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철 Feb 09. 2022

‘면접 노트’를 만들자.

면접관이 풀어놓는 '면접의 속살'-28

  일전에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가 한 대학연구팀이 실증연구를 통해 밝혀낸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을 소개해서 화제를 모았다.

 과연 성공의 비결은 무얼까? 답은 ‘기록’이다.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을 기록한 사람들이 실제로 목표에 도달할 확률도 높다는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나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기록하는 습관’이다.  



 기록은 ‘생각’을 낳고, 생각은 ‘실천’을 낳는 법이다. 당연히 성공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실제 다산 정약용, 레오나르도 다빈치, 다산 정약용 등 동서양을 대표하는 천재들의 공통점도 대단한 기록 마니아라는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모두 1만 3000쪽에 달하는 노트에 수많은 아이디어와 연구성과를 생생한 그림과 글씨로 기록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상을 직접 눈앞에서 보는 듯 생생하게 묘사한 글과 그림으로 어우러진 그의 노트를 보면 누구나 감탄을 금치 못한다. “탐구하라! 연구하라! 기록하라!”가 삶의 모토였을 정도로 다빈치는 기록에 집착했던 엄청난 기록정신의 소유자였다.



 다산 정약용 역시 “둔한 붓이 총명함을 이긴다”는 뜻의 둔필승총(鈍筆勝聰)이라는 말을 남길 만큼 기록을 중시했다. 또 발명왕 에디슨이 실험의 과정과 찰나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꼼꼼히 기록한 수백 권의 ‘발명 일기’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지금 그의 ‘위대한 발명품’들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예컨대, 가장 대표적인 발명품 중 하나인 백열전구를 만들 때 필라멘트의 적합한 소재를 찾기 위해 수없이 실험을 반복했다. 그리고 무수한 실험의 실패과정과 순간순간 뇌리를 스쳐간 아이디어를 발명 일지에 고스란히 적어 놓았다. 이렇듯 그의 위대한 발명품들은 ‘기록의 힘’이다.



 그렇게 보면 기록하는 습관이야 말로 성공으로 가는 출발점인지 모른다. 면접 준비도 그러하다. 특히 ‘면접(답변) 노트’를 만들어 놓으면 큰 도움이 된다.

 머리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생각을 글로 써보아야 확실한 내 것이 된다. 생각은 ‘휘발성이기 때문이다. 글로 써서 꽉 붙들지 않으면 휘발유처럼 쉽게 날아간다.

 그래서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토대로 면접 예상문제를 뽑아보고 또 어떻게 답변할지에 대한 생각을 글로 옮겨 노트에 따로 정리한다. 바로 ‘면접 노트’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면접 노트를 읽어보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면 계속 수정을 해나간다. 입사를 목표로 하는 기업이나 직무가 정해졌다면 인재상, 대표상품과 서비스, 업종 및 회사 현황 등 관련 정보를 정리해서 기록해 놓은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상에 어떤 일도 한순간에 뚝딱 이루어지지 않는다. 면접에서도 꾸준한 연습과 반복만이 합격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지름길이다.

“겨울이 우리에게 묻는 날이 있으리라. 여름에 무엇을 했느냐고?”-체코 속담


 면접 노트가 완성되면 가족이나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면접 노트에 적힌 내용대로 실제 면접에서 말하듯이 연습해보는 모의면접 시간을 가져보자. 글로 쓴 것과 실제 그것을 말해보는 것은 전혀 다르다.

  면접에서는 어차피 글이 아닌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눈으로만 읽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들고 어색하거나 미처 발견하지 못한 틀린 부분들을 찾아내서 고칠 수도 있다.


 자신이 말한 것을 녹음해서 들어보는 것도 실제 면접에 대비한 좋은 훈련방법이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노트의 내용이 어느덧 입에 붙고 실제 면접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키워드를 하나씩 머릿속에 그려가며 자연스레 대답할 수 있다.

 이때 면접 노트의 내용을 토씨 하나 안 틀리게 외운다는 생각보다는 핵심 키워드 위주로 말하는 연습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토씨까지 놓치지 않고 암기하기도 어렵지만 설령 완벽하게 외워도 면접관 입장에서는 오히려 어색하고 지루하게 느껴지기 십상이다.

입으로 소리 내어 읽기 어렵다면 잘못 쓴 글이다”-유시민 


 삶은 리허설이 아니다. 면접은 실전이고, 세상에 실전을 뛰어넘는 연습은 없다. 면접이라는 이벤트는 사람을 극도로 긴장시킨다. 아무리 준비를 철저하게 했더라도 면접관 앞에 앉으면 머릿속은 하얘지고 준비했던 내용이 도통 생각나지 않는다.

 “너무 긴장한 탓에 예상 질문이 나왔는데도 준비한 내용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분명 생각은 났는데 말로 표현이 안 됐다” “취미를 묻는 간단한 질문에도 입안에서만 맴돌고 대답이 잘 나오지 않았다” “왜 그렇게 대답을 했을까? 이렇게 말했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

 면접이 끝나면 이런저런 자책과 후회가 우르르 몰려온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그런 면에서 면접은 취업시장에서 ‘나’라는 상품이 어떤 면에서 경쟁력이 있고, 또 부족하고 보완할 부분은 어떤 점인지에 대한 냉정한 피드백을 제공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쓰디쓴 고배를 마시면 당장 마음은 아프겠지만 그 쓰라린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분명 성공취업에 도움이 되는 보약이 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중요한 것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려면 기억해야 하고, 또 기록이 없으면 기억하는 것은 힘들다. 그리고 그 기록을 뼈아프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래서 면접이 끝나면 바로 그날 자신이 면접에서 한 말이나 표정·태도·목소리·자세 등 모든 것을 되돌아보고 반성할 점을 정리해서 면접 노트에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자.

 기록을 위한 형식은 딱히 고민할 필요 없다. 나중에 들춰보고 내용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또 기록의 목적은 단순히 무언가를 잊지 않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사라져 가는 기억을 붙잡는 것보다는 그와 관련된 자기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답변한 내용을 되돌아본다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두괄식으로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얘기하지 못했다”“공통질문에 준비된 사람부터 대답하라고 했는데 눈치를 보다가 너무 늦게 손을 들었다. 결국 해야 할 말을 앞의 지원자들이 홀랑 채가버렸다. 다음 면접에서는 주저하지 말고 첫 답변을 해야겠다” “1분 자기소개에서 너무 긴장한 탓에 마치 대본을 외운 듯이 그대로 읊었다”“강점을 너무 많이 나열하는데 신경 쓰느라 정작 어떤 강점을 보여줬는지 모르겠다” 등등이다.

 또 면접관의 꼬리 질문에 당황해서 면접을 망쳤다면 어떤 부분에서 대답이 막혔는지, 결국 어떻게 마무리했는지 모든 과정을 정리해서 복기해보면 다음 면접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게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성공보다 실패의 경험을 통해 배울 때가 훨씬 많다. 마치 바둑에서의 ‘복기’와 비슷하다.

 복기(復碁)는 승자와 패자가 마주 앉아 판이 끝난 바둑을 처음부터 끝까지 돌을 다시 놓아보는 과정을 말한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느 대목에서 실수를 했는지, 서로 의견을 교환한다.  



 특히 패자(敗者)에게는 괴로운 시간이 될 수밖에 없다. 실수를 돌아보는 것은 소금을 뿌리듯 상처를 덧내는 아픔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승패가 일상인 프로 바둑기사들조차도 패한 날의 복기는 고역이라고 토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기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정확히 알고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바둑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에는 복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실패를 딛고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다.

“복기를 해야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알고 넘어갈 수 있다. 아파도 뚫어지게 바라봐야 한다. 아니 아플수록 더욱 예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실수는 우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수를 한다는 건 내 안에 그런 어설픔과 미숙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조치훈(프로 바둑기사)


 필자도 학창 시절 빼놓을 수 없는 추억 중의 하나가 ‘오답노트’다. 시험에만 나오면 이상하게 계속 틀리는 문제가 있다.

  의미는 다르지만 철자가 흡사해서 헷갈리는 영어단어도 비슷비슷해서 외워지지 않는 수학공식도 있다. 또 뒤죽박죽 분간이 안 되는 역사 속 인물이나 사건들로 ‘미로’를 헤매기도 했다.


 그럴 때 헷갈리는 문제들만 따로 모아 정리해둔 오답노트가 빛을 발했다. 매번 시험에서의 실수나 실패를 곱씹고 기록한 오답노트가 두툼해지다 보면 아무래도 성적은 좋아지기 마련이다.

 학창 시절 필자에게 성적 향상의 지름길이 오답노트였듯 면접을 준비할 때도 오답노트를 적절히 활용하면 합격의 길은 그만큼 가까워진다.



 물론 면접 한 번으로 취업에 성공하는 경우라면 면접 노트는 필요 없다. 취업준비생들은 누구나 이번이 마지막 면접이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취업은 나의 의지대로 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면접을 봐야 한다면 쓰라린 탈락의 경험을 살려 한층 더 나아진 모습으로 면접에 가야 한다. 과거에서 교훈을 얻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후회할 일을 했더라도 돌아보고 고치는 사람은 언젠가 성공할 사람이다.


 그래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막상 그런 상황이 닥치면 사람은 종종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반성과 성찰을 통해 그 실수를 딛고 한 뼘 더 성장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깨달음의 정도에 따라서 사람을 네 부류로 구분하면서 가장 문제인 경우를 ‘곤이불학자(困而不學者)’라고 했다.

 “어려움을 겪고도 배우지 못하는 사람은 하급이 된다”라고 일갈한 것이다.

  면접에서도 그렇다. 아픈 실수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과거의 실패에서 교훈을 찾지 못한 사람은 그 과거를 삶 밖으로 떠나보낼 수 없다. 다음 기회를 확실히 잡기 위해서는 실패의 원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비가 필수다. 그래야 면접을 볼 때마다 실수를 되풀이하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

 한 번은 실수, 여러 번이면? 실력이다. 오답노트가 필요한 이유다. 면접을 봤다면 습관처럼 그날그날의 오답노트를 작성하자. 오답노트를 활용해서 자신을 갈고닦아 면접을 볼 때마다 발전해가는 나를 만들어 가자. 


 면접 합격의 비결은 ‘적자생존’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환경에 잘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뜻의 그 적자생존(適者生存)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적자! 생존’이다. 취업은 기록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