분 넘게 시름하다가 드디어 대기번호가 떴을 때, 나는 두 눈을 의심했다.
'8만 번도 아니고 80만 번이요...?'
80만 번의 숫자 앞에서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30여분을 기다려 예매창에 진입했지만 이번에는 날짜가 나오지 않았다. 다시 접속해도 날짜칸은 비어있었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낀 나는 크롬 앱을 켜서 다시 대기하기 시작했다. 그랬다. 사파리에서는 날짜 버튼이 나타나지 않는 오류가 있었다.
나는 화를 참고 크롬창에서 예매하기 버튼을 눌렀다. 이 날짜 저 날짜 다 눌러봤지만 나오는 창은 똑같았다.
잠시 슬퍼하다 졸음이 밀려와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꾸릉씨를 위해 장만한 해먹이 와있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해먹을 설치하기 위해 창문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이게 웬걸? 화장대 거울에 걸려 설치가 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결국 안방 구조를 변경하기로 마음먹었다. 책상과 화장대를 이리저리 끌고 다녀 결국 자리를 만들고 해먹을 설치했다. 그리고 그날 밤. 근육통에 근육통이 더해져 움직일 때마다 근육통에 잠에서 깼다.
그리고 오늘, 목요일.
'와 정말 오늘은 쉬어야지.'라고 생각했더랬다. 그러나 아침부터 보이는 꽉 찬 화장실 쓰레기통. 냉장고 속 먹지 않아 상한 음식물. 개지 않은 빨래가 보였다. 결국 빨래를 개고, 쓰레기를 정리하고 커피도 살 겸 종량제 봉투를 사러 나갔다. 밥을 먹고 뒹굴뒹굴하다 보니 택배가 도착했다. 꾸릉씨를 위한 새 밥그릇과 나의 손목을 위해 엄마가 사주신 새 청소기였다. 본래 우리 집에 있던 청소기는 유선청소기였는데 흡입력이 좋아 손목에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갔다. 결국 손목이 붓고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청소, 빨래, 설거지 등의 가사일을 하지 말라고 의사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그런데 그런 손목으로 이리저리 가구를 옮겨 손목은 더 악화되고 말았다.
엄마가 사준 청소기는 물걸레 청소도 같이 되는 무선 청소기였다. 나는 들뜬 마음으로 새 청소기로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청소기는 생각보다 무거웠지만 부드럽게 밀렸고 꾸릉씨의 털도 잘 빨아들였다. 거치대에 놓으면 물걸레도 자동 세척 및 건조가 돼서 신세계를 경험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청소를 마무리하고 몸이 여기저기 아파 오늘은 집안일을 그만하기로 했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게 집안일이라더니, 요즘 그 말을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 여기저기 둘러보면 죄다 일거리다. 남편은 나의 하루를 들을 때마다 너무 몸을 혹사시킨다고 얘기했다. 하여 오늘도 다짐해 본다.
'내일은 진짜 진짜 쉬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