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단골 질문 중 ‘본인의 장단점’ 항목 또는 “본인을 뽑아야 하는 이유”는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화되는 나만의 강점(장점)을 말한다.
즉 왜? 내가 지원한 회사나 직무와 ‘케미’가 잘 맞는 적합한 인재인지를 탄탄하게 뒷받침하는 역량이나 성격적 특성이다.
본인의 장단점을 쓸 때 가장 핵심적인 포인트를 꼽으라면 단연코 '선택과 집중'이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는 말로 우리 삶에서 ‘선택’의 의미를 극적으로 표현했다.
아포리즘(Aphorism)의 진수가 아닐까 싶다. 짧지만 깊은 울림이 있는 말이 아포리즘이다. 인생은 삶(Birth)과 죽음(Death) 사이의 선택(Choice)이라는 것이다.
인생에 정답이란 없다. 다만 선택이 있을 뿐이다. 삶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는 매 순간 크고 작은 선택 앞에 서게 된다. 그리고 세상 모든 선택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어느 하나를 고르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선택이 요구하는 비용인 셈이다. 그토록선택이 중요한 이유다.
자기소개서에서 본인의 강점(장점)을 소개할 때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다양한 강점을 맥락 없이 주절주절 나열하기보다는 지원한 회사나 직무와 관련성이 높은 한 두 개의 강점에 집중하여 깊이 있게 쓰는 편이 훨씬 낫다.
돋보이려는 욕심으로 너무 많은 장점을 나열하다 보면 이미지가 분산되고 읽는 사람이 선연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어렵다.
다만 집중하기로 마음먹은 강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쓸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성격을 설명할 때 “적극적입니다. 활동적입니다”라는 식의 추상적인 표현보다는 관련된 사례나 에피소드를 곁들여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내세우고 싶은 강점과 관련된 대표적인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경험들을 풀어놓는 식으로 구성하면 된다.
아래의 자기소개서들이 좋은 사례다.
키워드: 주인의식
“저의 강점은 '주인의식'을 꼽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20가지 이상의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폭넓은 사회경험을 쌓기 위해 매번 다른 아르바이트에 도전하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좌우명으로 새기는 말은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입니다. 수처작주란 “어느 곳에서든지 주인이 돼라”, 입처개진은 “지금 있는 그곳이 바로 자신의 자리다”는 뜻입니다.
어느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제가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일을 찾아서 했습니다. 그 결과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도 일손이 모자랄 때면 도와달라는 연락을 계속 받고 있습니다. OO기업에서도 어디에서 일하든 아쉬울 때면 꼭 찾게 되는 필요한 사람이 될 자신이 있습니다”
키워드: 도전과 열정
“저는 학창 시절 내내 ‘미소천사’라는 별명을 달고 살만큼 항상 웃는 얼굴로 주변의 활력소가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저를 대표하는 두 단어를 꼽는다면 ‘도전’과 ‘열정’입니다.
대학시절 다양한 학회나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개인적인 손해나 희생까지 감수하면서도 팀 전체의 성과를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팀의 목표 달성은 물론 팀원들에게 리더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OO자동차 회사 인턴으로 근무할 때는 어려운 과제가 주어지면 늘 먼저 손을 들고 달려든다고 해서 주변에서 ‘불나방’, ‘에너자이저’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습니다. 이러한 도전정신을 앞세워 글로벌 1위 은행으로 도약하고 있는 OO은행의 힘찬 여정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장단점 항목에서 단점은 어떻게 써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너무 솔직하게 자기소개서에 치명적인 단점을 풀어놓다가는 자칫 서류전형 탈락의 빌미가 되거나 면접에서 난처한 질문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도 있다.
앞에서 자기소개서와 면접은 ‘따로국밥’이 아니라고 했다. 면접관들이 지원자들이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읽고는 ‘궁금한 것’ ‘확인하고 싶은 것’ 등을 추려서 질문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 면접에서는 자기소개서 내용을 토대로 (본인의) 단점에 대해 묻는 꼬리 질문이 종종 등장한다.
예를 들자면 “그 단점이 지원한 직무에서 일하는데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까?" "본인의 단점 때문에 일을 하거나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은 사례를 말씀해주세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했습니까?" 등등이다.
사실 지원자 입장에서는 난감한 질문일 테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세상에 단점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없다’고 쓰기는 곤란하다.
그렇다고 다른 곳도 아닌 취업의 첫 관문인 자기소개서에서 “일은 잘 벌이지만 뒷마무리가 약하다” “욱하는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과 종종 마찰을 빚는다” “성격이 예민해서 친구가 별로 없다” “주의 산만으로 멀티태스킹이 안 된다” 등 솔직하게 자신의 치부를 드러냈다가는 자칫 “아니! 이 정도의 단점이면 회사생활이 어렵겠다”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통 취업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정답은 “장점 같은 단점, 장점으로 승화가 가능한 단점을 쓰라”는 것이다.
“지나치게 꼼꼼한 면이 있다” “어떤 일이든 시작하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등으로 얘기를 꺼낸 다음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러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무난하게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아래의 자기소개서 식이다.
*돌다리도 적당히 두들기자!(유통회사 합격자)
어떤 일이든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의사결정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관련된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다 보니 정작 실행에 옮기는 시간이 부족해서 낭패를 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전공수업에서 받은 과제를 완벽하게 소화하겠다는 욕심에 너무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다가 정작 과제 수행에 필요한 시간에 쫓겨서 허겁지겁 제출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물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완벽한 계획도 제 때 실행하지 못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후 “돌다리도 적당히 두들겨야 한다!”는 깨달음을 실천에 옮기고 있습니다.
일의 경중과 선후를 따지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 어떤 일도 단계별로 계획을 세우는 것은 물론 목표 마감시간도 함께 정해서 꼼꼼하게 일정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꼼꼼하다 보면 일처리는 늦어질 수 있지만 그만큼 일을 확실하게 매듭짓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이 정도로 대답하면 시큰둥한 표정을 짓던 면접관도 대개는 “껄껄껄, 그게 무슨 단점인가요? 되려 장점 아닐까요?”정도로 가볍게 웃고 넘어갈 것이다.
사실 필자는 면접에서 단점은 물어보지 않는다. “너무 적극적이다” “남들을 지나치게 배려한다” “승부근성이 너무 강하다” “지나친 완벽주의” 등등 절대 단점처럼 보이지 않는 단점, 단점인 듯도 아닌 듯도 한 단점, 무늬만 단점, 오히려 장점 같은 단점이 뻔하디 뻔한 대답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필자의 경우다. 독자 여러분의 면접에서도 장단점을 묻지 않으리란 보장은? 당연히 없다. 면접은 그야말로 ‘회바회’, ‘면바면’이니까.