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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시어머니의 아들 가진 유세

by 마음벗

세상에는 진짜 잘난 아들들이 많다.

그들이 잘난 이유는 태생적일 수도, 부모의 덕일 수도 후천적 본인의 노력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과 관계없이, 거의 모든 부모는 자신의 아들이 잘났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 아들은 잘난 사람이어야 한다”라는 믿음을 강하게 붙든다.

아들이 실제로 잘났다면, 며느리가 ‘내 아들 덕에 호강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어 한다.

반대로 아들이 잘나지 못하고 며느리가 더 잘났다면, 혹시 며느리가 아들을 무시할까 두려워한다.


그 결과, 아들을 가진 자부심과 유세는 거의 모든 경우에서 나타난다.

어찌 되었건, 아들을 가진 부모는 자신의 우월함을 은근히 드러내고자 한다.


나는 딸로 태어나 친할머니로부터 늘 차별을 받으며 자랐다.

사촌 오빠들은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접을 받았고, 그런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불만과 서운함이 쌓였다.


그래서 나는 아들 가진 시어머니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조금은 알고 있다. 우리 시어머니 역시 아들을 중심으로 한 유세를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오신 것 같았다.


결혼 후, 며느리가 생기면서 그 유세는 더욱 뚜렷해졌다. 큰아들 내외가 잘하는지, 작은 아들은 어머니의 편에서 늘 시어머니를 살피고 보살폈다. 시어머니는 그 모습을 ‘자식의 효성’으로 여기며 즐겼지만, 나는 그 속에서 ‘아들 가진 유세’의 그림자를 보았다.


작은 아들이 어머니를 사랑하고 지키려는 마음에서 시작된 행동일지라도, 결과는 형제 사이의 긴장과 견제로 이어질 수 있다.


아들들끼리 어머니에 대한 효도의 양을 확인하고 서로를 감시하는 모습은 겉으로는 보이지 않아도, 관계에 금이 가는 원인이 된다.


나는 그것이 좋지 않아 보였고, 시어머니가 이 점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또한 많은 시어머니들은 아들 가진 유세를 며느리를 마음껏 부려먹는 권력으로 활용한다.

그 유세가 아들의 가정을 흔들고, 며느리의 마음을 병들게 해도 상관없는 듯 행동하는 사례를 나는 주변에서 수없이 보았다.


하지만 세상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이제는 ‘딸이 있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딸이 엄마 마음을 잘 알아주고 잘 챙긴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처음에는 나도 딸 가진 엄마들이 많이 부러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생각이 달라졌다.

아들만 있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 ‘아들 가진 유세’를 떨지 않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나의 경험으로 며느리에게 상처 주지 않고 아픔을 반복하지 않을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내 아들이니까’라는 말속에는 숨겨진 권력감과 소유욕, 그리고 세대 간 오만함이 숨어 있다.

시어머니는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자랑으로 바뀌는 순간 관계는 상처가 된다.


나는 이제 그 자리를 넘어서, 아들 가진 시어머니로부터 겪었던 부당한 유세를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부모의 자부심’과 ‘관계의 침범’을 구분하는 일이다.


시어머니들의 아들 가진 유세는 단순한 유세가 아니라, 가정 내 관계를 흔드는 힘이 될 수 있음을 시어머니들은 명확히 깨달아야 한다.


나는 ‘아들을 가진 권력’보다, 관계를 지키는 책임감을 선택할 것이다.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고 소리치고 항의하기보다, 끝내 인내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자리, 그것이 며느리의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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