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 시어머니, 며느리의 결핍 품어내기

by 마음벗

나는 어려서부터 엄마의 얼굴도, 목소리도, 따뜻한 밥 한 그릇도 받아본 기억이 없다.

내게 결손이라면, 그것이 결손일 것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나는 그 결핍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자랐다.

결혼 전까지는 그 부재가 내 삶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가 된 후에야 그 공백의 무게가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를 실감했다.

출산과 육아는 어머니의 부재를 가장 현실적으로 느끼게 하는 경험이었다.


몸이 고되고 마음이 외로울 때, 문득 떠오르는 생각은 하나였다.

‘이럴 때, 엄마가 있었다면…’

그때마다 가슴 한편이 허전했다.


게다가 시어머니의 말과 행동 속에서 나는 다시금 ‘어머니의 부재가 만들어낸 무례함’을 느껴야 했다.

나의 결손이 시어머니의 판단 기준이 되어버린 순간들이 있었다.

그건 상처였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나는 자주 생각한다.

만약 내게도 어머니 없이 자라온 며느리가 생긴다면, 나는 어떨까.

아마도 가장 먼저 안쓰럽고 걱정될 것이다.


‘그 아이는 얼마나 외롭고, 세상 속에서 얼마나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텼을까.’

그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저릿하다.


그래서 나는 그 며느리에게 따뜻한 엄마란 어떤 존재인지 한 번이라도 느끼게 해주고 싶을 것 같았다.

“네가 엄마가 없으니 내가 막대해도 되겠다”가 아니라,

“네게 엄마가 없으니 내가 그걸 대신해주고 싶다” 그런 마음이 들 것 같다.


물론, 그 마음을 대놓고 표현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 상처는 조심스럽고 섬세하다.

다만, 나는 그 며느리를 대할 때 한 번 더 따뜻한 눈길을 건네고, 한 번 더 살피는 어른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항상 며느리들에게 조건 없는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

“이건 네가 차려야 하는 밥이 아니라, 시어머니가 해줬으니 마음 편히 먹고 쉬면 되는 밥이야.”

그런 식사를 건네고 싶다.

식사 후에 설거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저 따뜻한 사랑이 담긴 밥상이면 충분하다.


나는 며느리에게 위안 같은 존재로 남고 싶다.

결손을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스스로 선택해서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핍은 불행이 아니라, 따뜻함을 깊이 이해하게 하는 문이다.”

keyword
이전 02화2. 시어머니, 며느리의 뿌리까지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