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망친건 나 자신이었다

by 이서안

오늘이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남편이 숙소로 돌아가는 날이었고 나는 두통과 우울감으로 인해 좀처럼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남편과 인사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돌아서는 남편의 모습을 바라보다 주저앉아 할 일을 생각했다. 고양이의 물그릇과 밥그릇을 닦아주고 화장실 청소도 해주고 집청소도 했다. 나쁠 게 없는 하루였다.


숙소에 도착한 남편이 전화를 했고 나름 재밌게 웃으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남편과 전화를 끊고 나니 우울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주말 동안 옆에 있던 온기가 사라진 탓이었을까. 나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정작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내가 걱정이 되어 이것저것 물으며 아무 말이라도 하라고 했지만 내 입밖으로는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무슨 말도 할 수 없어 전화를 끊고 누워있었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곧이어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아 받고 싶지 않았지만 걱정에 잠 못 이룰 남편이 걱정되어 전화를 받고 겨우겨우 대답만 했다.


시간은 11시를 다가가고 있었고 잠에 들고 싶어 자기 전 복용하는 약을 먹고 잠자리에 누웠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자기혐오였고 다시금 안 좋은 생각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곧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모두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빨리 사라지는 것이 정답인 것만 같았다. 나는 깔끔히 사라질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사실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잘 생각이었다. 그러다 문득, 모두가 걱정하면서도 찾아와 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슬픔을 가져왔다. 나는 충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장실 문 앞에 걸려있던 수건을 집어 들고 옷방 거울 앞에 섰다. 목에 수건을 감고 양손으로 수건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거울을 보니 얼굴과 눈이 빨개지고 있었다. 기침이 나오고 비명이 되지 못한 소리가 튀어나오고 있었다. 시야가 점점 흐려질즈음 팔에 힘이 풀려 수건도 느슨해졌다.


얼얼한 손을 내리고 화장실로 향했다. 고양이가 문 앞에서 서성이더니 겁을 먹은 듯 등을 구부리고는 내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낯선 사람인양.


목을 보니 수건 자국대로 멍이 들어있었다. 이렇게 사는 게 의미가 있을까? 잠이 도통 오질 않는다. 동이 트면 첫 차를 타고 어머니를 만나러 가야겠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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