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저리.
곰순+미저리의 의미를 가진 이 단어는 내가 남편에게 집착할 때 불리는 호칭이다. 나는 병적으로 남편에게 집착하진 않았지만 끊임없이 그를 의심하고 있었다. 언젠가 분명히 나를 버릴 것이라는 불안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것이다.
남편은 내가 그런 말을 할 때마다 평생 내 옆에 있겠노라고 나를 어르고 달래곤 했다. 그러나 좀처럼 나는 의심을 거둘 수 없었고 그가 떠나는 게 너무 무서워 내가 먼저 떠나기 위해 위험한 행동을 반복하곤 했다. 그러다 내가 이 사람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정말로 그를 떠나는 게 그를 위한 선택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남편이 힘들면서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연휴기간 중에 심리상담센터에 부부상담을 예약했다. 괜찮다고만 말하는 그의 말이 진짜인지, 사실 너무 버겁진 않은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상담센터에 가기 전 우리는 미리 심리검사를 했다. 상담실에 들어갔을 때 상담사는 나의 심리검사 결과지를 보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나는 우울증이 심하며 예민하고 분리불안이 있는 상태라고 했다. 상담사는 분리불안의 원인을 알아내고자 나에게 여러 질문을 했고 결국 나의 어린 시절의 끔찍한 일이 원인임을 밝혀냈다.
나의 아버지는 새엄마에게 내가 폭력을 당할 때 방관했으며 후에 그에게 새엄마의 학대에 대해 얘기했을 땐
"에이, 설마. 그러진 않았겠지."
라며 그녀의 편에 섰다. 나는 아버지에게 완벽하게 버려졌다고 생각했고 이후에 남자에 대한 불신이 생겨 사실 결혼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상담사는 내가 남편에게 아버지를 투사하고 있음을 얘기했고 남편과 아버지는 다른 사람임에도 자꾸만 동일시하기 때문에 남편을 믿지 못하고 버릴 거라고 의심하며 불안해하고 있다고 했다. 상담사의 말에 나는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상담사는 내가 심리상담 치료가 꼭 필요한 상태라는 것을 강조했다. 남편은 바로 결제를 진행하려 했지만 나는 어쩐지 심리상담 비용이 너무 비싸게 느껴져 탐탁지 않아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담을 다녀온 이후로 확실히 남편에 대한 나의 태도는 달라졌고 스스로도 마음이 안정되었음을 느껴 심리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여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심리상담을 받으며 열심히 운동하겠다고 남편과 약속했다.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를 남편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