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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에 미친(쳤던) 남자 ep.7

자그마한 식당부터 LA까지

by JUNO
“Live in the present, launch yourself on every wave, find eternity in each moment.”

현재를 살며 모든 파도에 몸을 싣고 모든 순간에서 영원을 찾아라.


LA 타코 투어를 하면서 본인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것인지 "난 타코를 좋아해"에서 "난 타코를 좋아해야 해"라는 이상한 프레임이 나에게 씌어졌다. 그래서인지 LA여행을 하면서 항상 "타코집을 찾아야 해"라는 강박이 존재했다.


나에게 솔직해져 보자.

내가 타코를 좋아한 건 맞지만 이 여행이 즐거움이 아닌 '타코'퀘스트로 변하니 출장 나온 기분이랄까? 10일째 되는 날 앞마당에서 도세끼스 맥주 한 캔과 (처음으로) 타코가 아닌 소세지와 함께 담배를 태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분명 즐기러 온 여행인데 난 왜 이리 피곤하지? 좋아하는 걸 하고 있고 여행 여유자금도 충분한데 말이다.

곰곰이 생각했다. 알타디나 그 어둡고 가로등도 많이 없는 마을에서 조용히 앉아 계속 생각했다. 그러더니 내 첫 해외여행인 캐나다가 생각났다. 모든 게 새로웠고 여행을 떠나면서 어느 무언가에 속박당하지 않으며 항상 새로운 나날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그곳.

그래서 이번 '타코' 여행의 수식어를 'LA' 여행으로 변경하니 많은 점이 달라졌다.

그래서 순수한 즐거움으로 타코집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다. 난 10일 동안 '타코'만 먹었다. 하긴 10일이면 질리는 게 당연하지.

그래서 호스텔에서 만난 친구들과 할리우드 좀 걸어 다니면서 LA의 명소도 돌아다니고 '타코'만을 위한 여행이 아닌 제대로 된 투어를 시작했다. 너무 타코타코에 갇혀있다 보니 스스로 압박감에 쌓여있었는데 마침내 타코가 아닌 LA의 명물 in and out을 먹으면서 LA 투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할리우드 좀 돌아보고 내가 좋아하는 유명인사들이 바닥에 적혀있나 보기도 하고 심지어 마블 영화의 토르인 크리스 햄스워스도 만났다. 약간의 수식어만 교체했을 뿐인데 주변에 안 보였던 게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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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좋아하는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Tom misch의 바이닐. 정말 큰 Lp 판매점인 아메바 뮤직에서 좋아하는 팝 가수들과 락 가수들의 Lp도 많이 찾아보고 결국엔 Ella mai 의 바이닐까지 구매했다. 친구에게 선물로 줬는데 마침 생각난 김에 또 들으러 가야겠다. 타코와의 시간적 여유를 갖다 보니 엘에이의 음식을 더 즐기게 되었다. 그다음으로 먹었던 건 chick fil a. 솔직하게 이건 기대 이하, 그리고 타코만 먹자! 했던 강박은 사라지며 부리또도 즐기게 됐다. 사실 타코가 더 맛있다. 덕분에 그리피스 천문대도 다녀오고 할리우드 사인도 보러 다니며 호스텔에서 만난 친구들과 공유도 하며 또 다른 재미를 느끼는 시간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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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라는 틀에서 나오니 미국 식료품점도 다녀오고 장 보다가 우연히 스몰톡으로 이어진 인연이 요리 방법도 서로 공유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눴다. 아보카도랑 파스타랑 섞어서 파스타를 만든다니 놀라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도 처음 만들어본 건데 너무 맛있어서 놀랐었고 장을 보는 걸 좋아하는 난 현지 마트의 식료품 가게의 가격을 보며 시장을 약간이나마 분석을 하게 된 시간을 가졌다. (어느 여행을 가나 식료품 가격을 제일 먼저 확인한다. 의 식 주에서 중요한 '식'에 관여되기 때문.)

미국에서 먹었던 토마토 맥주인 클라마토 비어. 이때 한국에선 알려지지도 않았고 다들 인상을 찌푸리는 맥주였는데 지금은 소셜 미디어에 너도 나도 올리는 유행 맥주다. 참.. 유행이 이리도 무섭다. (그래서 친척 누나한테 토마토 맥주에다 약간 매운맛을 섞으면 더 특별한 맛이 난다고 했는데 완전 거부하더라. michelada rojo라는 술인데, 봐봐라! 이게 또 유행하면 분명히 맛있다고 할 걸�)


이렇게 나 자신과 솔직한 시간을 가지니 마음이 편안해지며 나를 꽁꽁 감싸고 있던 밧줄에서 나온 기분이다.

모든 것을 하려면 그것에 대해 보상을 바라면 안 된다. 왜 내가 타코를 '그렇게' 먹어야 했을까? 난 타코를 좋아하는 것이고 더 맛있는 타코를 찾으러 온 여행인데. 타코를 위해서 온 LA기에 이걸 안 먹으면 마치 뭐라도 쫒기 듯한 기분을 받았고 순간적인 보상을 바라왔다. 특히나 타코집에서 일을 했기 때문일까? 내가 이걸 장사로 옮기겠다는 무의식적인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던 걸까? 좋아하는 것에 미치는 건 좋지만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 다른 걸 희생할 용기가 있어야 끝까지 가고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난 타코 많이 먹기가 아닌 '맛있는' 타코 많이 먹기로 바꿨다. 둘 이 비슷해 보이지만 난 이 형용사 하나 추가에 따른 여행의 가치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할 때, 발전을 하고 싶을 때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닌 내가 '필요'하거나 다른 걸 뛰어넘어 좋아하는 걸 택하기로 했다. (술 마시며 놀고먹고 누워서 핸드폰 하는 거랑은 전혀 다르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나에게 영어공부도 여기에 속하기 때문. 혹은 요즘에 빠진 식물 가드닝 또한 그렇다.)

그래서 이 시리즈의 제목이 타코에 미친과 미쳤던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아쉽지만 끝까지 가진 못했다. 그래도 난 타코가 좋다. 한국에서만 안 먹는 것뿐이지. 그레도 만일 누가 나에게 "준호! 타코 먹으러 갈래?"이러면 난 내가 일했던 곳 말고는 굳이 안 갈 것이다. 내가 일했던 그곳 타코가 한국에선 제일 맛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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