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들 집은 남의 집

by 마음벗

아들이 결혼을 하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어 그곳에서 편안한 삶을 살아간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것이다.


나는 그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려본다.

아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꾸린 집, 그곳에서 웃음이 가득하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세상에는 ‘아들의 집’을 두고 참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한다.

어떤 이는 아들의 집이 바로 근처에 있지만 단 한 번밖에 가보지 않았다고 했다.

반찬을 만들어 경비실에 맡기고, 본인의 집으로 출발 후 며느리에게 문자 한 통을 보낸다.

“반찬 맡겨놨으니 찾아가렴.” 그렇게만 하고 돌아선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말을 잃었다. 그렇게 훌륭한 시어머니가 있다니...

집에 들어가지도 않고 그냥 돌아간다고?

역시나 그 며느리와 시어머니 사이는 매우 좋다고 했다.


서로의 경계를 지켜주는 관계, 필요할 때만 조심스레 다가가고 그 이상의 간섭은 하지 않는 관계.

그 거리감이 오히려 서로를 편안하게 만든 것이다.

반찬을 다 먹었는지, 버렸는지도 묻지 않는다.

그냥 “그 정도면 충분하다”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반면, 어떤 시어머니는 반찬을 싸들고 수시로 아들집을 드나든다.

냉장고 문을 열어

“내가 준 반찬은 다 먹었니?”

“이건 왜 그대로야?”

“요즘 밥은 집에서 해 먹니?”

“밖에서만 먹는 거 아냐?”

그런 말들을 던지며 자신의 정성을 확인하려 든다.

그렇게 시어머니의 발걸음이 며느리의 마음을 흔든다.

그녀는 자신이 며느리를 ‘도와준다’고 믿는다.


하지만 사실은 며느리의 생활공간을 침범하고, 자율성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며느리는 점점 집에서 요리하는 걸 피하고 집이라는 공간 자체에 애착을 잃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시어머니는 끝내 알아차리지 못했다.

자신을 여전히 “그들을 위하는 좋은 시어머니”라 여긴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무지는 언제나 선의의 얼굴을 하고 찾아온다. 는 것을.

좋은 의도라 믿는 그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숨 막히는 간섭이 될 수도 있다.

사랑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사랑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아들의 집 문턱을 넘을 때는 신발보다 먼저 마음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그곳은 이제 아들의 집이 아니라 아들과 며느리의 집이다.

나는 손님으로 들어가고, 그들은 주인으로 맞이한다.

이 간단한 사실 하나를 잊는 순간, 관계는 쉽게 어그러진다.

나는 언젠가 그 문턱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싶다.

“이 집은 아들만의 집이 아니다. 그들의 집이다.”

이 한마디가 시어머니로서의 품격을 지켜주는 가장 강력한 주문이 될 것이다.

사랑은 가까이 다가가야 할 때도 있지만, 물러서야 할 때도 있다.

그 거리를 알아차리는 사람만이 진짜 어른이 된다.


나는 언젠가 아들의 집을 방문할 때, 그들의 세상에 조심스레 발을 들여놓고 싶다.

내가 다녀간 흔적이 향기로 남을 수 있도록. 그 집의 문을 나서며

“좋은 시간이었다”는 미소 하나만 남기고 조용히 돌아설 수 있는 시어머니이고 싶다.


“사랑은 간섭이 아니다.

그들의 세상을 지켜보며 믿어주는 일,

그것이 어머니의 마지막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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