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마다 논술 수업이 인기다. 논술 수업 덕분에 아이의 글쓰기 실력이 확 늘었다는 솔깃한 이야기가 엄마들 사이에 구전 신화처럼 돌고 돈다.
아이가 1학년때,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논술 수업을 시작하자는 엄마들이 많았다. 한 엄마가 진지하게 함께 하자고 말하길래, 내가 그랬다. "글쓰기는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보는게 최선 아닐까요? 엄마랑 매일 주제를 정해서 한 두줄이라도 써보면 늘겠죠." 그랬더니 그 엄마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아니 그걸 누가 몰라요? 문제는 엄마가 가르칠 수 없으니까 그런거죠. 나도 글쓰기를 못하는걸요."
엄마들이 아이를 논술 수업에 보내면서 기대하는 바는 딱 한가지다. '어떻게 써야 잘 쓰는지 그 비법을 배워오는 것' 그런데 '어떻게'는 국어 시간에 다 배운다. 주어, 술어 등의 문장성분은 물론 글 형식까지 참 친절하게 선생님이 가르쳐준다.
그럼 대체 논술에선 무엇을 배워야할까? 바로 '무엇'을 써야하는가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무엇을 써야하는지는 각 개인의 고유 생각이자 가치관인데, 그걸 논술 수업에서 어떻게 배울수 있을까? 사실 '무엇'은 평소에 생각하고, 읽고, 말하면서 쌓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논술 수업에서 어떻게 써야 잘 쓰는지를 배워도, 정작 자신만의 생각이 없으면 좋은 글을 기대할 수 없다.
난 아이에게 글쓰기나 논술을 따로 가르치지 않았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가르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아이의 생각을 넓혀주는 질문은 자주 한다. '그래서 너는 그 상황에 어떤 생각이 들었어? 너라면 어떻게 할거야? 그 사람 마음은 어떨까? 네가 말해줄 수 있다면 뭐라고 해줄건데? 그 사람 표정은 어땠어? 그때 네 기분은?' 이렇게 질문을 던지면, 아이는 그때 그 상황을 복기한다. 그리고 놓쳤던 부분을 발견하거나,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보고 스스로 결론을 얻는다.
주말에 전라도 강진으로 문예 기행을 다녀왔다. 영랑 백일장에서 아이는 '추억'이라는 제법 흔한 주제로 글을 썼다. 특정 여행을 통한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에피소드와 느낌을 적었다고 했다. 그리고 아주 사소한 것으로 인해 그 여행에 대한 기억이 완전히 변했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나름의 교훈도 서술했단다.
쓰면 쓸 수록 아이의 글쓰기 실력은 좋아지고 있다. 그리고 개인적인 글쓰기에서 보편적인 글쓰기로 한 걸음씩 성장하고 있다. 아이를 보며 나는 또한번 확신한다. 글쓰기는 재능이 아니라, 반복된 훈련이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