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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때문에 일을 못하는 사람?

by JUNO

벌써 10월 중순이 다가온다. 12월 중순까지 2달 남았다. 즉 한 달 동안 적어도 5,000달러를 저축해야 하고 주에 적어도 세후 1500불은 벌어야 한다. 참 힘들고 힘들다.. 노동보다 운이 안 따른달까?

무튼 오늘은 웃기고 어이없는 제목을 가져왔다. "까치 때문에 때려치운다!"



현재 호주의 계절은 봄이고 Magpie라는 새가 기승이다. 정말 미치겠다ㅋㅋㅋ 난 잘못 걸렸다. 그것도 그 새와 원수관계과 돼버린 상황이다.




사건 발생은 이렇다. 대략 2주 전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하는데 항상 지나가는 쇼핑센터를 지나가는 도중 웬 새가 갑자기 공격을 하는 거다. 나도 질 수 없어서 공격 못하게 위협을 주었다. 자전거 뒤로 따라오면 나도 멈춰서 위협을 주고 아예 못 따라오게 부딪히기 직전까지 겁을 줬다.

하지만 이 놈은 절대 지지 않았다. 날개까지 쫙 피며 오히려 위협을 가하는 거 아닌가.

이 짓을 하기에 시간이 아까워 그냥 바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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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절대 그러면 안 됐었다...


다음날 출근을 하러 다시 그 길로 향했고

진짜 개 화난 멕파이가 다짜고짜 몸통 박치기를 시전 하며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쫓아왔다. 이 무서움은 당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른다. 나도 호주 친구들이 호주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은 악어도 아니고 상어도 아니다.

바로 봄의 제철인 멕파이다.


난 이렇게 이 녀석한테 고통받은 지 거의 2주가 돼 가고 (더 된 거 같기도 하고? 고통이 길면 시간이 안 간다) 이 녀석을 피해 다닌 지도 2주가 돼 가며 "아 오늘은 그래도 좀 얌전하지 않을까?"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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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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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 150m 목표물 발견


하고 진짜 미치도록 쫓아온다. 호주인생 처음 느끼는 스트레스다. 이건 내 인생 최대 스트레스다 정말로.

오늘 아침에도 멕파이형한테 혼나고 왔다. 길을 좀 틀면 되지 않을까? 하며 지나간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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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또 왔어?"



다른 길도 많이 다녔다. 그 길엔 또 다른 멕파이 형님들이 기다리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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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둥지 건드냐?"


하.. 첫째 형 안 계시는 또 다른 길에도 육아 담당 둘째 형이 기다리고 계신다.


그래서 플랜을 세웠다. 마치 군 장교가 되어 루트를 짜고 자전거를 타지 말고

버스를 타거나 걸어가자라고 결정했다. (물론 한 달간..)


그렇게 2주간 정신적 스트레스를 보상받지도 못하며 아침마다 "그래.. 이곳이 지옥이구나 하며 출근길을 매일 같이 나섰다."


그렇게 다음 주 시간표가 나왔다. 월요일, 화요일 오전에 초밥집에서 일하고 그 후 다음 일터로 향하는 길에 멕파이 형님들이 터 잡으신 곳이다.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다른 레스토랑에서 일한다.)


난 출퇴근을 자전거로 하는데 맥파이는 자전거에 특히 공격적이다. 그래서 걸어가자는 계획을 세웠고 초밥집에서 다음 레스토랑까지 30분을 걸어야 하고 레스토랑에서 퇴근하고 집까지 가는데 1시간이 걸린다.


그래 그냥 다음 주 월, 화는 다 합쳐도 4시간(레스토랑)인데 그냥 이틀만 쉬지 하며 본격 빤스런이 시작됐다.




왜 멕파이가 이렇게 기승이냐고? 9월부터 11월까지 혹은 12월까지 멕파이의 베이비가 태어나는 시기, 베이비가 날기 전까지 부모의 케어를 받는 기간이다. 그래서 둥지 주변에 사람이 오면 아주 난리가 아니다.

멕파이에 대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이 놈들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되었다.

엄청 똑똑하고 적들(나)이 옷을 바꿔 입어도 몸의 쉐잎, 얼굴의 형태 습관까지 파악해서 한 번 걸리면 끝난 거다.

대신 똑똑한 만큼 친해지면 엄청난 친밀감을 표현하는 새가 멕파이다. 그래서 사람들도 '안티 멕파이' 혹은 '멕파이 팀'으로 뚜렷한 색으로 나뉜다.


"저희 새는 안 물어요~" "멕파이만큼 멋진 새를 본 적이 없어요~"


호주 엄마들의 긍정적 사고 정신 승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아직까진 안티 멕파이다.


모든 멕파이가 그러는 건 아니다. 수컷 중 특히 그 수컷들 중 10퍼센트만 이 난리다. 어떻게 난 그 10퍼센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걸까..


영어로는 Magpie, 멕파이 시즌이 되면 사람들은 Magpie swooping season이라고 부른다.

슝하고 때리는걸 Swoop이라 한다. 그래서 직장 동료들한테 I got fuking swooped again this morning 그러면 차 타고 다니는 동료들은 웃겨 죽는다. 고맙다..


슬랭으로는 Magpie를 줄여 Maggie라고 불린다. 메기


서호주보다 동호주 멕파이가 난리다. 서쪽과 동쪽 멕파이의 종류가 서로 다르다고도 하고 인구수도 동쪽이 훨씬 많기에 사고 신고수가 더 많다.


진짜 웃긴 건 멕파이의 피해가 너무 심해서 사람들이 Magpie alert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어디에 Swooping 하는 멕파이가 있는지 표시까지 하는 사이트가 있다.

나도 하나 표시해 놨다. 쇼핑센터에 있는 녀석.

사람들이 안 보면 잠자리채로 잡아다 진작 튀겨먹었다.


빨리 와라 12월.


어쩌다 보니 새에 쫓기는 신세가 돼버렸습니다. 9월 말부터 공격이 시작된 거 같은데 이것 때문에 요즘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닙니다. 아침 15분, 20분 출근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출근하기가 두려워졌습니다. 공격 시즌만 끝나면 저의 출근길은 천국이 될 것만 같은 그런 기분입니다.

동물이 좋아서 동물 관련 전공을 공부했었고 야생 동물만 보면 사진 찍는 게 일상이었고 더 많은 동물을 보기 위해 호주를 택했지만 멕파이.. 이 놈 쉽지 않습니다. 빨리 새끼가 무럭무럭 자라 부모 곁을 떠나야 하는데 언제 떠날지 예측이 안 갑니다. 캥거루족으로 지내는 건지..


참, 저의 1억 목표에 관해 얘기하자면

저의 이번 연도 50,000불 목표는 계속해서 진행 중입니다. 약간의 업데이트가 있다면 저축을 하는 건 인플레이션 상승을 못 따라가는 걸로 판단하여 다양하게 투자를 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호주 주식 시장이 생각보다 좋고(개인적인 생각) 프랭킹 크레디트이란 호주 세법 거주민에게 주는 배당금 혜택이 너무 좋아 미국 주식만 하기엔 너무 아까운 혜택입니다.

그래서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ETF 하나와 개인적으로 좋게 보는 상품에 쭈욱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포트폴리오를 설명해 보자면 저축 통장에 30%를 넣고, ETF에 50%, 제가 좋아하는 주식에 20%. 주에 적어도 1000불은 포트폴리오 안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정말 집 값 빼고 나머지는 이 비율대로 들어갈 예정.)


추가적으로 한국에 있는 돈 또한 주마다 금과 미국 ETF에 적립식 투자를 진행 중입니다. (분명 5년 안에 거대한 하락장이 온다고 예상을 하며 거치식 투자는 피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새한테 고통받는 시간이 지나며 언젠간 자연에게 보상받는 일이 생길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멕형은 슬슬 들어가라.. 눈치 있으면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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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goe3.png

(참고로 저는 이 사진이 절대 웃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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