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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은영 May 01. 2019

21. 사주

삶이 갑갑하거나 잘 풀리지 않을 때 사람들은 사주를 본다. 점쟁이가 '걱정마! 다 잘 풀릴거야.' 라고 말해주거나, '그래, 그 길이 네 길이야. 정진하면 틀림없이 성공할거야! 라고 말해주는 순간, 사람들은 그깟 복채쯤 얼마든지 내겠다는 심정이 되고 만다. 

작가 김영하님도 젊은 시절 사주를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글을 쓰겠다는 진지함도 없던 때라 그저 자신의 삶이 어떻게 풀릴지 막연히 궁금했던 모양이다. 점쟁이가 그랬단다. 평생 글과 말로 배부르게 먹고살거라고. 

한참 시간이 지난 후, 문득 점쟁이 말이 떠올랐단다. 점괘가 맞은 것이 신기해서 다시 점쟁이를 찾아갔는데,그를 만날 수가 없더란다. 그 사이 명성이 드높아져서 좋은 건물로 사무실을 옮긴 것은 물론이고, 3년치 예약이 다 차버린 상태였기 때문이란다. 

김영하 작가님께 진지하게 말하고 싶다. "그 철학관 어딘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아님, 전화번호라도...플리즈."

나도 몇 번 사주를 본 적이 있는데, 돌아보면 거의 다 틀렸었다. 특히 '절대' 그럴리 없다거나 '거의 가능성이 없다' 라고 들었던 것들이 현실이 되자, 그들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떨어져버렸다. 

그나마 잘 맞은 건 무료어플 '점신' 정도였다. 초년, 중년, 장년, 노년의 운세를 풀어놓은 걸 보니, 내가 겪은 인생과 거의 비슷했다. 그래서 혹시 앞으로 맞이할 미래도 '점신' 운세가 맞는걸까 싶어 괜한 우려와 기대를 갖게 된다.

다행히 나의 사주는 대기만성형이라 중년부터 삶이 나아져 말년에 명성을 얻고, 걱정없이 살거란다. 진짜든 아니든 위안이 되는 말이라 단단히 믿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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