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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시어머니가 두렵지 않지만 두려운 이유

by 마음벗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대일 관계는, 상대와 나만의 이해관계만을 고려하면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집단이 되는 순간, 사람은 어느새 냉정함으로 무장하게 된다.


집단 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때로는 매정하고 도리를 벗어난 행동도 서슴지 않게 된다.

이 현상은 사회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가족 안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가족 구성원을 밟고 올라서려는 본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그것이 시어머니들이 보여주는 패턴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시어머니라는 사람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평소, 단둘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일상을 함께 지낼 때면 그녀는 특별히 화를 내거나 유난을 떨지 않는다. 그 순간만큼은 평온하고,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 속에서 그녀와 나 사이에는 긴장감이 크지 않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관계가 얽히고설키는 지점에 다다르면, 그녀의 말과 행동, 표정이 갑자기 모난 형태로 바뀌기 시작한다.


나는 항상 그 순간을 궁금해했다. 시어머니는 특정 상황에서 왜 갑자기 날카로워지는가.

곰곰이 살펴보면, 아마도 그것은 시어머니만의 결핍, 자존심, 질투, 시기를 불러일으키는 지점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본인이 자극되는 지점을 시어머니 역시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 채 과거의 상처와 결핍을 투사하며 행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 모든 것이 유독 나에게 향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나의 존재가 그녀에게 불편한 불청객으로, 끊임없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보다 며느리를 더 인정하고 칭찬하는 모습을 보면, 그녀는 금세 날카롭게 변했다. 단순한 인사치레나 사소한 말조차 그냥 넘어가지 못했다.


아들이 아내인 나에게 “아들 셋 키우기 쉽지 않은데 잘 해내고 있다”라고 칭찬을 했다. 시어머니는 어김없이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곧바로 이렇게 내뱉었다.

“그럼 애들을 엄마가 키우지, 누가 키우나?”


이 말에는 단순한 불만을 넘어, 자신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불안과 경쟁심, 그리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묻어 있었다. 며느리가 칭찬받는 순간, 자신이 느끼는 미묘한 결핍이 표출되는 것이다.


나는 내 생각이 틀리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몇 년이 지나고 나에게 이상한 증상이 생겨났다. 시댁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는 순간부터, 방문까지 남은 시간 동안 나는 두통과 소화불량에 시달렸다.


1주일, 2주일 방문 시점이 다가올수록 그 증상은 점점 심해진다. 그러나 막상 시댁에 도착하면 놀랍게도 나는 아무렇지 않다.

시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순간만큼은 몸과 마음이 의외로 안정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예보 없는 소나기처럼 심적 공격이 몰아칠 때면,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와 심신이 지쳐버린다.


시어머니가 두려운 이유는 단순히 그녀의 말이나 행동 때문이 아니다. 내가 아무리 대응해도 나 자신을 그녀로부터 완전히 지킬 수 없다는 막연한 공포 때문이라고 이해한다.


과거에는 남편이 늘 어머니 편이었고, 내가 시어머니로부터 상처되는 말을 듣거나 불쾌한 일을 겪더라도 남편은 그 상황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넘기거나 묵인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지금의 남편은 달라졌지만,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된 습관과 관계의 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무의식적으로 움츠러드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이처럼 나는 시어머니가 두렵지 않지만, 동시에 두렵다. 그 두려움은 그녀 자체가 아니라, 관계의 구조와 반복된 습관, 그리고 내 마음속 깊이 남아 있는 불안에서 비롯된다.

결국, 시어머니가 두렵지 않지만 두렵다는 감정은 나와 그녀, 그리고 가족관계 속에서 형성된 심리적 풍경이다. 나는 그것을 부정하거나 억누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두려움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나는 그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나 자신에게로 돌아올 수 있다. 흔들리는 바람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존재가 되고 싶다. 두려움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나 자신과 평화를 이루려 노력한다.

두렵고 불편한 존재를 아무렇지 않은 듯 마주해야 하는 것, 그것이 며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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