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에서 월스트리트의 전설로 등극한 크리스 가드너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행복을 찾아서>에 투자회사 인턴을 뽑는 면접 장면이 나온다.
말쑥한 정장은 고사하고 지저분한 노숙자 차림으로 등장한 가드너를 보고 어이가 없어진 면접관이 심드렁하게 질문을 던졌다.
“자네가 면접관이라면 인터뷰에 와이셔츠도 입지 않은 채 속옷 차림으로 나타난 지원자에게 뭐라고 할 텐가?” “혹시라도 그를 뽑는다면 나중에 회사 사람들에게 뭐라 설명해야 하지?”
그러자 ‘할리우드의 유쾌한 악동’ 윌 스미스가 연기한 가드너가 천연덕스럽게 대답한다. “와이셔츠는 입지 않았지만 속옷만큼은 진짜 멋진 걸 걸치고 왔어(He must’ve had on some really nice pants)라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그 말에 와르르 폭소가 터졌고 면접관들은 흔쾌히 가드너를 합격시킨다.
“복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 면접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 번쯤 품었을 법한 고민거리다. 면접 날 풍경은 어느 기업에서나 비슷하다.
약속이나 한 듯 남자 지원자들은 하나같이 검은색 정장, 여자 지원자들은 항공사 승무원처럼 쪽진 머리를 하고 하얀 블라우스에 검은색 치마를 받쳐 입는다. 지원자들 사이의 암묵적인 드레스 코드나 불문율인 셈이다.
사실 필자가 근무하는 은행에는 지원자들의 옷차림에 관한 딱히 정해진 규정(드레스 코드)이 없다. 하지만 은행권은 보수적인 기업문화라는 고정관념이 강해서인지 튀지 않는 무난한 옷차림으로 면접에 오는 지원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옷차림은 면접에서 지원자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옷차림이 주목받는 시대이기에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동일한 조건이면 아무래도 패션 감각이 좋은 사람이 더 후한 점수를 받기 마련이다. 흐트러진 옷차림보다는 단정한 옷차림의 지원자에게 호감을 갖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패션 감각이 지원자의 역량이나 자질까지 담보하진 않는다. 면접은 지원자의 역량과 자질을 평가하는 자리이지, 옷차림을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다. 옷을 잘 입었다고 합격시키지는 않는다는 소리다. 한마디로 면접 복장은 평가에서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부차적인 요소다.
다만 패션은 개인 취향의 문제여서 옷차림이 평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가는 면접관마다 다를 수 있다. 그렇다면 면접 복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필자도자주받는질문이다. 대답하기가늘쉽지않다. 딱히정해진답이있는문제가아니기때문이다.
그래도 필자의 경험에 비춰보면 “패션도 경쟁력”이라는 말보다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에 한 표를 던지겠다. 잘 보이기보다는 흠 잡히지 않는, 튀는 것보다는 무난한 복장이 더 낫다는 뜻이다.
무난하다는 것은 거슬리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복장으로 어필한다는 생각보다는 쫄바지나 발목 짧은 바지, 울긋불긋한 색깔의 양말 등 튀는 복장 때문에 나쁜 인상을 주거나 혹시나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 상황을 예방할 정도의 적당한 옷차림이면 된다는 얘기다.
옷차림으로 기억에 남은 지원자가 있다. 하나같이 검은색 정장을 입은 지원자들 중에서 유독 혼자 빨간색 상의를 입고 와서 단연 도드라졌다.
그래서 필자가 “사실 (은행 면접에는) 정해진 드레스 코드가 없다.그런데 지원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 하나같이 검은색 정장을 입고 오신다. 오늘 지원자의 (튀는) 옷차림에 특별한 의미가 있느냐?”라고 물었다.
진담인지 우스갯소리인지 지원자는 “옷차림으로라도 튀어보고 싶었다”라고 대답했다. 필자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시원스레 대답하는 지원자에게 처음부터 호감을 느꼈다. 면접에서도 올곧은 자세며 똑 부러지는 대답에 시간이 흐를수록 점수가 올라갔다.
그런데 옆자리에 앉은 면접관에게는 사뭇 다르게 다가왔던 모양이다. 옷차림에서 드러난 것처럼 톡톡 튀는 성격이어서 입사 후에 동료직원들과 불협화음을 빚을까 걱정된다는 이유였다.
물론 다른 면접관이 복장만으로 지원자를 평가하지는 않았다. 당연히 복장은 평가요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면접관에 따라 평가결과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데도 혹시 튀는 복장이 아니었다면 결과가 어땠을까라는 궁금증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그만큼 놓치기 아까웠고 탈락이 아쉽게 느껴진 지원자였다.
또 오래전 기억이지만 어떻게 구했는지 은행에서 여직원들이 창구업무를 할 때 입는 유니폼을 착용하고 면접에 온 지원자도 인상 깊었다. (참고로 자율복장 제도가 도입되면서 요즘 은행에서는 여직원들이 유니폼을 입지 않는다)
당시 지원자의 옷차림을 놓고 면접관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다. 치열한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옷차림으로 입사에 대한 절실함을 표현한 게 아니냐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면접관도 있었지만 대체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평가가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결국 지원자는 면접을 통과하지 못했다. 역시 옷차림 탓만은 아니었지만 왠지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만든 경우였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야 살아남는 요즘같은 ‘주목경제’시대에도 면접 복장만큼은 예외가 아닌가 싶다.
특히 면접 복장에서 노출이 심한 옷은 본인은 물론 면접위원들도 시선처리에 곤란을 겪게 되므로 절대 피해야 한다.
언젠가 하계 인턴사원 면접을 볼 때였다. 무더운 날씨여서 지원자들에게 상의를 탈의해도 좋다고 안내를 했다. 그런데 유난히 가슴이 훤히 파인 블라우스를 입은 지원자가 있었다.
면접에 들어오기 직전에 스카프를 대기하던 곳에 무심결에 풀러 놓았던 모양이다. 자리에 앉고 나서 상황을 뒤늦게 깨닫고 나서부터 지원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신경이 쓰인 탓에 계속 가슴을 손으로 가리면서 얘기하다 보니 가뜩이나 불편할 수밖에 없는 자리가 더더욱 좌불안석이었다.
지원자를 뜨악하게 쳐다보다 눈이 마주치면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서 얘를 먹어야 했던 면접관들도 어렵기는 매일반이었다.면접시간 내내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됐고 결국 그 지원자는 바라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 짐작건대 평소에 즐겨 입던 옷차림이 아니어서 벌어진 사달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복장이나 신발·머리 모양 등은 면접 당일 날 새로운 변화를 주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처음 입어본 옷이나 신발에 신경이 쓰여서 면접 중에 애를 먹는 지원자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머리 모양이나 화장도 미리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정해 최소한 1주일 정도 길을 들여놓는 게 좋다.
한 가지 팁을 드리면 면접에 가기 전에 부모님이나 친인척 등의 주변 어른들 중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미리 준비한 복장이나 신발·머리 모양 등을 보여드리고 의견을 구하는 것이다. 그분들이 보시기에 무난하다고 느끼면 면접관들의 반응도 엇비슷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