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주말

by 이서안

지난주의 나는 몹시 의욕이 넘쳤다.

2주 전 심리상담을 받고 마음의 변화가 생겨 운동도 하고 수면제도 끊고 야식도 끊고. 변화하기 위해 노력을 했었다. 금요일에 병원에 가야 해서 목요일에 엄마집으로 와 잠을 잤는데 그때부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사실 나에게 복통은 흔한 일이므로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하며 핫팩을 붙이고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런데 이게 금요일에도 토요일에도 낫지를 않았다.


토요일 새벽. 나는 복통에 잠에서 깼다. 핫팩을 붙이고 다시 잠을 청해 봤지만 통증에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 4시 30분. 몸을 일으켜 남편이 사준 실내 사이클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을 하면 속이 편해질 줄 알았건만. 계속해서 속이 울렁거려 토할 것 같았다. 이를 악물고 30분의 운동을 끝낸 뒤 화장실로 달려갔지만 토는 나오지 않았다.


계속해서 메슥거리는 속을 감싸 쥐고 샤워를 한 뒤 다시 누웠지만 복통은 계속해서 심해지고 있었다. 핸드폰을 켜서 가장 빨리 여는 내과를 확인해 봤다. 7시 30분에 진료를 시작하는 병원이 있었다. 시간은 아직 5시 30분이었다. 나는 땀을 흘리며 몸을 말고 누워있었다.


6시.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남편을 흔들어 깨웠다. 남편은 미동도 없이 자고 있었다. 나는 흔들기를 포기하고 넋두리처럼 얘기하기 시작했다.

"여보 나 아픈데. 많이 아픈데."

그러자 남편이 잠에 취한 목소리로 대꾸하기 시작했다.

"응? 우리 곰순. 어디가 아파요?"

"배. 배 아파."

흔들어 깨울 때는 일어나지 않던 남편이 벌떡 일어나 앉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응급실 가야 하나?"

"7시 30분에 여는 병원이 있어. 거기 가려고."

"지금 몇 시야?"

"6시."

남편은 일어나 내 배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따뜻한 남편의 손에 배가 조금 잠잠해지는 느낌이었다. 7시가 다가올 때 즈음 우리는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일찍 도착해서 대기시간은 길지 않았다. 내 이름이 호명되어 진료실에는 혼자 들어갔다. 의사의 질문에 간단하게 대답하다가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에 남편이 한 말이 떠올랐다.

"전에도 이래서 입원했었다고 얘기해."

그러고 보니 그런 적이 있었다. 진단명이 변비로 나오기 전에 황급히 내가 말을 덧붙였다.

"작년에 제가 장마비로 입원했었는데요, 증상이 비슷했어요."

그 말에 의사는 엑스레이를 찍고 다시 보자고 얘기했다.


엑스레이를 보니 장이 4.2cm로 부어있었다. 5cm면 장마비라고 진단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더 악화되어 5cm가 될 것 같으니 응급실로 가서 입원을 하라고 했다. 나는 얼떨떨한 마음으로 진료의뢰서와 CD를 받아 들고 응급실로 향했다. 이전에 입원했던 종합병원에 내원했으나 외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해 우리는 집 근처 대학병원 응급실로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피검사와 CT, 엑스레이를 찍고 결과를 기다리자 한 의사가 와서 결과를 알려주었다.

"장이 완전히 막히진 않아서 가셔도 될 것 같아요."

"아 저 근데 아직도 배가 아픈데요."

"배가 빵빵한 느낌이세요?"

"네. 점점 빵빵해지는 것 같아요."

"외과 선생님 보고 입원할지 결정하실게요."

그렇게 기다리고 있자니 또 다른 의사가 호스를 들고 다가왔다.

"콧줄 꼽을 건데 계속 꿀꺽꿀꺽 삼키셔야 잘 들어가요."

'코 안으로 줄을 넣는다니. 이런 끔찍한 일이 있나!'

헛구역질을 참아가며 꿀꺽꿀꺽 콧줄을 삼켰다. 언제 끝나나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쯤 작업이 끝났다. 넣을 때만 힘들 줄 알았는데 넣고 나서도 목이 계속 긁혀서 아팠다. 제발 입원만은 안 하길 빌며 누워있을 때 외과 의사가 왔다.


"장이 막혀서 입원해야 돼요. 1주에서 2주 동안 보다가 안 나아지면 배 열어서 원인을 찾아봐야 되는데 배 열어도 원인을 못 찾을 수도 있어요."

'오 지져스. 이 콧줄을 꽂고 2주 동안 있으라니!'

나는 콧줄을 꽂은 채 침대에 누워 응급실에서 병실로 옮겨졌다. 남편이 애처로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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