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단골 질문의 마지막은 성공(실패) 경험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기업은 지원자의 성공한 경험보다는 실패한 경험에 주목한다. 왜 그럴까? 살다 보면 누구나 수많은 실패를 하고 실수를 저지른다.
살면서 한 번도 실패해보지 사람이 과연 있을까? 세상일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삶은 온갖 태클의 연속이다. 열심히 했다고 해서 늘 성공할 수는 없다. 지식이나 경험이 모자라서, 사전 준비가 부족해서, 시야가 좁아서 등등 무수한 이유로 우리는 쓰라린 실패와 좌절을 맛본다.
그렇다면 실패는 무조건 두렵고 피해야 할 대상일까? 하지만 성공은 성공대로 실패는 실패대로 각각 원인이 있고, 또 그를 통해 얻는 배움과 깨달음이 있기 마련이다.
도전과 실패의 경험은 패배자란 낙인과 인생의 상처로만 남지 않는다. 상처가 아문 자리에 새살이 돋듯 ‘시행착오 학습’(施行錯誤學習)이라는 말처럼 사람은 도전하고 실패하는 과정에서 체득한 교훈을 통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도전과 실패의 경험은 삶의 소중한 자산이 된다는 소리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는소설 <데미안>의 가르침대로 도전과실패는 고통스럽지만 알을깨고또다른세계로나가는길을열어준다. 그래서 ‘도전과 실패’를 거치지 않고 성공에 이를 수 있는 길은 없다.
“모든 새로운 길이란 잘못 들어선 발길에서 찾아졌으니/때로 잘못 들어선 어둠 속에서 끝내 자신의 빛나는 길 하나/캄캄한 어둠만큼 밝아오는 것이니”-박노해 시(詩), <잘못 들어선 길은 없다> 中
결국 실패는성공으로 향하는 징검다리이고, 시행착오는 그저 실패가 아니라 다음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인 셈이다.
경쟁이 일상인 기업도 그렇다.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다 보면 진입 타이밍을 농쳐서 혹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해서, 시장환경이 급변해서 등등 수많은 이유들로 인해 실패한다. 그런 실패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야 비로소 기업도 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또한 실패의 역사는 기업에게 앞으로 닥칠 위기를 해결하는 아이디어의 보고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세계적인 기업들은 실패를 용인하고 심지어 장려하는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오죽하면 글로벌 IT기업 트위터(Twitter)의 사훈(社訓)은 “내일은 더 나은 실수를 하자(Let’s make better mistakes tomorrow)”이다.
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창업자 겸 CEO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우리 아마존이 실패하기에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장소”라고 늘 입버릇처럼 말한다.
영국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아무것도 안 하고 살기보다 실수하는 삶이 낫다”는 명언으로 유명하다. 도전해야 실패도 할 수 있다는 뼈를 때리는 조언이다. 만약 한 번도 실패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틀림없이 한 번도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지 않은 사람일 테다.
성공이든 실패든 어떤 일에 도전하지 않으면 가질 수 없는 경험이다. 중요한 건 도전을 했다는 것이고, 성공이나 실패라는 결과물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가다.
성공보다는 쓰디쓴 실패의 경험을 하나하나 넘어서면서 우리는 뭔가를 배울 때가 더 많다. 실패를 아니 실패의 교훈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우리 삶을 뒤흔든 실패의 경험도 성공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
“실패는 반전을 위한 입장권이다”-헨리 키신저
큰 실패는 큰 성공의 어머니인 셈이다. 실패해보지 않은 사람이 성공을 이루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기업은 지나간 경험을 통해 자신이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인재, 실패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인재임을 보여주는 지원자를 원한다. 그것이야말로 밋밋한 성공보다 훨씬 순도 높은 성장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 멋진 실패 스토리(실패 경험 및 교훈)
* ‘연속 15W’달성 실패를 통해 얻은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교훈
“제가 보험사에서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당시 회사에서는 꾸준한 영업성과를 장려하기 위해 매주 연속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직원에 대한 포상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5주 연속, 15주 연속, 25주 연속, 50주 연속 계약을 달성한 직원에게 표창을 주는 ‘연속 W(Win)’라는 명칭의 제도였습니다. 지점에서 유일하게 12주 연속으로 계약 체결에 성공했던 저는 지점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꼭 연속 15W를 달성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상황도 순조롭게 흘러갔습니다. 13번째 계약을 따내기 위해 목표로 정한 고객은 보험에 가입하시겠다고 먼저 연락을 주신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약속한 날에 저는 고객님의 사무실을 찾아 보험청약서를 내밀었습니다. 하지만 고객님은 난처한 표정으로 납품대금이 입금되지 않아서 당분간 가입이 어려울 것 같다는 청천벽락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허탈한 마음으로 사무실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그 주의 마감시간을 넘긴 뒤였습니다. 결국 연속 15W의 꿈은 눈앞에서 날아갔습니다.
실패에 대한 아쉬움은 컸지만 중요한 삶의 교훈을 얻은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현실로 이뤄지기까지 100% 확신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후에는 언제나 만약의 경우를 위한 대안을 준비하거나 보다 확실하게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덕분에 비록 연속 15W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그 실패에서 얻은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교훈을 통해 3달 연속 지점 계약건수 MVP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실패로 끝난 책 발간 프로젝트(은행 합격자)
“대학시절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한국 상장기업 분석>이라는 제목의 책 제작에 도전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뼈아픈 실패를 맛보았지만 현장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소중한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그 시작은 같은 학과 친구가 인턴을 할 때 받았던, 한국 기업의 기초정보를 담은 배포 자료에 대한 외국 사모펀드의 문의전화였습니다. 친구가 조사해보니 그때까지 국내에 그런 내용을 소개한 영문자료는 없었습니다.
친구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듣자마자 책으로 만들면 잘 팔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친구와 저는 앞뒤 재지 않고 달려들어 200여 개 기업의 사업부문, 재무제표, 최근 이슈 등을 영문으로 번역하여 정리한 책을 뚝딱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애써 만든 보람도 없이 책 판매를 위해 한국거래소에 방문하고, 여러 증권회사에 연락을 해봤지만, 책을 사주겠다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고 몇 달간의 노력은 결국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실패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가장 큰 교훈은 ‘현장은 수요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깨달음입니다. 거래소와 증권회사 등 현장에서 제대로 수요를 파악하지 않은 것이 실패를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책을 잘 만들기만 하면 ‘수요는 따라온다’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시작했던 것이 섣부른 결정이었고 실패의 원인이었습니다. 또한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를 대비한 ‘Plan B’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은행에서 현장은 고객과의 접점인 영업점입니다. 예전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새기며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서 각각의 고객분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상품을 권유하고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삶은 도전의 연속이다. 그러나 앞의 사연들처럼 도전은 때로 실패하거나 헛물만 켜다 끝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도전은 우리에게 배움과 성장을 열매로 내어준다.
다만 도전을발전의디딤돌로삼으려면실패에서어떤깨달음을길어올리고그를통해 앞으로의 인생 이야기를고쳐쓰려는노력이필요하다.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성장의 계기가 되었고, 또 자신의 인생 항로에 어떤 의미가 있는 지를 설득할 수 있다면 그것은 ‘실패의 비망록’이 아니라 도전과 배움의 과정을 그린 ‘성장 드라마’가 된다.아픈 기억이지만 실패를 성공으로 바꾼 멋진 스토리로 변신한다.
세상에 실패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반성과 성찰을 통해 그 실패를 딛고 한 뼘 더 성장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실패를 딛고 성공한 경험은 그야말로 각본 없는 드라마다. 아니 뻔한 드라마보다도 훨씬 울림이 크다.
실패(담)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지원자의 멋진 스펙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그래서 지금껏 살아오면서 경험한 무수한 실패의 교훈을 바탕으로 앞날의 꿈을 담은 멋진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인상 깊은 자기소개서가 될 것이다. 기억을 떠올려보자. 우리 삶에도 멋진 실패가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